4월 13일 KBS1 TV에서 방영된 <KBS 스페셜 - ‘노회찬과 상계동 사람들’>의 한 장면이다.

지난 9일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 지역구에 출마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낙선했다. 미국 조기 유학과 언론사 CEO 경력을 지닌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와의 대결에서 3%의 차이로 결국 패하고 말았다.

서울의 변방 노원구에서도 가장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노원구 병 선거구 상계동. ‘노회찬과 상계동 사람들’은 노원병 출마를 결심한 노회찬 전 의원의 총선 도전 과정을 두 달 동안 동행 취재하면서 서민 밀집 지역인 상계동 사람들의 삶의 단면을 함께 보여줬다.

늦은 시각, 노 전 의원은 음식점을 찾아 소주 한 잔에 서로의 일상을 나누고 있는 서민들을 만난다. 사람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노 전 의원과 악수를 나눈다. 한 남성은 노 전 의원에게 서슴없이 자신의 소주잔과 안주를 나눠주며 “대한민국을 최고로 만들어주십시오”라고 한 마디를 건넨다.

사람들은 하나 같이 노 전 의원에게 삶이 어렵다고, 먹고 살기 힘들다고, 살고 있는 지역을 최고로 만들어 달라고 이야기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먹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아주머니의 생각에서부터 불확실한 미래에 고민하는 청년들의 모습까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상계동 사람들의 ‘삶’에 대한 솔직한 속내가 드러났다.

지하철 역에서 자신의 출마를 알리며 인사를 나누던 노 전 의원에게 한 남성이 다가와 두 손을 잡으며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건넸다. “노 의원님 우리 일용직 근로자들 잘 살아봅시다. 다른 것 필요 없어요. 그냥 세 끼 끼닛거리만 안 놓치게”

이 남성이 건넨 한 마디는 단순히 국회의원 출마자에게 바라는 ‘바람’이기 전에 정치가 삶의 울타리 안에서 '먹고 사는'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실 민주노동당을 나와 새로 진보신당을 만든 노회찬 전 의원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노원병 지역이 진보정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하지만 투표 결과는 노회찬 전 의원의 '패배'였다. 투표 결과만 놓고 보면 이곳 상계동 사람들은 여당인 한나라당 홍정욱 후보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진보정치'의 실험은 실패로 끝난 것일까.

단순히 그렇게만 바라볼 사안은 아닌 것 같다. 비록 강북 지역에서 불기 시작한 뉴타운 개발이라는 바람을 노회찬 전 의원이 막지는 못했지만 상계동 주민들이 이번 선거에서 보여준 '그'에 대한 지지는 여전히 진보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 마지막 장면에서 노 전 의원의 낙선 소식에 한 노원구민은 눈물을 흘리며 “떠나지 마세요 노원구를” 이란 말을 노 전 의원에게 건네는 모습이 보였다. 비록 선거에서는 패했지만 적어도 ‘나를 위해 눈물을 흘리는 한 명의 시민’ 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노 전 의원의 도전은 충분한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이번 노 전 의원의 지금 패배가 4년 뒤 어떤 결실을 맺을 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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