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RC-12 공식보고서 표지
지난 18일 세계전파통신회의(WRC-12)에서 방송대역인 700㎒ 대역의 이동통신용 분배가 결정되지 않았으나 방송통신위원회는 세계 공통 이동통신망으로 결정됐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WRC-12의 공식보고서에 따르면 698~790㎒은 유럽과 아프리카, 아랍 지역을 포함하는 지역에서 지금까지 방송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었지만 이번 회의를 통해 ‘통신용 (IMT, 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s)’으로 사용될 수 있게 허용했다. 이 또한 연구를 진행하고 2015년 예정된 차기 WRC에 안건으로 상정돼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유럽 지역은 700㎒ 대역을 지상파 디지털방송으로 이미 사용하고 있으며 800㎒ 대역을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로 배정해 올해 초부터 주파수 경매에 들어간다. 이미 영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800㎒ 주파수에 대한 경매가 진행되기도 했다.

이번 WRC 회의에서 아프리카와 아랍 지역 국가가 해당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 정식 안건으로 상정된 것이며 따라서 차기 회의가 열리는 2015년까지 관련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 같은 공식 보고서와는 달리 700㎒ 대역을 2015년부터 전 세계가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게 됐다고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방통위는 지난 20일 세계전파통신회의(WRC-12)에서 “700㎒ 대역이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면서 “그 효력은 WRC-15 직후 발효하는 것으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또 방통위는 “아프리카와 아랍지역 국가들은 부족한 유선망을 대체 할 수 있는 4세대 이동통신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전파특성이 좋은 700㎒ 대역의 사용이 시급하다며 이번 회의에서 이동통신용 분배를 긴급 제안했다”면서 “유럽지역도 이동통신용 분배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방통위는 이 과정에서 아태지역 대표로 참여한 위규진 APG 부의장이 “중재안을 제시해 극적인 합의를 이끌었다”고 강조했다. 위규진 APG 부의장은 방통위 국립전파연구원 전파환경안전과장이다.

▲ 연합뉴스 관련 보도

이 같은 방통위의 잘못된 보도자료는 언론보도를 통해 확산됐다. 이를 확대 재생산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언론도 많았다.

일부 언론은 ‘700㎒가 세계 공통 이통용으로 결정됐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세계적 추세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는 20일 ‘세계공통 이통용 700㎒…황금주파수 부상’ 기사에서 “2015년부터 이동통신용으로 분배될 예정이어서 이 주파수 대역이 세계 공통의 이동통신용 주파수로 떠오르면서 그 가치가 크게 오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유럽지역은 700㎒를 통신용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적지만 ‘세계 공용망’이라는 전망을 달았다.

▲ 전자신문

전자신문은 사설까지 더했다. 21일자 사설에서 전자신문은 “주파수 700㎒ 대역의 쓰임새가 ‘이동통신’으로 큰 흐름을 잡았다”면서 “WRC-12의 결정을 국내 전파(주파수) 정책 나침반으로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류가 세계 어디서나 쉽게 통신하기 위한 주파수 할당 취지를 거스를 이유가 없다”면서 “정책 당국이 700㎒대역을 방송용으로 고수하려는 국내 방송계를 설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700㎒ 대역을 UHDTV 같은 차세대 방송에 쓰겠다던 방송계의 시선을 21.4~22㎓대역으로 옮겨내는 작업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21.4~22㎓대역은 방통위의 보도 자료에서도 차세대 ‘위성방송용’이라고 명시돼 있다. 지상파 방송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위성방송용 주파수를 지상파 방송가 사용하라고 주장한 셈이다.

디지털타임즈는 20일 “디지털방송 전환대역인 700㎒ 대역이 전 세계적으로 LTE를 비롯해 차세대 이동통신 황금주파수 표준으로 사실상 확정됐다”면서 “한국은 방송 권력에 휘둘려 반쪽짜리 정책으로 전락하는 등 주파수정책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700㎒ 대역 108㎒폭 중 40㎒폭만 통신용으로 배치하고, 나머지 68㎒는 보류해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한국 이통사들은 나머지 68㎒가 방송용으로 할당될 경우 세계 통신시장에서 미아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이 같은 왜곡을 통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700㎒ 논란에서 기선을 잡을 심사인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주장대로 이동통신용으로 확정된 것이라면 우리나라에서 700㎒ 대역 논란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된다. 세계적으로 합의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럽은 여전히 700㎒를 방송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2015년 차기 회의에서 가장 큰 발언권자인 유럽을 제치고 아프리카와 아랍의 일부 국가가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가져갈 지는 미지수다.

방통위 담당자는 “2015년 700㎒ 대역이 전 세계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이동통신 주파수 대역이 된다”고 밝혔다.

또 ‘유럽지역도 700㎒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써야 하느냐’는 질문에 “유럽 지역에서는 700㎒대역을 방송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자기들이 알아서 700㎒ 대역을 비워 통신용으로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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