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고성욱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번에는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의 발언에 주의를 당부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23일 전남 순천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열린 전남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현 정부 주축으로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도 많다”면서 “민주화운동이 그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한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어디 외국에서 수입해 온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그 시대에는 민주화라는 공통 목표가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고 이해가 됐다”면서 “그러나 실제 문민화가 되고, 우리나라 정치에서 민주화가 이뤄지고 전체적으로 고도 선진 사회로 발전하는 데 발목을 잡았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다”고 비판했다.

'외국에서 수입된 이념이 무엇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윤 후보는 "80년도에 수입된 거 모르나, 잘 알 거로 생각한다"며 "80년대 이념 투쟁에 사용된 이념들은 예를 들면 남미의 '종속이론', 북한의 '주사파 주체사상' 이론도 있다"고 답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전북선대위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주장도 이어졌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권만큼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소수의 이권, 기득권 카르텔이 국정을 이끌었던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2017년 5월 이후 지금까지 잘 돌이켜보면, 문재인 정부가 잘한 게 있었냐”며 “잘한 것을 찾을 수 없다는 게 국민의 중론”이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시대착오적 이념으로 엮이고 뭉쳐진 소수의 이너서클이 다 국정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윤 후보는 어쩔 수 없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이 그동안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호남분들이 국민의힘에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고, 지지하지 않았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며 “저도 이 정권을 교체해야 하고,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지만 국민의힘이 진정한 국민의 지지를 받는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혁신이 필요하다고 저도 늘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의 이같은 망언은 23일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윤 후보가 실언하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한 지 반나절도 안 돼 터져나왔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후보도, 선대위도 실수하면 선거는 이길 수 없다고 수없이 말했다”며 “후보가 실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보좌하는 분들이 세심하게 주의를 경주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후보의 일정 메시지가 전혀 국민에게 감흥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당부하는데, 종합상황실이 중심이 되어 전체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후보와 직접적으로 협의해서 모든 것이 결정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선대위 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남에서 ‘윤 후보의 빈곤층 비하 발언’과 관련해 “또 말실수를 한 것 같다”며 “표현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달리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가난한 사람이 자유를 모른다는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윤 후보는 22일 전북 전주 전북대학교에서 열린 대학생과의 타운홀미팅에서 빈곤층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이날 윤 후보는 “자유의 본질은 일정한 수준의 교육과 기본적인 경제 역량이 있어야만 자유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이고, 자유가 뭔지 알게 되고, 자유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나오는 것”이라며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왜 개인에게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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