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SBS 무단협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그러나 SBS 대주주와 사장은 “방송독립을 철저히 지키겠다”, “노사간 최선을 다해 단협을 체결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12일 SBS 창립 31주년 기념식에 참여한 윤세영 명예회장은 “나는 2017년 이후 SBS 노사 문제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다. 대주주는 방송독립을 철저히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훈 SBS 사장도 이날 “최근 회사에 단체협약 해지 상황이 한 달 넘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노사가 최선을 다해 하루빨리 단협을 체결하도록 노력하자”고 밝혔다.

이같이 말한 박정훈 사장은 이날 오후에 열린 임금협상 1차 단체교섭에 참석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 임금협상 상견례 자리에 사측 대표로 이동협 SBS A&T사장, 한정환 스튜디오S 사장만 나왔을 뿐 박 사장은 불참했다. 박정훈 사장을 대신해 이동희 SBS 경영본부장과 정승민 전략기획실장 등 등기이사 2명이 참석했다.

12일 SBS 사측과 노조가 만나 임금협상 1차 단체교섭을 가졌다. (사진제공=언론노조SBS본부)

SBS본부는 “이동희 본부장은 ‘모든 권한을 위임 받았다’며 박 사장의 구체적 불참 사유는 말하지 않았다”며 “종사자 측 대표와 사용자 측 대표 사이 마땅히 수평적으로 이뤄져야 할 협상은 첫날부터 박정훈 사장의 불참으로 비정상적으로 시작됐다”고 말했다.

또 SBS본부가 9월 24일 공문을 통해 임금협상 개시를 사측에 요구하자 한 달 지난 10월 25일 사측이 ‘11월 12일 오후 3시’를 통보해왔다고 한다. 사측은 임금협상 하루 전 박정훈 사장의 불참을 통보했다.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과 정형택 SBS본부장은 이날 협상에서 사측이 정한 날짜에 대표이사가 참석하지 않은 것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노사 간 고성이 오가고 이동희 경영본부장이 윤창현 언론노조위원장을 향해 “왜 소리를 지르냐, 남의 집에서”라고 말하는 등 갈등이 격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SBS본부는 “SBS노조는 산별노조로 법과 원칙에 따라 단체교섭 권한은 언론노조가 가지고 있다”면서 “사측은 이제 종사자 대표 즉, 동등한 위치의 협상 상대방에 대한 일말의 존중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위원장은 전 SBS본부장 출신으로 사측이 임명동의제 폐지의 원인 제공자로 지목하고 있다.

SBS본부는 17일 노보에서 “사측은 지금까지 알림을 통해 ‘뒤틀린 노사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고 말해왔는데 사측이 말하는 ‘정상적 노사관계’가 무엇이냐”며 “SBS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공정방송, 임금’ 등 근로조건은 사측의 시혜가 아니다, 구성원들의 당연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16일 언론노조SBS본부는 '총집결의 날'로 지정하고 점심시간에 SBS 목동 사옥 로비에 모여 피켓을 들었다. 200여 명의 구성원이 함께 했다. (사진제공=언론노조SBS본부)

박정훈 사장은 SBS 창립 31주년 기념사의 절반 가량을 노사관계에 할애했다. 이중 ‘사장 임명동의제 폐지’와 관련해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박 사장은 “모두가 인정하듯이 SBS는 어느 방송사보다도 공정방송을 위해 강력한 경영진 견제장치가 시행되고 있다”며 “어느 민영기업도 하지 않는 최고 수준의 소유경영분리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듭 강조하지만 회사의 목표는 단협 해지가 아니다”라며 “기존에 시행해온 제도에 더해 국장급 임명동의제를 추가한다면 더 철저한 제도가 완비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사장은 “법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더 큰소리를 치는 회사는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며 “SBS는 이미 정치 권력이든 대주주든 노조든 누가 흔든다고 흔들리는 회사가 아니다. 노조의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듯이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주주와 경영진의 역할과 권한도 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SBS본부의 주장과 다르다. 현재의 무단협 사태는 SBS 사측이 단체협약에서 ‘경영진 임명동의제’ 조항을 빼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어 촉발됐다. SBS본부는 기존 임명동의 대상에서 사장을 제외하는 대신, 보도·뉴미디어·시사교양·편성국장 등 국장급 임명동의를 대상에 추가하는 안을 제시했다. 또한 사장 중간평가 실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복원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사측은 사장과 본부장 임명동의제는 수용할 수 없으며 국장급 임명동의제 신설은 단협과 별도로 논의를 진행하자고 했다. 또 사장 중간평제와 노조 추천 사외이사 복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사측이 노조의 안을 거절하며 10월 3일 무단협 사태를 맞게 됐다.

이후 3차 본교섭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SBS 무단협 상태는 52일째를 맞고 있다. SBS본부는 8일 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 신청서를 제출하고 15일부터 SBS본사 1층에서 노숙농성을 시작했다. 사측은 이에 12월 1일부로 노조 활동 보장 조항의 적용을 중단하겠다고 했다. 노조는 22일부터 28일까지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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