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석의 졸업을 통한 작은 용기와 깨달음, 하선과 진희의 작은 싸움 속에 피어난 깨달음의 공통점은 표현 방식의 차이는 있었지만 ‘우애’란 것이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를 알아 가고, 그 과정에서 작든 크든 간에 작은 사건이 생기며 좀 더 친숙해지는 관계가 형성된다. 그리고 서로의 교감이 이루어질 만한 공감대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며 더욱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남남이 아닌 이상, 얼굴을 마주하고 살면서 이런저런 부딪힘은 생활의 일부가 된다. 그러다 이 작고 큰 부딪힘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의 고민에 빠지고는 한다. 사랑하는 관계가 된 연인도, 우정을 나누는 친구도, 어떠한 관계를 이루어 나가는 사람도 작은 부딪힘을 통한 각성의 기회를 통해 건조한 관계가 아닌 친밀한 관계가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자연스럽고도 탄탄한 관계가 되기 마련이다.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도 그런 모습이 비춰졌다. 박하선 선생과 백진희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선후배 관계 정도의 친밀도였다. 오갈 데 없는 후배의 안타까운 사정 때문에 한집에 살게 되었지만 그녀들이 그렇게 끈끈한 우애를 느끼는 관계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작은 싸움을 통해서 무미건조한 선후배 사이에서 좀 더 친근한 언니와 동생이 되어가는 과정을 갖게 된다. 사랑하는 방식의 차이만 있을 뿐 큰 윤선생과 작은 윤선생을 사랑하는 그녀들은 유치하게도 작은 말 싸움 때문에 티격태격하게 된다.

체육 선생임에도 짧은 영어 실력 탓에 ‘콜레스테롤’을 ‘콜레스톨’이라 발음하는 작은 윤선생을 놀리는 백진희. 그런 진희의 놀림에 하선은 발끈하며 진희가 짝사랑하는 큰 윤선생을 공격한다. ‘실없는 사람, 단점 가지고 놀리는 사람, 농답입니다라며 쓸 데 없이 농담하는 사람’이라 공격하며 싸움이 시작된다.

싸움은 좀 더 심각해지는 단계를 거친다. 상대가 끓여 놓은 국의 간이 맞지 않는다며 간을 다시 맞추겠다 하고, 청소하며 청소기로 다리를 치고, 서로의 모습에 유치하다는 반응을 보이며 상황은 파행으로 치닫는다.

그렇게 진희는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은 하선의 반응에 파릇하여 집을 나오고, 그런 진희의 모습에 아무렇지 않다는 식으로 보낸 하선은 잠시 시원함을 느낀다. 하지만 이내 마음이 불편해져 걱정하며 진희를 찾아 나선다.

초라한 모습으로 골목에 쪼그려 앉아 있는 진희를 발견한 하선은 울음을 터뜨리고, 진희 또한 하선의 푸근한 마음을 느끼며 울고 만다. 바로 이 시간이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된다. 적어도 둘에게 있어서는 자신을 생각해 주고, 또한 동생이 어디 가서 고생은 하지 않을까 하는 언니의 마음을 나누며 한 단계 더 친밀한 관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된다.

종석은 준비되지 않은 졸업을 앞두고 마음속에 자신이 지켜주고 싶고 사랑하고픈 아이 지원을 향한 속앓이를 한다. 옆에만 있어도 가슴이 콩닥거리는 지원을 향한 마음을 전할 길이 없는 종석은 그렇게 아파한다. 게다가 지원의 마음은 자신과는 너무도 다른, 안정된 삶을 보여주고 있는 삼촌을 향해 있어 마음이 편치 않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만, 무엇 하나 준비된 것 없는 자신의 모습은 화가 날 지경이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지도 못했고, 경제력에 있어서도 지원에게 당당할 수 없는 모습은 우울함을 가져다준다. 잠시 바다로 뛰어든 종석은 자신을 붙잡는 지원을 와락 안고 마음을 진정시키며 지원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종석은 지원과 단 둘이 떠난 졸업 여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간 가지고 있던 ‘이미 늦었다는 마음’, ‘좋아하는 아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의식하는 마음을 ‘졸업’이란 말에 묻은 것은 큰 수확이었다. 당장은 후배와의 우애지만, 여행을 통해 어쩌면 그는 좀 더 발전된 연인으로 갈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 한다.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은 큰 하이킥의 개념이 아닌 로우킥의 시트콤이란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까지 큰 궤적을 그린 하이킥으로 러프하게 갔다면, 이번 ‘하이킥3’는 작게 치고 상세하게 그려내는 로우킥의 개념이 더욱 진해졌다. 김병욱PD가 그려낸 우정을 넘어선 개념, ‘우애의 시작’이라는 접근은 잔잔한 감동을 불러왔다. 그렇게 그들은 또 다른 친밀한 시작점을 갖게 되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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