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공약하며 '집부자 민심'을 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주요 보수경제지는 이달 종부세 고지서 발송을 앞두고 '종부세 폭탄' 프레임을 내세우고 있다.

윤 후보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내년 이맘때면 종부세 폭탄 걱정 없게 하겠다. 대통령이 되면 종부세를 전면 재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후보는 "종부세 대상자들에게는 종부세가 그야말로 세금 폭탄일 수밖에 없다. 문제가 많은 세금"이라며 종부세-재산세 통합, 1주택자 종부세 면제 등을 공약했다.

윤 후보는 이중과세, 조세평등주의 위반, 재산권보장원칙 위반, 과잉금지의 문제 등이 종부세의 법적 쟁점이라며 "1주택 보유자들 중에는 수입이 별로 없는 고령층들도 있다. 더구나 코로나 사태로 소득이 정체되거나 줄어든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은 "윤 후보가 국민의 1.7%에 해당하는 집부자, 땅부자를 위한 종부세 감면론을 제기했다. 한마디로 '부자본색'"이라며 "극소수의 땅부자 집부자들과 기득권 언론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다. 집값 폭등에 절망하고 분노하는 2030 청년과 신혼부부, 무주택 서민들의 처지를 짐작이나 하냐"고 지적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연합뉴스)

보수·경제지의 '폭탄' 프레임

이달 말 종부세 고지서 발송을 앞두고 주요 보수·경제지는 '종부세 폭탄' 프레임을 꺼내들었다. 지난 9월 종부세 기준이 1주택자 기준 공시가격 9억 원에서 11억 원으로 완화됐으며, 올해 1주택 고령자·장기보유자의 종부세 공제는 80%로 확대됐지만 '종부세 폭탄' 프레임은 여전하다.

중앙일보는 지난 8일 <강남 2주택자 7336만원 이달말 '공포의 종부세'>에서 "고가의 1주택자와 다주택자는 '종부세 폭탄' 수준의 고지서를 받을 전망이다. 특히 다주택자의 경우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오른 종부세를 각오해야 한다"며 "부동산 시장은 대선 결과에 따라 움직일 거라는 전망이 많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내년 대선 공약으로 세제 완화가 나오고 있고, 양도세 부담이 큰 만큼 버티기 수요가 상당할 것"이라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발언을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11일 기사 <1주택 보유세도 月60만원꼴 "정부에 월세 내">에서 서울 서초구, 용산구, 마포구, 송파구 지역의 1~2주택자 보유세(재산세+종부세)를 계산해 '종부세 폭탄'이 현실로 다가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가 1주택자 예로 든 서울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아파트(84㎡)는 이달 언론보도에서 20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가 계산한 리센츠의 종부세는 지난해 186만원, 올해 239만원이다. 리센츠는 언론에서 부동산·전세 값이 큰 폭으로 오른 아파트로 꼽힌다.

매일경제는 12일 사설 <종부세 1년 만에 2~3배 올리는 세금폭탄은 국가 폭력이다>에서 "아무리 집값이 올랐다고 해도 1년 만에 세금이 2배 넘게 왕창 뛰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며 "'약탈적'이라는 아우성이 터져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썼다. 한국경제는 15일 사설 <최소한의 세제 개선안조차 계속 '없던 일' 만들 건가>에서 "1주택자도 작년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종부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약탈적·징벌적이란 부동산 세금에 대한 비판에 더해 각종 세제 개선안들이 조삼모사(朝三暮四) 식으로 왔다갔다하거나 흐지부지되니 납세자 신뢰가 생길 리 없다"고 했다.

오는 22일부터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는 가운데 조선·중앙일보 등 보수·경제지에서는 '종부세 폭탄' 프레임의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그냥 인상비평이 아닌가 싶다"

보수·경제지는 종부세율 상승과 공시가격 현실화, 재산세 상승 등을 이유로 '약탈적 부동산세'를 주장하지만 재산세가 올랐다면 집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재산세의 경우 세율의 변화가 없다. 공시가격 6억원 미만 공동주택의 경우 오히려 인하됐다. 공시가격 현실화 때문에 세금이 올랐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0.2%로 전년대비 1.2%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19% 급등했다.

윤 후보와 보수언론이 내세우는 1주택자 고령자·장기보유자의 경우 올해 종부세 공제 한도가 기존 70%에서 80%로 확대됐다. 은퇴해 소득이 없는 장기보유자가 내는 종부세 상당액이 감면된다. 여기에 민주당은 올해 종부세 과세 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이미 완화했다. 현재 민주당은 1주택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종부세 개편을 주장하는 언론에서도 윤 후보의 공약이 시장 혼란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일보는 15일 사설 <'종부세 개편론', 시장 혼란 없게 신중해야>에서 "집값 급등과 세율 인상, 주택 공시가 현실화 등 3중 경로에 따라 종부세액이 급증하게 된 건 보완 필요성이 없지 않다"면서 "하지만 그걸 넘어 세제 근간을 흔드는 듯한 논의는 시장에 '당분간 버티고 보자'는 식의 즉각적 부작용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막연한 종부세 개편론은 자칫 혼란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며 "굳이 공약을 내세울 거면 보다 구체적이고 정확한 내용을 조속히 밝혀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날 한겨레는 기사 <'세금 손볼게 표 다오' 1·2위 대선주자가 조세원칙 허문다>에서 "한국의 보유세율은 0.16%(2018년 기준)로 한국을 포함한 영국·캐나다·프랑스·미국·독일·오스트레일리아·일본 등 OECD 주요 8개 회원국 평균 0.5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겨레는 "최근 서울 지역 아파트 전세 거래량이 줄어들며 부동산 시장이 조정 양상을 보이는 상황에서 정치권의 잘못된 시그널은 시장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한겨레에서 "코로나19 이후 자산 격차가 더 커지는 상황에서 종부세를 낮추는 것은 서울, 특히 강남 3구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조세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2008년 헌법재판소는 이미 이중과세 문제,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원본 잠식의 문제 같은 것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 내렸다"며 "그냥 인상비평이 아닌가 싶다"고 윤 후보를 비판했다. 법률가 출신의 윤 후보가 헌재 판결도 보지 않고 공약을 들이밀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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