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알 때와 모를 때 차이가 많이 나는 듯하다. 분명 사람은 변하지 않았고, 상황이 그리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송지효’의 열애설이 터진 이후 방송된 <런닝맨>은 뭔가 달라 보였다.

분명 이 방송분은 열애설이 터지기 이전에 촬영되었고, 월요커플이 와해되기 전 상황이었는데도 시청자들은 송지효와 강개리를 유심히 봐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제 시청자들은 송지효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캐릭터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더 이상 ‘월요커플’ 캐릭터를 밀지도 못하는 상황으로 몰린 것은 자연스럽게 시청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런닝맨>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하나의 게임 요소로 보기도 했으며, 그 게임에 들어 있는 이상적인 커플들이 맺어졌으면 하는 은근한 바람을 가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환상은 모두 물거품이 되어 날아가 버리고 시청자들은 게임적 재미의 시청 패턴을 잃게 되었다.

그런데 참 희한하게도 사람의 마음이 묘해서 단지 ‘송지효’에게 애인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 그녀를 바라보는 관점이 아주 미묘하게 바뀌며, 기존 캐릭터보다 다섯 살은 더 먹어 보였다. 복고스타일의 미팅 컨셉을 잡아 옷을 입고, 분장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그 작은 상황의 반전이 시청자의 심리를 바꿔놓은 것은 <런닝맨>에 큰 손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그녀의 애정사에 왈가왈부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 옳지도 않지만, 기존 캐릭터의 손상은 시청자에게 있어서만큼은 프로그램의 몰입도에 방해 요소로 자리잡게 된다.

또 하나는 지나친 매너에 대한 몰입 방해 요소를 꼽아 볼 수 있다. 2010년 이후 생겨나기 시작한 ‘매너손’에 대한 집착증 때문인지, 연기자들이 뭔가 눈치를 봐야만 하는 상황은 자연스러움을 잃게 만들었다.

유재석은 임수향과 커플이 되어 복고미팅 레이스를 하는 과정에서 그녀를 업고 뛰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부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장면이 나온다. 바로 임수향을 업고 다리를 팔로 끼는 과정이 생략된 모습 때문이었다.

원래 업고 뛰는 모습을 생각할 때에는 당연히 팔로 다리를 끼고 달리는 모습이 연상되어야 자연스러울 텐데, 매너손에 집착하는 시청자를 의식한 것처럼 다리를 팔로 끼지 못하고 어설프게 달렸다. 이 모습은 ‘매너’를 떠나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운 모습이었고 그 장면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나중에야 비로소 이 모습이 해결되었지만, 연기자들 모두에게 원래 하는 대로 하라는 주문이 따르지 않을까 생각되는 장면이었다. 시청자들이 바라는 것은 자연스러움이다.

연장선상에서 사회적으로 매너손에 대한 집착이 만들어 낸 ‘매너손 강박증’은 그들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다. 게임하는 도중 손잡고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애써 그 상황을 피하기 위해 팔짱을 끼고 달리는 등 무척이나 기이한 장면을 만들어 냈다. 게임은 게임일 뿐인데 ‘매너손’을 강요하는 분위기 때문에 연기자들도 함부로 손잡지 못하는 모습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되고 만다.

출연자들이 자연스러운 것이 시청자들에게 있어서도 자연스러운 것이니 하던 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업고 뛸 때에는 업는 자세를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 몰입을 방해하지 않으며, 뛸 때는 손잡고 뛰는 정석의 자세가 시청을 보다 편하게 만드는 배려일 것이다.

‘매너손 강박증’을 만든 문화 자체에서 비롯된 모습이니 어쩌면 그들도 피해자일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았던 자연스러운 행동을, 마치 매너가 없는 것처럼 몰고 간 이상한 분위기가 그들을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많은 웃음과 재미 속에서도 이런 작은 부자연스러움이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기제로 작용하는 것이 안타까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바로잡으면 될 터. 점차 나아지리라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웃음이 없던 것은 아니다. '효민'과 '고아라', '임수향'이 만들어낸 미녀삼총사의 싱그러운 에너지는 큰 웃음을 만들었다. 특히 '효민'의 쫑알거림과 재잘거림이 '게리'와 만나 만들어낸 웃음은 압도적이었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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