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이명박 정부가 'PD수첩' 제작진을 사찰하고 해킹을 시도한 'MBC 장악' 문건이 또 드러났다. 사찰 피해자이자 해당 문건을 입수한 최승호 전 <PD수첩> PD는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언론을 이렇게 탄압하고도 한 국가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정말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10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이 MBC를 사찰한 문건 원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89쪽에 달하는 해당 문건은 최승호 뉴스타파 PD가 국정원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확보했다.

MBC '뉴스데스크'의 11월 10일 보도 화면 (사진=MBC)

국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재철 전 MBC 사장 취임 5개월 전인 2010년 8월 13일 MBC 고위 간부로 추정되는 인물이 000과의 오찬에서 “그동안 노조 불법파업 대응에 정신이 없었지만 이제 ‘문제 프로그램’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각종 채널을 통해 파악한 청와대 쪽의 의중”을 언급했다. 특히 <PD수첩>을 특정해 “당장 없애버리고 싶다”, “여권 핵심부의 ‘좋지 않은 감정’이 상상을 초월해 최우선으로 손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MBC 개혁이 주춤하고 있다는 국정원 수뇌부의 우려에 각별히 분발하고 있다”는 다짐까지 덧붙였다. 프로그램 폐지와 제작진 퇴출을 논의한 문건의 배포선은 대통령 실장과 민정 수석, 홍보 수석, 정무 수석으로 명시됐다.

국정원은 프로그램 폐지와 제작진 퇴출을 위해 방송통신위원회를 동원했고, 실행이 더디자 질책을 하기도 했다. 국정원의 이같은 움직임은 2010년 8월부터 2011년 3월까지 8개월에 걸쳐 이뤄졌으며 2011년 3월 최승호 PD 등 <PD수첩> 제작진 6명이 인사조치됐고, 라디오 DJ였던 김미화, 김종배 씨 등이 하차했다.

2011년 3월 11일 국정원이 작성한 ‘MBC 종북 기자 및 PD 현황’ 문건에 MBC 기자와 PD 블랙 리스트에 이어 개인 통신을 해킹한 것으로 추정되는 목록이 포함됐다. 최승호 PD에 대해 “대표적인 좌파 인물”, “일선 PD들을 선동해 정부 비난 보도에 치중한다”고 평가했다.

MBC는 “문건에는 정보 공개를 청구한 본인을 제외하고는 다 지워져 있는데 다수의 기자와 PD들에 대한 사찰도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찰 대상 정보는 전방위로 수집돼, 심지어 해킹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점거’ 피해자 목록도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문건에 '최승호 PD 등 민간인 다수에 대한 사이버 점거를 시도, 일부 성공' 등 해킹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적혀있다.

MBC '뉴스데스크'의 11월 10일 보도 화면 (사진=MBC)

하지만 사찰 피해가 확인되더라도 처벌은 쉽지 않다.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에 적용되는 ‘직권 남용죄’의 공소 시효가 7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MBC는 앞으로 ‘이명박 국정원’의 언론 장악 전모를 밝히기 위해 추가로 정보 공개를 청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승호 PD는 “형사적인 책임을 묻는 과정이 물론 있었지만 아마 이런 문서들이 충분히 검토가 되지는 않았을 거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정원의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방안’(2010.3.2) 문건이 세상에 공개된 바 있다. 13장 짜리 해당 문건에는 MBC 인적 청산부터 시사프로그램 퇴출, 노조 파괴 방안 등이 담겼고, 실제로 몇 년에 걸쳐 이행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MBC본부가 9월 28일 발간한 <MBC 정상화 4년 그 진실의 기록과 미완의 청산> 10쪽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서 지난 9월 발간한 'MBC정상화 4년, 그 진실의 기록과 미완의 청산' 특보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 MBC 출입 담당관 권 씨와 접촉한 MBC 경영진 가운데 핵심은 전영배 보도본부장이다.

MBC본부는 “당시 국정원 2차장은 MBC 사내 종북세력 척결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로 전영배를 지목했으며 전영배도 법정에서 권 씨의 지속적인 요구를 김재철에게 일부 전달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권 씨가 2011년 6월 19일 작성한 'MBC 경영진 대상 종북 좌파 척결 분발 촉구 결과' 보고서에 “MBC 내 종북세력 척결작업은 김재철 사장 지휘하에 자신(전영배), (안광한) 부사장,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 (PD수첩 관할) 등 4명이 팀을 이뤄 비밀리에 수시로 모여 전략을 숙의하며 진행해 나가고 있다”는 대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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