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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에 3-1, 창단 첫 승 페퍼스로 여자배구 더 뜨거워졌다[미디어비평] 스포츠에 대한 또 다른 시선
장영 | 승인 2021.11.10 14:48

[미디어스=장영] 신생팀 페퍼스가 시즌 첫 승을 달성했다. 기존 팀들이 오랜 시간 팀워크를 갖춰왔고,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는 점에서 신생팀이 1라운드에서 첫 승을 거두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페퍼스는 시즌 첫 경기였던 인삼공사와 경기에서 첫 세트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상대가 어떤 팀인지 몰랐던 인삼공사로서는 호된 신고식을 치른 셈이다. 이후 페퍼스 전력을 분석한 팀들로 인해 고비를 겪기도 했지만, 페퍼스는 예고된 위기를 잘 넘기기 시작했다.

흥국생명과 대결에서 세트마다 2점 차 승부를 펼쳤고, 무패 1위를 달리고 있는 현대건설과는 오히려 2-1로 앞선 상황에서 풀세트 경기까지 치렀다. 비록 현대건설에 3-2로 패하기는 했지만, 페퍼스는 어느 팀과 경기를 해도 쉽게 지지 않는 팀임을 증명했다.

1라운드 무패를 기록한 현대건설이 있다면 무승을 기록한 팀은 마지막 경기 전까지 두 팀이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무승의 두 팀이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하는 대진표까지 만들어져 배구팬들을 환호하게 하는 상황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기뻐하는 페퍼저축은행 선수들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연합뉴스]

페퍼스와 달리, 기업은행은 국가대표 3인방이 포진하고 있는 팀이다. 여기에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최소 상위권에 올라설 것이라는 기대가 시즌 전부터 컸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국가대표 3인방은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고, 오히려 약점만 노출하고 있다. 리시브, 토스가 되지 않으니 공격이 약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3연패까지 이어지자 외국인 선수가 문제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모습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누가 봐도 전체적인 문제이고,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할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며 연쇄적으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임에도, 외국인 선수에게 책임을 지우는 행태는 결과적으로 기업은행이 1라운드 전패에 빠지는 이유가 되었다.

페퍼스와 기업은행의 1라운드 마지막 경기는 모두가 무승 팀이라는 점에서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페퍼스는 팀 창단 후 첫 라운드에서 1승을 거둘 수도 있는 기회를 잡았다. 기업은행은 1라운드 전패를 당하며, 승점 1을 얻은 페퍼스에게도 밀린 꼴찌라는 점에서 무조건 이겨야 했다.

페퍼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부담을 가지지 말고 경기를 하라고 지시했다. 첫승을 거둘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오히려 경기에서 부진하게 만드는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1세트 승부는 중요했다.

김형실 페퍼저축은행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연합뉴스]

1세트를 잡는 팀이 여유롭게 승부를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페퍼스는 큰 부담없이 실책도 최소화한 채 첫 세트를 잡았다. 25-21이라는 점수차가 보여주듯 리드를 당하지 않고 경기를 이끌며 부담이 큰 기업은행을 흔들었다.

2세트에서도 부담이 커진 기업은행은 흔들렸고, 페퍼스는 자신의 페이스를 갖춰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17-17 동점을 만들었지만 기업은행은 서브 범실까지 이어지며 무너졌다. 그와 달리, 페퍼스는 엘리자벳이 높은 타점에서 공격을 이끌며 상대를 압도했다. 

1, 2세트를 내준 기업은행은 벼랑끝에서 3세트를 맞이했고, 라셈과 표승주의 공격으로 승부를 이어갔고, 라셈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하며 힘겹게 25-22로 승리를 따냈다. 4세트는 양 팀 모두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기업은행은 대역전극을 위해 몰아붙여야 하고, 페퍼스로서는 첫 승을 위해서는 물러설 수 없었다.

기업은행은 4세트에서 18-16으로 앞서나가며 승리를 가져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김희진이 무릎 부상으로 나가며 분위기는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페퍼스는 엘리자벳의 연속 공격으로 22-21로 역전에 성공하며 리드를 해갔다.

IBK기업은행 김희진(왼쪽)과 표승주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연합뉴스]

매치포인트 상황에서 엘리자벳의 마지막 공격이 성공하며 페퍼스는 창단 첫 시즌 1라운드에서 첫 승을 거두게 되었다. 이는 불가능에 대한 도전으로 보였지만, 성공했다. 결국 경기는 이름값으로 하는 것은 아님을 페퍼스는 증명했다.

작년까지 기존 팀에서 후보로 머물렀던 선수들, 실업팀에서 활동하던 선수들, 그리고 아직 졸업도 하지 않은 신인들까지 리그 여섯 팀을 이길 수 있을 것이란 지표가 없었다. 팀이 뭉쳐서 훈련을 한 시점 역시 턱없이 부족했다.

컵대회는 선수가 너무 없어서 출전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 확충을 해서 팀을 꾸릴 정도로 열악했다. 이런 팀이 1라운드부터 상대 팀들을 압박하는 강력한 다크호스가 되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여자배구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게 되는 계기는 의외의 상황에서 보이는 재미다. 그런 점에서 신생팀이 몰고 오는 돌풍은 흥미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1라운드를 통해 현대건설의 막강함을 확인했고, 3강 중 2팀인 인삼공사와 칼텍스 역시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2라운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기업은행은 김희진의 부상으로 더욱 큰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2라운드 첫 경기가 인삼공사라는 점에서 연패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현실을 직시해 팀 전체의 문제가 무엇인지 자문하고, 이름값이 아닌 새로운 기업은행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 기회를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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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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