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가 항상 눈에 밟히는 선배. 그렇다고 자신이 풍족하지는 않지만, 후배들이 배를 곯고 있는 것을 못 보는 것이 인간적인 선배의 모습이지 않을까 싶다. 선배라고 다 잘 사는 것도 아니고, 설령 잘 산다 하더라도 베풂에 약한 선배들은 후배에게 어떻게 베푸는지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후배라고 하여 항상 못 사는 것도 아니다. 연예인으로 데뷔해서 힘든 것은 배를 곯는 문제도 있지만, 그보다 어려운 것은 선배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척박한 연예계에서 무리 없이 잘 밟아 나갈지가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어떻게 실력을 갖추고 자신의 영역에 뿌리를 내릴지가 그들의 가장 큰 고민이다.

후배 입장에서 선배들에게 가장 고마운 것은 사실 물질적인 베풂보다는 베려와 같은 마음 씀씀이일 것이다. 돈 십만 원을 쥐어준다는 단순한 생각보다는 그 십만 원을 어떻게 후배에게 전달하느냐가 고마움의 척도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지 않을까 한다.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이 더 어려운 법이란 것은 입장을 바꾸어 보면 알 수 있다. 이 돈을 주면 혹시 받는 이가 안 좋은 마음을 가지지는 않을까라는 걱정 등 받는 이보다 주는 이가 더한 부담감을 갖게 된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쉽사리 마음 써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이 후배들을 위해 항상 조심스레 마음 상하지 않게 차비라도 하라며 돈을 쥐어 주는 것은, 후배들에게 있어서는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보다는 소소한 마음에 감동받는 계기가 된다.

<해피투게더>에 KBS 개그맨실 대선배격인 ‘오재미’와 ‘남희석’, ‘김수용’, ‘김숙’이 나와 한판 허리가 휘도록 웃음을 주고 갔다. 그런데 그들이 나눈 이야기 가운데 그리 신경 쓰지 못했던 선배들의 후배를 위한 배려심이 눈에 띄었다.

‘오재미’는 능청스런 바보 연기와 인물모사에 있어서 타고난 코미디언이다. 한참 활동하지 않았지만 KBS 희극인실 전 회장으로 후배들을 위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밝혀졌다. 자신이 잘 나가던 시절이나 부진한 때 할 것 없이, 월급을 받으면 그 돈 그대로 들고 다니며 후배들의 지갑을 내라고 하여 돈을 조금씩 꽂아주는 마음을 보였다고 한다. 자신은 월세에 살면서 자신보다 더 어려워 보이는 후배를 위한 베풂을 실천하고 살았다는 주변인들의 말은 놀라움이었다.

김숙은 ‘김국진’의 마음 씀씀이가 얼마나 따스한지를 알려줬다. 막 개그우먼으로 데뷔해서 지방 행사를 뛰는데 페이 없이 일한다는 것을 듣고는, 본인이 받은 행사비를 통째로 김숙에게 주며 같이 온 동료 신인 개그우먼과 똑같이 나누어 가지라고 했다며 새삼 김국진의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해 주었다.

신인 개그우먼이라고 해도 똑같은 연예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그에 맞는 페이를 받고 다닐 줄 알아야 한다는 김국진의 숨겨진 말은 그녀가 더욱 더 힘을 내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신인이라고 하지만, 무일푼으로 무대 경험을 쌓으라며 일명 뺑뺑이를 돌리는 것은 선배든 소속사이든 간에 좋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김국진’의 마음 씀씀이가 밝혀진 것은 따스한 마음을 느끼게 한 부분이다. 김숙이 좋아하는 선배로 단번에 뽑을 만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물질적인 면이 아니더라도 후배를 아끼는 마음은 ‘김수용’도 빠지지 않았다. 조금 기이한 행동을 하여 후배들에게 괴팍한 모습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그가 후배를 향해 농담을 하고 장난을 과하게 하는 것은 후배들이 그 생활에 빨리 발 딛기를 원하는 마음이 숨겨진 것이기에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았다.

후배들이 선배에게 느끼는 감동의 사례는 사실 대단한 일이 아니었다. 그 마음이 어떠한 형태라고 해도 느낄 수 있고 실제 배려임을 알게 된다면 그 이상 감동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 큰 것을 주는 것보다 소소한 한마디가 더 값지게 다가오는 것이 배려의 미학이다.

자신이 어려운 시절을 겪어 봤기에 무엇이 어렵다는 것을 미리 파악하고 베푸는 마음이 몸에 밴 ‘유재석’이나 ‘오재미’, ‘김국진’의 마음이 더욱 값져 보이는 것은 무엇보다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알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에 김숙이 반하고 감동하는 것이고, 김경진이나 다른 후배들이 유재석과 김국진에 반하는 것일 게다.

‘웃어주는 것 어렵지 않아요. 웃기지 않을 때 상대가 속을 정도로 웃어 주는 그 마음에 감동하는 거예요 (‘최효종식 개그 어투’)’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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