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계에 ‘라인’이라는 말이 유행한 지도 벌써 수년이다. 연예계 중 특히 예능계는 이 라인이 있느냐 없느냐가 어느새 중요하게 되었고, 라인 편입 여부에 따라서 프로그램에 출연할 확률이 달라지는 것도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경규 라인을 ‘규라인’, 유재석 라인을 부를 때에는 ‘유라인’, 강호동 라인에는 ‘강라인’이라 했고, 그 라인에 있는 예능인들은 눈에 보일 정도로 막강한 힘을 얻어 안정적인 활약으로 인기를 얻게 된다.

대중문화에서 그들을 받아들이는 데 별 이질감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사실 그네들 자체의 명백한 실력을 포함한, 그보다 더 영향력 있는 수장격인 3명의 본원(뿌리깊은나무 표현)의 대중적인 인기를 공유하는 가족이라는 개념에서라도 그들을 친근하게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라인 멤버가 출연하면 그들 모두를 좋아하는 현상이 생기는 것은, 개인의 능력을 넘어 각 멤버를 통해 수장의 인기를 확인하려 하고 안정화하려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또한 그 세력을 확장해 더욱 공고히 만들려는 대중의 숨어 있는 의식이라 봐도 되지 않을까 한다.

따지고 보면 현재 라인이라는 것은 족보를 가진 뿌리의 개념도라 해도 무리는 아니다. 연예계에서 누가 누구를 키워줬네 아니네 하며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습긴 하지만, 그래도 도움을 받은 것은 부인하지 못할 것이기에 현 연예인들도 라인에 편입되길 바랄지도 모른다.

이경규의 ‘규라인’은 현재 기준으로 삼을 때 그가 하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인물들이 대부분 그의 라인이라고 불린다. 그들 스스로 규라인이 되길 바라며 그렇게 불리는 것을 영광처럼 받아들인다.

최근 ‘규라인’에 편입한 인물 중 가장 의외의 인물은 바로 <강심장>과 <스타킹>, <청춘불패>에 출연하는 ‘붐’이다. 그간의 ‘붐’은 이미지상 방송상 명백히 강호동의 ‘강라인’이었다. 제대와 동시에 그는 <강심장>에 중요한 위치로 컴백했고 <스타킹>에도 무혈입성을 했다. 타제대 연예인들과는 다른 파격적인 복귀이기도 했다.

붐은 미리 파트너가 형성된 1박2일의 경우를 빼 놓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안착할 수 있었다. 입대하기 전부터 제대 후 <강심장>으로 컴백할 것이 정해져 있기는 했지만, 그도 강호동이 없었으면 어쩌면 불가한 일이 될 수도 있었기에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호동이 연예계 잠정은퇴를 선언한 이후 뚜렷이 라인이 없었을 ‘붐’은 이경규의 라인으로 이동하게 된다. ‘강라인’으로 알려졌던 ‘붐’이 갑작스레 ‘규라인’이라 하는 부분에서 약간의 놀라움이 있기는 했지만,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 데는 강호동을 이경규가 키워줬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강호동이 연예계에서 완전히 은퇴한 것은 아니기에 그의 라인이 완벽히 해체된 것은 아니지만, ‘붐’은 그 이전 안정적으로 활동할 만한 그룹으로 ‘규라인’을 선택했을 것이다. 연예계 안팎에서는 ‘강라인’이라는 정체성을 줬고, 그렇게 활약했지만 붐이 갑작스레 ‘규라인’으로 라인을 갈아탄 것은 수장인 강호동의 부재와 연관이 된다. 그의 부재로 아직은 많이 부족한 ‘붐’을 키워줄 만한 그릇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고, 연결점도 뚜렷한 이경규가 그를 끌어안음으로 그는 좀 더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릴 수 있게 됐다.

누가 누구를 완벽히 키워줄 수는 없지만, 브리지 역할을 할 수는 있다. 그 나머지 부분은 해당 연예인의 능력이라 봐야 할 것이다. ‘라인’이라는 말 자체가 어느 상황에서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긴 하지만, 한편 무척이나 부정적인 단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붐’이 라인을 갈아 탄 것은 부정적인 것보다 긍정적인 면이 있어 보인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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