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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미디어 확대가 아니라 축소·분산이 언급된 이유광범위한 '공적 책무' 이행·평가 어려워…문제는 사회적 합의 부재 "탑다운 방식으로 제도 만들어"
송창한 기자 | 승인 2021.11.02 08:05

[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디지털 미디어시대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공영미디어의 공적 책무를 축소·분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구체적인 공적책무를 공영미디어에 부여할 때 지배구조, 재원, 평가 등 얽힌 실타래를 풀 수 있다는 얘기다.

10월 29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공공성 회복을 위한 제도 정립 방안' 세미나에서 정준희 한양대 교수는 "수신료가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가 책무성을 잘 수행하지 못해서, 또는 책무성이 불명확하거나 합의되지 못해서가 아닌 것 같다"면서 "(정부가)예산을 쥐고 흔드는 구조, 시민 납부자가 총의가 투영되지 않고 있다고 느끼는 불만을 조화롭게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공영미디어 간 '공적 책무 협약' 체결 과정에서 사회적 논의를 거쳐 시대정신에 맞는 공영미디어 책무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KBS·MBC·EBS 등 공영방송 사옥

정 교수는 "현재의 제도는 모든 것(공적책무)을 다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으로 당장 KBS는 국제방송부터 라디오방송까지 채널을 메우는 데 급급하다. 장애인방송, 재난방송, 소수자·약자 보호 등의 책무도 있다"며 "1개의 영조물에 모든 걸 통과시켜 다 하라는 건 불가능하다. 특징적이고 굵직한 의무만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단, 이 같은 제도개선은 급하게 추진해 일부만 손볼 것이 아니라 수년에 걸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도 전반을 크게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이 TBS 예산 123억원을 삭감을 공적 책무 제도 미비의 사례로 들었다. TBS는 공영미디어를 표방하며 지난해 미디어재단 형태로 서울시로부터 독립했지만 수입의 70% 가량을 서울시 출연금에 기반하고 있다. TBS가 재단법인으로 독립하면서 투표를 통해 선출된 서울시장이 인사 등 권한을 직접적으로 행사하기 어려워지자 오 시장은 예산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 교수는 "예산을 깎겠다는 건 방송하지 말라는 얘기다. 예산을 쥐고 흔든다는 것 자체가 과연 정당한 일인가"라면서도 "대신 조직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는데, 시민 지지를 받아 시장에 당선돼 예산압박을 하는 것이다. 결국 시민의 총의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TBS 조례에서 '재단의 기본 재산은 서울시의 출연금 및 그 밖의 수입금으로 조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TBS 재단법인화를 허가했지만 TBS가 요청한 상업광고는 공공성 저해 우려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 오 시장의 예산압박이 부당한 이유다. 하지만 공영미디어는 이런 상황이 도래한 이유를 고민해 시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 지적이다.  

최용준 전북대 교수는 "왜 모든 걸 한 사업자가 맡아야 하는가, 당연히 고민되는 부분이다.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걸 아는데 여전히 그렇게 부담하고 있다"며 "공영방송이 꼭 맡아야 하는 부분이 있고, 그 외 다양성 추구하는 다른 채널이 있어도 괜찮은데 왜 우리는 하나의 공영방송에 다 집중시키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사회적 합의를 하지 않았는데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공영방송 제도를)그렇게 만든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유럽사회를 보면 공공서비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서 간다. 우리는 지금도 사회적으로 납득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나라 공영방송의 가장 큰 문제다. 사회적 합의가 안 된다면, '공영방송법' 안에 책무를 정의하고 시스템 속에서 책무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47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돼 있는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 CoE)는 공영방송의 원칙을 논의해 권고사항을 마련한다.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 오프콤(Ofcom)은 공영미디어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보고서 '스몰스크린:빅디베이트' 발간 과정에서 전문가뿐만 아니라 100명 이상의 이해관계자, 4000명 이상의 설문조사응답자 등의 참여를 보장하고 각 지역 워크숍을 거쳤다.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미디어 공공성 회복을 위한 제도 정립 방안' 세미나 (한국방송학회 유튜브)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협약' 제도를 사회적 논의의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지금까지 공영방송 체제가 국가와 정당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왔다면, 이를 바꿔내는 제도로 '협약'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공영방송이 스스로 목표를 세워내는 과정에서 시민사회, 국가, 시장이 다 모여 합의를 이뤄내 그에 맞는 재원 논의를 하는 것"이라며 "결국 민주주의 기본원칙인 운영주체 간의 숙의토론과 합의를 반영하는 제도적 변화여야 한다. 함께 약속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기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재허가 제도를 공적 책무 협약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공적책무가 구체성을 갖지 못하고, 사회적 합의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협약제도를 국가 주도로 운영할 경우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최선욱 전 KBS 공영미디어연구소장은 현 시대에 맞는 공영미디어의 정의와 역할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최 전 소장은 "1973년 KBS를 만들 때 역사적 배경을 보면, 한국적 상황에서 공영방송 제도라는 건 국가가 시민사회에 던져주다시피 한 것, 또는 국가에 의해 특별한 목표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 원래 공영방송이 뭐였는지, 진전된 방식으로 다시 재구조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최 전 소장은 한국의 미디어 공공성 회복을 위해 공공성 책무와 개념뿐만 아니라 재원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언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디어 공적재원의 비중이 곧 그 나라의 미디어 공공성 척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전 소장은 영국·독일·한국의 GDP대비 수신료 규모를 설명했다. 이들 국가의 수신료 규모는 독일 96.1억 달러, 영국 52억 달러, 한국 6억 달러 수준으로 이를 GDP 대비 비율로 환산하면 독일 0.25%, 영국 0.2%, 한국 0.037% 정도다. 최 전 소장은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는 분명 시시비비를 잘 따져야 하지만, 공공성 담론을 하나의 개념이나 추상적 문제로 보는 것과 더불어 과연 공적 역할을 하기 위한 재원을 사회적으로 얼마나 투여하는가는 보면서 얘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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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한 기자  sch696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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