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에서 패배해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뭐 들었을 법한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가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무한도전>의 멤버로 ‘노홍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노홍철은 실로 절묘한 타이밍에 패배를 이용한 행운의 기회를 얻었다. 그간 눈치 못 챌 정도의 일부 시청자들의 ‘노홍철’을 향한 안 좋은 시선이 쌓이고 있었던 것은 그에게 찾아올 위기를 예상케 하는 그림이었다. ‘힘을 이용해 하하를 무시를 한다는 반응’과 ‘종편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안 좋은 반응’ 등 그를 둘러싸고 조금씩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겨나는 상황은 그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었다.

방송 상 충분히 할 수 있는 콘셉트임에도 불구하고 ‘노홍철’이 하하를 꼬마 취급하고 더 나아가 막내 동생 취급하면서 놀려먹는 장면들은 일부 시청자들에게 은근한 자극을 주며 알게 모르게 비호감의 이미지를 늘려가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어떠한 상황이라도 방송이라는 것을 감안해 웃으며 즐기는 패턴이 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쌓인 비호감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 시청자들은 노홍철을 여러 상황들에 대입하며 안 좋게 보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 노홍철에 대한 공격 댓글들이 늘어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렇게 쌓여가던 비호감 이미지를 떨쳐 줄 수 있는 계기는 ‘노홍철’이 이번 대결에서 패하면서 자연스럽게 취득한 부분이라 해야 할 듯하다.

매번 꼬마 이미지의 ‘하하’를 괴롭히는 듯한 행동과 은근히 말을 자르며 파고들어 무시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말투는 애드리브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 시청자들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 무언가를 주었던 듯하다. 그래서 이번 대결이 성사되면서 일부 시청자들이 바란 것은 ‘하하’의 승리였을 것이다. 그간의 생각들에 대해 복수전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하하가 이기는 것을 응원하게 된다.

2회 방송을 통해서 5라운드 중 4대 1로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 있는 것은 예상을 깬 ‘하하’쪽이다. 남은 라운드가 5라운드라고 하지만 확률상 이기기는 힘든 스코어가 되어 버린 상황에 시청자들은 ‘하하’의 승리를 기대하며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하하’의 승리가 낙관이 되는 상황에 그 기쁨만 누리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노홍철’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는 시청자가 대결 방송 전보다 늘었다는 것은, 노홍철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 해야 할 것이다. 분명 스코어 상 대결에서 지는 부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실리로 따져보면 오히려 ‘하하’보다 더 이득을 취할 이는 노홍철이다. 결과로 주어지는 것은 ‘한 달 간 아우되기’라지만, 그것은 친구로서 그리 지낼 수 있는 문제이기에 별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노홍철은 이 대결로 인해서 시청자들에게 최선을 다한 이미지와, 매 라운드 패하면서 진심을 다해 죄송해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생기는 호감이미지는 더할 나위 없는 보너스라 해야 할 것이다. 그가 다친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지금까지 방송에서 비춰졌던 모습이 친분에서 나올 수 있는 애드리브라는 명확한 경계를 알려줌으로 이번 대결은 그 의미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섰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이런 큰 게임을 하느냐’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방송인에게는 그 작은 위험성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자신을 위해 같은 편에 서주는 팬들의 기대를 못 이루어 준 것에 대한 죄송함을 큰 절을 하여 사죄하는 모습은 단순한 립서비스 이상의 진심을 보여주는 장면이라 해야 할 것이다. 어릴 때 부모님에게 배운 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라’였는데, 이 자리를 찾아 주고 자신의 승리를 위해 움직여준 팬들이 탈락한 것에 대해 진심을 다해 죄송하다고 표현한 것은 그를 다시 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부분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이 거의 확실시됐던 ‘노홍철’이 의외로 패하는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노홍철이 패해서가 아니라, 노홍철이 지며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던 하하가 승리한 것은 약자도 강자를 꺾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홍철이 다른 여러 게임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얻을 이득은 패한 것보다 더욱 많은 숫자가 될 것이다. ‘하하’가 이번 대결의 승리로 손해 날 것 없는 이득을 취하는 수준이라면, ‘노홍철’은 이번 대결의 패배로 인해 더욱 큰 것을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둘 다 이득을 얻은 대결이 될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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