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에서 패배해 이득을 챙길 수 있다는 말을 들어 보았는가? 뭐 들었을 법한 이야기지만, 이런 이야기가 실제 적용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무한도전>의 멤버로 ‘노홍철’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노홍철은 실로 절묘한 타이밍에 패배를 이용한 행운의 기회를 얻었다. 그간 눈치 못 챌 정도의 일부 시청자들의 ‘노홍철’을 향한 안 좋은 시선이 쌓이고 있었던 것은 그에게 찾아올 위기를 예상케 하는 그림이었다. ‘힘을 이용해 하하를 무시를 한다는 반응’과 ‘종편 방송에 출연하는 것에 대한 안 좋은 반응’ 등 그를 둘러싸고 조금씩 안 좋은 이미지가 생겨나는 상황은 그를 자유롭지 못하게 만들었다.
실제 노홍철에 대한 공격 댓글들이 늘어가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그렇게 쌓여가던 비호감 이미지를 떨쳐 줄 수 있는 계기는 ‘노홍철’이 이번 대결에서 패하면서 자연스럽게 취득한 부분이라 해야 할 듯하다.
매번 꼬마 이미지의 ‘하하’를 괴롭히는 듯한 행동과 은근히 말을 자르며 파고들어 무시한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말투는 애드리브 상황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일부 시청자들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는 그 무언가를 주었던 듯하다. 그래서 이번 대결이 성사되면서 일부 시청자들이 바란 것은 ‘하하’의 승리였을 것이다. 그간의 생각들에 대해 복수전을 할 수 있는 기회이기에 하하가 이기는 것을 응원하게 된다.
동시에 ‘노홍철’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밝히는 시청자가 대결 방송 전보다 늘었다는 것은, 노홍철에게는 더 없이 좋은 기회라 해야 할 것이다. 분명 스코어 상 대결에서 지는 부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실리로 따져보면 오히려 ‘하하’보다 더 이득을 취할 이는 노홍철이다. 결과로 주어지는 것은 ‘한 달 간 아우되기’라지만, 그것은 친구로서 그리 지낼 수 있는 문제이기에 별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노홍철은 이 대결로 인해서 시청자들에게 최선을 다한 이미지와, 매 라운드 패하면서 진심을 다해 죄송해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생기는 호감이미지는 더할 나위 없는 보너스라 해야 할 것이다. 그가 다친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지금까지 방송에서 비춰졌던 모습이 친분에서 나올 수 있는 애드리브라는 명확한 경계를 알려줌으로 이번 대결은 그 의미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섰다고 해야 할 것이다. ‘아무 것도 아닌 일로 이런 큰 게임을 하느냐’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이미지가 생명인 방송인에게는 그 작은 위험성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면 더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모든 부분에서 이길 수 있는 조건이 거의 확실시됐던 ‘노홍철’이 의외로 패하는 장면들은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노홍철이 패해서가 아니라, 노홍철이 지며 상대적으로 약해 보였던 하하가 승리한 것은 약자도 강자를 꺾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노홍철이 다른 여러 게임에서 진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얻을 이득은 패한 것보다 더욱 많은 숫자가 될 것이다. ‘하하’가 이번 대결의 승리로 손해 날 것 없는 이득을 취하는 수준이라면, ‘노홍철’은 이번 대결의 패배로 인해 더욱 큰 것을 얻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둘 다 이득을 얻은 대결이 될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