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30일 내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0일’이라는 기간은 너무 짧고, '10만 명'이라는 동의자 수 역시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성립된 청원의 심사 기간을 21대 국회 마지막날 까지로 연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국회 청원이 성립되기 위해선 30일 내 100명에게 ‘청원 공개 찬성’ 동의를 얻어야 한다. 또 100명의 동의를 얻어 청원이 국회 홈페이지에 게재되면 30일 내 10만 명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한 청원만 국회에 전달된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국회 국민동의청원은 3311건에 달하지만, 성립된 청원은 0.8%인 26건에 불과하다.

4.16연대·민주노총·차별금지법제정연대·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국민동의청원 기준 완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미디어스)

국회가 성립된 청원의 심사를 기약없이 연장하기도 했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3월 '낙태죄 폐지' 청원 심사 기간을 '2024년 5월 29일까지'로 연장했다. 2024년 5월 29일은 21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청원이 회부된 날부터 90일 이내 심사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해야 하지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심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4.16연대·민주노총·차별금지법제정연대·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13일 국회 정문 앞에서 국민동의청원 기준 완화와 실효성 강화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국회는 허울뿐인 국민동의청원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국민에게 발언권을 준다는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국민을 우롱하는 제도”라고 지적했다.

양동규 부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청원은 특정인의 이해관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를 없애기 위한 청원이다. 이런 청원이 국민동의청원을 통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아직까지 잠자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부위원장은 “또한 청원인의 의견을 듣는 절차도 없다”며 “국회가 10만 명의 국민을 이렇게 대접하는 것인가”라고 따져물었다.

장예정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코로나19로 모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람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한다”며 “30일 안에 10만 명을 채워야 하는 요구에 성실히 임했음에도 국회는 약속을 내팽개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장 위원장은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청원이 국회에 전달됐지만 언제 회의하는지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헌법상 평등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선영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간사는 “국회의원 중 총선에서 10만 표 이상 얻은 사람이 얼마나 있나”면서 “10만 동의자를 무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회에 전달된 청원 중 차별금지법·낙태 찬성·반대 청원이 있는데, 각각의 주장에 대한 논의와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 간사는 국민동의청원 기준을 '60일 내 5만 명 동의'로 변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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