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김학균 신임 OBS 대표이사 전무의 첫 인사·조직개편이 구성원들 반발에 직면했다. 최근 OBS 내부에서 김 대표가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전횡을 일삼고 있다는 전국언론노동조합 OBS지부과 직능단체 성명이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가 신설한 '방송영상센터'는 분사를 통한 구조조정 목적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편성과 제작이 통합돼 자체 프로그램 비율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과거 성추행으로 정직 처분을 받은 인사를 승진시키는 등 밀실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김 대표는 지난 1일자로 '방송영상센터'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각 부서에서 OBS의 영상 직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을 방송영상센터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보도국 카메라기자, 영상편집 기자, 시사·다큐 등을 제작하는 촬영감독, CG 감독 등 영상 전문가들이 모두 방송영상센터로 인사이동을 하게 됐다. 새로 임명된 전종필 방송영상센터장은 카메라기자 출신으로 정년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학균 OBS 대표이사 전무 (사진=OBS)

한 OBS 관계자는 구성원들이 영상부문 외주화와 노동 유연화를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보도국에서 각 출입처와 현장을 지키던 카메라기자들이 자리를 비우게 됐다. OBS 영상기자협회(보도영상팀)는 성명을 내어 "누가봐도 다음 그림이 그려지는 모양새다. 분사를 하던가 보도영상팀의 존재를 OBS에서 없애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OBS 영상기자협회는 "그동안 회사의 정책 결정자라는 사람들이 책상머리에 앉아 생존이라는 명목으로 주판을 두드리는 동안, 현업에 있는 영상기자들은 출입처와 현장을 지켜왔다"며 "영상기자들이 보도국을 떠나는 엄청난 개편에는 협의를 했어야 했다. OBS 미래에 대한 대화는 사라지고 '밀실 조직개편'으로 더욱더 불신을 쌓아 올렸다"고 질타했다.

OBS 촬영인협회(영상미술팀)도 성명을 내어 "사옥 이전을 앞두고 분사를 염두에 둔 조직개편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영상미술팀에 스케줄이 비는 인원을 보도국 뉴스제작에 투입할 수 있다는 의도도 담겨진 조직개편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OBS 촬영인협회는 "개국초 18명이었던 영상팀은 이직과 전직, 자발적 퇴사, 타부서 발령과 파견 등으로 현재 11명만이 근무하고 있다"며 "4~50대로 구성된 고령화 조직으로 이 구성원들은 주 52시간 규정도 어겨가며 혼자서 다큐물을 촬영하고, 스튜디오 장비세팅과 녹화를 하고, 타부서 발령과 파견근무도 감내해오고 있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촬영인협회는 "우리 인력이 남아돌아 보이는가. 구성원이 컨베이어벨트의 기계처럼 휴일도, 휴가도, 휴식도 없이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김 대표에게 영상미술팀 업무를 가볍게 여기는 근거를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김 대표는 유재명 신임 방송본부장, 고영규 신임 경기총국장 등의 인사를 단행했다. 유 본부장은 김 대표의 단국대·경기일보 직계 후배다. 고 경기총국장은 과거 성추행으로 정직 처분을 받아 OBS 노조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언론노조 OBS지부는 성명에서 "김 대표의 첫 인사(人事)는 만사(萬事)가 아닌 망사(亡事)"라고 했다.

언론노조 OBS지부는 "김 대표는 불과 두 달 전 취임 일성에서 '오로지 화합과 조직 발전을 우선시 하겠다'고 밝혔다. 이 인사 어디에서 화합을 찾을 수 있나"라며 "과거 김 대표가 보도국장으로 있던 시절 중징계를 막아주었다는 의혹과 미디어 본부장 시절 총국장 대행으로 임명했던 사실과 대표가 된 이후 정식 총국장으로 발령하는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편성·제작국은 통합됐고, 콘텐츠전략국(사업국)이 신설됐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OBS지부는 "방송 제작의 전문성보다 직원들을 부리기 쉽게 하고, 자체 프로그램을 통한 경쟁력 확보보다 구매 프로그램과 사업 위주로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뜻"이라며 "PD들은 제작 축소의 신호탄으로 인식하며 프로그램 질적 향상에 타격을 줄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 2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화제성'과 '가치구현'에 초점을 맞춘 콘텐츠를 제작해나가겠다는 입장과 함께 경기방송 인수 의지를 밝혔다. 이어 김 대표는 OBS 구성원들을 향해 "퇴직할 때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며 "젊은 후배들이 비전 없이 탈출하는 회사가 아니라 내부적으로 텐션이 높은 회사를 스스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경기일보 기자 출신으로 1998년 iTV경인방송에 입사해 2006년부터 OBS에서 보도국장, 경영국장, 미디어전략국장, 미디어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김 대표는 직장 내 괴롭힘, 음주운전, 업무 중 골프, 한나라당 지방선거 후보 대변인 등의 전력으로 OBS 주요보직을 거칠 때마다 구성원 반대에 직면했다.

OBS는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기방송 사업자 공모 참여를 공식 선언한 상태다. OBS는 신규사업자와 달리 방송광고 결합판매가 가능하고, 수도권에 지역네트워크와 인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OBS는 제작비 투자 미이행 등으로 2019년 방통위로부터 '허가 취소' 조건의 재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말 2016년 제작비 투자 재허가 조건도 이행하지 못해 방통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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