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초보 연인들의 대표적인 모습은 무엇일까? 그렇다면 넌덜머리 난 반백 년 부부의 모습은 또 어떤 모습이 생각이 나는가?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은 시작하는 연인과 오래된 부부의 엇나간 관계를 풀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흔히 이성에 호기심을 가지고, 호기심을 넘어 호감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사귀어 가는 과정에서 어색한 관계에 놓이고는 한다. 누구보다도 친한 관계가 되고자하는 이 관계가 더 없이 어색하고 불편한 관계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은 흔히 말하는 ‘지나침’이라는 배려 때문일 것이다.

이 ‘지나침’이라는 단어는 연인 관계나 연인으로 발전해 나가는 관계들 속에서 나오는 배려를 말한다. 예의 없음이 지나치기보다는 예의를 너무 차려서 실수가 나오고, 배려를 지나치게 하여 어색해지는 분위기는 초보 연인들에겐 흔하게 보이는 모습이다.

친구에서 연인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는 이런 경우가 덜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들도 예외일 수는 없는 법. 좋은 감정이 생기고 남들에게 우리 이제 연인이라고 외치는 순간, 그동안 느끼지 못한 그 뻘쭘함이란 말로 설명하기 힘든 순간이 온다.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 뭔가 경계선을 그으며 좀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고자 하지만, 그때부터 그들의 관계에는 뭔가 특별한 배려로 인한 어색한 기류가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나 친한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을 때에도 이런 오그라드는 상황이 생기는데 생초짜 연인들이라면 또 오죽하겠는가.

윤지석(서지석)은 그간 흠모하던 박하선 선생과 드디어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짝사랑만 하던 이에게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큰 것이 바로 이 상황. 세상에서 가장 떨리는 첫 데이트, 조금이라도 실수하지 않으려는 지석은 실수투성이 시간들을 보낸다.

하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새로운 관계를 맞이한 연인 지석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별반 다를 바 없이 크기만 하다. ‘무엇을 이야기해야 할까?’, ‘어떤 이야기를 해야 나에게 더 호감을 느끼게 될까?’, ‘어떻게 해야 더 멋지고 예쁘게 보일까?’라는 생각은 두 사람의 머리를 헤집어 놓게 된다.

나름 준비하겠다고 하는 지석은 인터넷을 뒤지며 ‘빵 터지는 개그’를 찾고, 그것은 약할까 싶어서 ‘빵빵 터지는 개그’를 검색하는 열의를 보인다. 하지만 지석의 유머는 공식처럼 외운 것이기에 하선에게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 하선의 입장에서는 애인이 된 사람이 얘기하는데 웃지 않을 수도 없는 법, 열심히는 웃어준다.

서로 작은 모습이라도 더 예쁘고 멋지게 보이려는 마음이 생기면서 어색함이 두 사람의 주변에 흐르는 순간, 제일 먼저 나오는 결과는 바로 실수다. 그 실수는 지갑을 놓고 나가는 실수로 이어지고, 극장에서 재미있는 영화를 보다가 코를 ‘드르륵’거리며 실수하는 순간 또 하나의 실수인 콜라를 엎는 실수를 하게 되는 흐름으로 이어진다. 애인의 실수가 남들에게 안 좋게 보일까 냉큼 자신이 한 것처럼 코를 ‘드르륵’거리는 지석의 배려는 ‘내 여자’가 될 사람을 위한 배려로 귀엽기까지 한 모습이었고, 공감을 일으키는 모습이기도 했다.

이 초짜 연인들은 서로에게 너무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실수를 연발하게 되지만, 그에 비해 부부 생활 22년차 내상과 유선의 관계에선 건조한 모습들만 나온다. 일 년에 한 번인 결혼기념일조차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상은 유선에게는 웬수처럼 보인다.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두 번째라고 해도 결혼기념일이라고 했는데도, ‘그러면 친구를 만나지 말라는 거냐’라고 말을 받아 치는 내상은 꿀밤 스물 두 대를 때려도 분이 안 풀릴 건조한 모습이었다. 이에 유선은 작은 분노가 쌓이게 된다.

그러나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은 작은 답으로 대신 그 상황을 정리해 준다. 해결법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내놓은 답은 역으로 생각하자는 것이다. 초짜 연인은 십수 년 부부처럼 자연스럽게 다가가길 답으로 주고, 십수 년 부부는 지금 시작하는 연인처럼 서로를 배려하면, 싸우거나 부자연스러운 상황에 놓일 일은 없노라. 드라마는 그렇게 답을 제시해 준다.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중문화. 그 곳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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