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커플이 있다면 아마도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 커플일 것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찌질함의 극치였던 고영욱과 박하선의 사랑은 눈에 거슬리는 구도였을 것이다. 그래서 고영욱과의 이별씬에서 아쉬워하기보다는 차라리 잘 됐다며 박하선이 윤지석과 연결되기를 응원하는 덧글이 봇물 터지듯 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분명 자신들도 이해를 할 수 없는 불합리한 부분이 있음에도 애써 덮고 좀 더 잘난 사람을 응원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난 연인인 고영욱과의 이별에는 서로 오해할 수밖에 없는 일들이 생겨 결국 이별하게 되는데 이조차도 눈을 감아주는 모습이다.

과거 찌질함의 극치였던 남자라고 해도 한 여자를 만나 조금이라도 더 당당해지고 싶고 좀 더 잘 해주고 싶은 마음을 표현하며 발전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시청자들에게 이미 고영욱은 못난 애인의 표본으로밖에 남아있지 못한 듯하다.

서지석과의 교감이 이루어지기까지, 끊임없이 안 보이는 곳에서 자신을 아껴주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서 박하선과의 연인 관계로 나아가는 것은 사실 상투적인 스토리라 해야 할 것이다. 고영욱 같은 미운 오리가 성장하여 백조가 되는 스토리도 많았지만, 또 그를 통해 가능하지 않은 스토리가 이어지는 부분은 묘한 쾌감을 주기도 하는데 시청자들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다.

어느 날 자신도 몰랐던 감동할 사연들을 가득 안고 나타난 흑기사가 있었고, 새삼 그 모든 것을 알 때 느끼는 감동이야 말을 더 하면 무엇 하랴! 사실 찌질하고 모자라도 옆에서 자신을 바라봐 주던 사람이 떠난 것은 허망함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또 한 사람이 나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향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 흐름대로 진행되는 것은 전형적인 연애드라마 공식과도 같아서 그들의 모습이 예쁘지만 뭔가 아쉬움이 생긴다. 이 드라마는 ‘시트콤’이다. 전형적인 연애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시트콤다운 웃음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

고영욱과 박하선의 연인 관계는 뭔가 부족해 보였지만, 그 부족한 면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부분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부분을 온전히 채워주는 사람이 나타나 연결되자 관계는 싱거운 양상을 띠게 된다. 그들의 연결점이 한 편의 연애드라마가 끝난 듯한 기분을 주기에 맥이 풀리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에 대비되어 종석과 지원의 관계는 좀 더 타이트한 맛을 보여준다. 어릴 적 순수한 짝사랑 속에서 보이는 그 순박한 설렘을 너무나 잘 표현해 준다는 점과 동시에 웃음까지 던져주는 것이 시트콤이라는 장르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지고 있다.

이전 고영욱과 박하선의 관계는 뭔가 찌질하면서도 투박한 연인 관계의 줄타기가 있었다면, 이제 종석과 지원의 짝사랑 관계는 순박한 그 무언가가 시청자들을 끌어당기게 되는 작용점으로 다가서는 듯하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하지원의 입술에 거품이 묻자, 현빈은 똘추왕자님의 멋진 모습으로 달콤한 키스를 하여 뭇여성들의 가슴에 뜨거운 불을 지폈다. ‘하이킥3’는 이 장면을 패러디하여 종석과 지원의 가슴 뛰는 짝사랑 관계에 녹여낸다.

아무래도 학생이다보니 커피보다는 우유를 선택해 우유가 입술에 묻는 설정을 한다. 그러나 짝사랑하는 남학생에게 그 모습은 중요한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짝사랑하게 된 여자 아이에 입술에 우유가 묻었는데 설렘이 극에 달한 것이다. 이후 지원의 그 입술에 새겨진 우유 흔적은 머리에 계속 남아, 가는 곳 어디에도 그 모습이 연상되고 만다.

종석의 짝사랑은 어린 남자의 마음이든 성장한 어른의 마음이든, 약간은 소심한 듯 순수한 사랑을 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옆에 앉기만 해도, 잠시 손이 스쳐도 설레는 마음, 그녀가 무엇인가 무심코 해 줄 때 느끼는 희열, 그 모든 것이 행복감이 되어 돌아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보인 종석의 지원에 대한 묘한 기류의 짝사랑은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의 끈을 쥐고 지켜보는 맛을 안겨준다. 긴장감에 있어서는 오히려 지석과 하선을 뛰어 넘는 관계라 해야 할 것이다.

‘길러틴 초크’는 너무하다 ‘니어 네이크드 초크’를 시전한 지원의 조르기에 얼굴은 홍당무가 되어, 질식한 모습을 보이며 기절하는 종석의 모습은 설렘과 쑥스러움으로 가득 찬 모습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시트콤의 특징을 보여주었다. 그에 비해 지석과 하선은 애절한 사랑의 연결이었지만 못내 심심한 맛을 주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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