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에 방법론이 정해진 것은 아니나, 어떠한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물론 풍자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른 면은 있으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어떤 것을 이해하려 할 때 한 번 꼬아서 생각하는 것을 즐긴다. 진한 맛이 우러나는 풍자를 더욱 선호하는 것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젊은이들은 때로는 비수처럼 날카롭게 표현하는 풍자 개그도 좋아하나, 자신이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음을 느낄 때 또 다른 감동을 받고는 하는데 <무한도전>은 그런 것들을 너무도 잘 소화해낸다. <무한도전>의 풍자는 한 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또 그 흐름에 의미를 던져 넣지 않는 적은 거의 없다. 시청자가 바란다고 해서 매번 대단한 의미의 메시지를 넣을 필요도 없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화젯거리나 이슈를 표현하지 않은 적도 없다.

‘무도’는 단지 웃음을 주기 위한 풍자 개그의 1차원적인 표현법이 아닌 드라마 구조를 가져다 의미를 표현하기에 큰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꽁트는 짧은 시간 안에 상황극을 만들어 그 속에 담긴 것을 전달해 주는 표현 방식을 쓴다. 하지만 드라마의 구조는 조금 더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시간의 흐름 속에 의미를 얹어 주는 방법이 좀 더 세밀하고 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서 전달하기보다는 배우들이 보여주는 시간의 흐름과 그들이 사회 속에서 만들어 내는 모든 것들을 집약시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무한도전>이 표현하는 풍자는 그래서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간혹 존재한다. 그 의미를 담은 사람이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는 한, 밝히지 않은 의미는 시청자들이 찾아야 하는 것이 <무한도전>식 풍자드라마이다. 그래서 <무한도전>에는 찾는 맛이 있다. ‘무한상사 특집’은 한결 수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드라마 형 흐름의 풍자를 주로 쓰지만, ‘무한상사’는 어떤 분기별 정리를 하는 입장에서 비교적 직접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연말대상 시상식이 이루어진 이후 촬영된 ‘무한상사 특집’은 한가하게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벼운 컨셉의 특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차도 쉽게 가지는 않았다. 풍자 개그의 드라마 연출법은 역시 조금은 달리 드러났다. 주 타깃이 된 것은 연말대상 시상식에서의 이해 못할 기준과 결과에 대한 풍자였다. 특히 KBS연예대상이 직접적인 풍자의 대상이 되었다.

KBS연예대상은 대상 후보에 있지도 않았던 <1박2일>팀에 시상을 했다. 대중은 이 상의 공정성에 대해 끊임없이 문제제기를 했고, 여론의 분위기를 읽은 언론조차도 KBS연예대상의 공정성에 대해 좋지 않은 반응을 내기도 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풍자나 웃음거리로 만드는 일도 많아졌다. 김병만과 이수근이 출연하는 <상류사회>에서는 이수근이 <1박2일>로 대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난 같이 주는 상은 받지 않을 거야'라며 약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고, 'KBS연예대상'은 아직도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무한도전>이 표현한 KBS연예대상의 풍자는 2011년도 최고의 활약상을 보인 멤버를 뽑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3/4분기까지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정형돈’과 멤버들이 인정하는 ‘하하’를 최고로 뽑아 놓고, 누가 더 큰 활약을 했는지를 가리는 자리에서 정준하를 최고의 활약을 펼친 멤버라 하며 수상한 것은 큰 웃음을 주었다.

이는 KBS연예대상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정준하는 후보에도 없는 멤버였기 때문이다. 후보에 등록이 안 된 정준하가 정형돈과 하하가 겨루는 무대에서 상을 가져간 것은 ‘KBS연예대상’과 비교해 한 치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어이없는 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MBC연예대상 시상식에서도 룰을 바꾸지 않았다면 '정형돈'이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은 충분했다. 그러나 대상을 개인에게 주지 않기로 하면서 유재석이 대상에서 한 단계 강등되어 정형돈이 받을 수 있는 상을 못 받은 것은 무척이나 억울할 수 있는 면이 있었다. <무한도전>은 이를 표현하는 과정에 드라마식 풍자를 섞어 냈다. 직접적인 메시지보다는 한 편의 긴 꽁트 속에 의미를 넣어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것은 여러 번 되새김질을 하여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요소로 놀라움을 줬다.

이 외에도 유재석은 박명수에게 ‘십잡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어 정준하의 부러움을 샀다. 정형돈은 자신에게도 ‘무한상사’에서 컨셉과 별명 붙여달라는 진상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여 더 큰 웃음을 유발해 냈다. 직장에서의 모습들을 세세하게 녹여낸 장면은 명장면으로 남을 만한 장면들로 가득했다. 이번 <무한도전 – 무한상사 특집>은 두 편의 단편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중문화. 그 곳을 말한다.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