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자에 방법론이 정해진 것은 아니나, 어떠한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는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듯하다. 물론 풍자는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른 면은 있으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어떤 것을 이해하려 할 때 한 번 꼬아서 생각하는 것을 즐긴다. 진한 맛이 우러나는 풍자를 더욱 선호하는 것이 이 시대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젊은이들은 때로는 비수처럼 날카롭게 표현하는 풍자 개그도 좋아하나, 자신이 생각지 못한 부분이 있었음을 느낄 때 또 다른 감동을 받고는 하는데 <무한도전>은 그런 것들을 너무도 잘 소화해낸다. <무한도전>의 풍자는 한 편의 드라마라 할 수 있다. 웃음을 잃지 않으면서도, 또 그 흐름에 의미를 던져 넣지 않는 적은 거의 없다. 시청자가 바란다고 해서 매번 대단한 의미의 메시지를 넣을 필요도 없지만, 시대의 흐름 속에서 화젯거리나 이슈를 표현하지 않은 적도 없다.
‘무도’는 단지 웃음을 주기 위한 풍자 개그의 1차원적인 표현법이 아닌 드라마 구조를 가져다 의미를 표현하기에 큰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꽁트는 짧은 시간 안에 상황극을 만들어 그 속에 담긴 것을 전달해 주는 표현 방식을 쓴다. 하지만 드라마의 구조는 조금 더 복잡한 단계를 거친다. 시간의 흐름 속에 의미를 얹어 주는 방법이 좀 더 세밀하고 긴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직접적인 대사를 통해서 전달하기보다는 배우들이 보여주는 시간의 흐름과 그들이 사회 속에서 만들어 내는 모든 것들을 집약시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연말대상 시상식이 이루어진 이후 촬영된 ‘무한상사 특집’은 한가하게 브리지 역할을 할 수 있는 가벼운 컨셉의 특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조차도 쉽게 가지는 않았다. 풍자 개그의 드라마 연출법은 역시 조금은 달리 드러났다. 주 타깃이 된 것은 연말대상 시상식에서의 이해 못할 기준과 결과에 대한 풍자였다. 특히 KBS연예대상이 직접적인 풍자의 대상이 되었다.
<무한도전>이 표현한 KBS연예대상의 풍자는 2011년도 최고의 활약상을 보인 멤버를 뽑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3/4분기까지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정형돈’과 멤버들이 인정하는 ‘하하’를 최고로 뽑아 놓고, 누가 더 큰 활약을 했는지를 가리는 자리에서 정준하를 최고의 활약을 펼친 멤버라 하며 수상한 것은 큰 웃음을 주었다.
이는 KBS연예대상이 생각날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정준하는 후보에도 없는 멤버였기 때문이다. 후보에 등록이 안 된 정준하가 정형돈과 하하가 겨루는 무대에서 상을 가져간 것은 ‘KBS연예대상’과 비교해 한 치 다를 바 없는 결과를 보였기 때문에 어이없는 웃음을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유재석은 박명수에게 ‘십잡스’라는 별명을 붙여주어 정준하의 부러움을 샀다. 정형돈은 자신에게도 ‘무한상사’에서 컨셉과 별명 붙여달라는 진상을 피우는 모습까지 보여 더 큰 웃음을 유발해 냈다. 직장에서의 모습들을 세세하게 녹여낸 장면은 명장면으로 남을 만한 장면들로 가득했다. 이번 <무한도전 – 무한상사 특집>은 두 편의 단편드라마로 만들 수 있는 내용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장면들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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