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4의 투입으로 한결 안정된 <해피투게더>가 순항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반대로 어수선하다는 반응이 이어지는 것은 어느 한 곳에 집중할 수 없는 분산되는 배치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누구에게 집중해야 할지 시청자들은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작은 문제들은 카메라 앵글을 조절함(풀샷보다는 단독샷 위주)으로 어느 정도 어수선한 분위기를 풀어줄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하지만 이곳저곳에서 서로 조금이라도 의견을 피력하려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나올 때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해결할 길이 없어진다. 바로 여기서 진가를 발휘해야 하는 것이 메인 진행자의 몫이다.

처음에는 실험적으로 테스트하는 시기인지라 무엇이라도 해보자는 서로간의 동의하에 좀 어수선하기는 했지만 러프한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지며 몇 주가 소모되었고, 이후 서서히 자리가 잡혀 이제는 처음과는 달리 어수선한 면이 상당수 사라졌다. 기존 <해피투게더>에서 이루어진 게임이 ‘손병호 게임’이 전부였고 나머지는 토크였다면, 이제는 토크 중간 언제라도 게임이 등장하며 많은 인력들을 이용할 수 있는 단계로 진화해 제법 큰 웃음을 주고 있다.

G4가 꽁트를 준비하여 게스트들의 스토리를 마당에 펼쳐놓으면, 진행자들은 그것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게스트의 이야기를 듣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판을 키워 게스트와 G4의 대결을 유도하며 경쟁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진행자 ‘유재석과 박명수, 박미선, 신봉선’이 G4와 초대 손님들을 연결하는 구심점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같이 게임을 하고, 기울어지는 쪽의 편에 끼어 언제든지 균형을 맞추어 주는 모습은 좀 더 타이트한 프로그램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

스타들의 이야기를 빠르게 유도해 내어 그것이 거짓인지 사실인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우물쭈물하면 물총을 쏘아 벌주기도 하고, 서로 헤어밴드에 있는 단어를 이야기하면 물총 세례를 받는 것은 긴장감과 공격의지를 불태워 몰입할 수 있는 여건들을 마련해 놓는다.

이번 <해피투게더>에서도 여러 가지 테스트들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하나의 예상치 않은 게임이 등장했고, 그것은 바로 유재석의 머리에서 흘러나왔다. 순간 나온 것이지만, 그 재치가 뛰어나 향후 또 하나의 게임으로 안착될 것 같은 느낌까지 준, 효과 만점의 '유재석 게임'이 탄생하게 된다.

유재석은 배우 ‘정려원’의 이상형을 묻는 과정에서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즉석 게임을 제안한다. 제작진도 생각 못한 급작스런 진행에 당황되긴 했지만 게임의 완성도가 뛰어나 놀라움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려원의 이상형을 물었는데, 려원이 문자를 보냈을 때 센스 있게 받아줄 수 있는 남자에게 희열을 느낀다고 했고,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보내는 문자 끝 부분 ‘쩜쩜쩜(…..)’이라는 말에 숨겨진 의미를 읽을 수 있는 남자가 자신의 구체적인 이상형이라 말한다.

유재석은 이를 놓치지 않고 그러면 직접 적어서 재연을 해 보자고 하며, G4를 통해 누가 이상형인지 알아보자는 급제안을 하며 빠르게 움직인다. 너무 급작스런 게임을 만들자 G4는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그 모습을 본 유재석은 피식 웃으며 놀려주려 ‘후배 아니었어요?’라며 말해 G4를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어 웃음을 준다.

스태프용 스케치북과 매직을 가지고 온 유재석은 모든 출연진과 나누어 가지며, 려원의 가상 문자메시지에 반응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바로 이 부분에서 의외의 웃음들이 대거 만들어진다. 애드립이 절대 필요할 때가 되었고, G4는 역시나 기대 이상의 반응 메시지를 받아 치며 웃음을 만들어내 명장면으로 탄생했다.

려원은 ‘잠도 안 오고 완전 심심해... 뭐 하니 넌’을 줬고, 이에 받아 치는 개그맨 G4 김원효는 ‘나 결혼했어! 이 시간에 문자 보내지 마’라며 재치 있는 답변을 내고, 박명수는 ‘와이프 잠들면 전화할게’라며 웃음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결과는 귀여운 답을 낸 엄태웅의 차지였다. 유재석이 장원급제 선물이라며 건넨 박기웅 사진이 담긴 판넬을 주는 순간 <해피투게더>는 웃음의 도가니가 된다.

이어지는 게임에서도 자연스레 같이 초대된 배우 ‘유선’에게 향했고, 유선이 ‘밥 먹었어? 저녁에 뭐해?’라는 시제를 남기자, 엄태웅이 ‘려원이랑 고기 먹으려고’라고 말해 순간 분위기를 웃음바다로 만든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연신 자막으로 ‘준비가 안 됐는데’, ‘상품 준비한 적 없는데’, ‘솔선수범해 준비물을 챙기는 재석’이라는 반응으로 표현한 제작진의 마음이 담긴 자막은 곧 시청자들의 반응이기도 했을 것이다. 순간적으로 게임을 만들어 내고, 그 게임이 단 한 번에 자연스레 이루어져 큰 웃음을 만들어 낸 것은 유재석의 뛰어난 감각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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