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조준웅 특별검사팀은 2일 오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를 불러 조사했다. 홍라희씨는 그간 미국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로 대표되는 삼성의 해외 고가 미술품 구매를 회사 비자금을 이용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대다수 아침신문들이 홍라희씨의 소환 사실을 구체적으로 보도한 것과는 달리 유독 중앙일보는 단신 수준에 머물렀다. 그것도 8면에서 삼성 사태에 대한 심포지엄을 상대적으로 크게 보도한 뒤 10면 하단에서 홍씨의 소환 사실을 언급한 정도다.

▲ 중앙일보 4월3일자 8면.
홍라희씨 소환 소식 축소보도로 일관한 중앙일보

중앙일보는 홍라희씨의 소환 관련 기사는 단신 수준으로 보도한 반면 ‘삼성 사태,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심포지엄은 상대적으로 크게 보도했다.

중앙은 8면 <“삼성 사태, 모든 대기업 문제 뿔 고치려다 소 잡을까 걱정”>에서 한국하이에크소아이어티(회장 민경국 강원대 교수)가 주최한 토론회를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한국 사회에서 삼성 사태의 본질을 잘못 짚은 논의가 팽배해 있다. 교각살우(뿔 고치려다 소 잡는다)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강원대 민경국 교수의 발언을 비중 있게 전했다.

반면 중앙은 10면 <홍라희 리움미술관장 삼성특검서 조사 받아>에서는 홍씨의 소환 관련 사실을 짧게 언급했다. 이 짧은 기사 안에서도 중앙은 특검팀의 발언을 전하며 홍씨의 혐의 입증이 어렵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었다.

동아일보 역시 중앙일보와 '비슷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동아는 홍씨 소환을 보도한 기사 바로 하단에 중앙일보와 마찬가지로 삼성 사태에 관한 토론회를 보도한 기사를 배치했다.

동아는 14면 <삼성특검, 교각살우 우려 높다>에서 복거일씨의 발언을 빌어 “해방신학에 깊이 물든 천주교 사제 단체가 고발에 나섰기 때문에 이번 내부 고발이 부정을 바로잡는 수준을 뛰어넘어 정치적 활동의 성격을 지닐 수 밖에 없다”며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순수성을 비판하기도 했다.

대다수 언론, 홍씨 소환 '단순 전달'… 서울 한겨레 '상세보도'

▲ 중앙일보 4월3일자 10면.
다른 신문들은 동아 중앙에 비해 비중 있게 홍씨 소환 소식을 전했지만 서울과 한겨레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단순 전달'에 그쳤다.

특히 한겨레는 특검팀이 홍씨 조사를 끝으로 미술품 수사를 마무리 짓고 다시 소환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무혐의로 잠정 결론을 낸 상태에서 ‘구색 맞추기’조사를 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1일 논평을 내어 “중앙일보는 독자를 위한 신문인가, 아니면 친인척을 위한 신문인가”라면서 삼성 특검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은 중앙일보를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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