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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을 말하지만 실제 개혁은 실종되는 정치[김민하 칼럼]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21.08.30 09:37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 보도가 위축될까?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어려울 것이다. 단기적으로야 소송이 늘어나서 언론의 부담이 커질지 모르지만 모호한 규정으로 점철된 법 조항 덕에 이 법안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나쁜 기사’와 그걸 쓴 ‘나쁜 기자’들은 이들이 기대한 대로의 책임을 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논란을 의식해 후퇴한 대목의 조항을 원래대로 되살려야 할까? 그것도 쉽지 않다. 위헌 논란 등의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논란만 크고 실효성은 담보할 수 없는 법이다. 여당은 그럼에도 이 법안 처리를 밀어 붙이려고 한다. 이유가 다른 데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언론은 여당이 상임위 추가 배분 전에 지지층이 원하는 ‘개혁 법안’을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일리가 있다. 송영길 대표는 그동안 이른바 ‘중도 확장’을 모색해왔다. 조국 전 장관 논란에 대해 일부 사과했고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현 정권과 다른 대안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야당과 상임위 재배분에 합의한 것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이다. 그러나 네 번 연속으로 청기를 들었으면 한 번은 백기를 들어야 한다. 이제 중간결산을 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에 ‘개혁 법안’을 처리한다면 송영길 지도부는 ‘중도 확장’을 계속할 동력을 확보할 것이다. 보수언론은 송영길 대표가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 유난히 적극적이라며 ‘폭주’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는데, 실상은 이런 정치적 맥락이 있을 걸로 추정한다. 이제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진입하면 대권주자들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는 더 적극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정기국회와 국정감사도 이와 맞물려 돌아갈 것이다. 지금 지지층의 결집을 모색할 수 있는 소재를 던져 놓아야 유실을 막을 수 있다.

정략이라는 기준에서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그러나 초점을 정략이 아니라 개혁 그 자체로 옮겨보면 어떨까?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위헌 논란에 휘말리든 실효성을 갖추지 못한 생색내기로 귀결되든 앞으로의 ‘언론개혁’은 곤란한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재창출에 성공하더라도 다음 정권에서까지 ‘검찰 개혁’을 주장할 수 있을까? 조국 전 장관 문제의 파장 덕에 ‘검찰개혁’을 말하는 사람들은 이미 우스운 사람들이 됐다. 오히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도전이 그나마도 정치적 핑계가 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언론개혁’도 마찬가지 신세가 될 수 있다. 이전 정권에서 방송장악에 부역했거나 적어도 그 혜택을 톡톡히 봤던 사람들이 언론 자유를 외치며 목소리를 높이는 현실을 보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이후 ‘언론개혁’은, 개혁이 미진해서 여전히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애초에 ‘개혁’은 사기였다며 배신감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각자 구성하는 ‘평행세계’ 속에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개혁’이 개혁을 좌초시키는 역설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연합뉴스/SBS)

정치적 맥락이 실질을 압도하는 현상은 정치인들의 부동산 검증 문제에서도 드러난다. 국민적 관심을 모았던 국민권익위원회의 국민의당 및 비교섭단체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 논란은 윤희숙 의원이 사퇴 소동을 벌이면서 맥락이 달라져버렸다. 더불어민주당보다 엄중한 대응을 하겠다던 이준석 대표의 약속은 말 그대로 휴지조각이 됐지만 이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이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이준석 대표인 듯하다.

윤희숙 의원의 의원직 사퇴 주장은 이해하기 어렵다. 윤희숙 의원 부친의 농지 매입은 논란의 소지가 충분하다. 강제조사 권한이 없는 권익위 입장에선 충분히 수사의뢰를 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런데 윤희숙 의원은 권익위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수사의뢰 대상자에 자신을 포함시켰다며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정권교체를 방해하기 위한 정권의 시도로 규정했다. 사퇴 주장은 이 맥락에서 나왔다. 정권의 불순한 시도에 들러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윤희숙 의원 부친이 직접 언론 인터뷰에 응해 투자 목적의 농지 매입이 사실에 가깝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 맥락은 다소 희석되었다. 그러자 윤희숙 의원은 자신을 공수처에 수사의뢰 하겠다며 자신을 비판한 공직자들도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방어할 수 있는 주장이 비판의 전부인 양 하며 선택적으로 반론하고 있다. 이런 태도는 평소 자신들이 비판했던 여당의 행태와 크게 다르다고 할 수도 없다.

이제 부동산 검증과는 별 관계도 없는 윤희숙 의원의 사직안을 국회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만 남았는데, 양당 모두 투기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의원들 처리를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실제 사직안을 처리하는 것에는 별로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대선주자들도 부동산 검증을 받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검증을 누가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선 합의가 어려울 게 분명하다. 논란을 각자가 정치적으로 이용만 할 뿐 본질에 접근할 마음은 아무에게도 없는 것이다.

이 모든 사태는 3기 신도시와 관련한 이른바 LH 사태 이후 정치인의 투기 검증이 필요하다는 여론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논란이 생산적인 결말을 맺으려면 국회의원을 포함한 고위공직자의 투기를 어떻게 파악하고 잡아낼 것인지, 앞으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실효적 대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나아가서는 근본적으로 어떤 대안이 필요한 것인지까지 논의가 진행됐어야 했다. 가령, 투기 논란의 단골 메뉴처럼 돼버린 경자유전은 농업이 도외시되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 유지 가능한가? 우리 공동체는 농지를 투기의 대상이 아닌 어떤 방식으로 활용해야 하는가?

그러나 이런 논의는 시작조차 된 바 없고, 몇 차례의 생색내기식 입법 시도와 셀프검증 소동으로 모든 논란이 정리되는 분위기다. 과연 이런 정치를 보고 우리가 희망을 갖고 ‘개혁’을 꿈꿀 수 있을까? 하루이틀의 일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세상인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너무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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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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