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디의 황제 무한도전이 2011년 자사 최고 히트상품이자 저주받은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를 건드렸다. 눈에 띄는 풍자는 없었지만 어쩌면 무한도전 멤버들로 나가수 포맷을 그대로 따라한 것 자체가 풍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허나 무한도전은 풍자나 비판보다는 나름가수다 특집의 성공을 통해서 나가수를 향한 예능 황제의 신의 한수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나는 가수다가 결국 채우지 못한 예능의 고수다운 한수였다.

2011년 MBC 연예대상의 대상을 차지해 논란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나는 가수다가 난파 직전의 MBC 일요예능을 구해낸 공로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임재범, 이소라, 박정현 등을 재기용하지 않는 한 원년멤버들이 준 노래의 감동을 더 이상 기약할 수 없는 나가수는 갈수록 기대치가 떨어지고 있다. 기존 방식대로라면 말이다.

소위 나는 목청이다라는 비판과 우려를 낳은 나가수는 아직까지도 가수의 가창력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형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적우라는 무명가수를 섭외하여 감동 대신 논란으로 먹고살려고 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는 형편이다. 아무리 숨은 고수라고 칭찬을 하더라도 실제 무대에서 고수는커녕 중간도 못 된다는 악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나가수가 만든 나가수급이라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무명과 고음불가의 적우를 비난에 빠뜨린 것이다.

나가수급이라는 기준은 나가수 제작진이 의도한 것은 아니다. 임재범과 박정현 등의 폭풍 가창력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기대치일 것이다. 그러나 나가수의 딜레마는 그것뿐이 아니다. 분명 예능 버라이어티임에도 불구하고 나가수는 조금도 웃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가수의 예능적 기능은 김건모가 립스틱 해프닝에 이어 재도전이라는 룰 위반으로 비난의 철퇴를 받을 때 거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후 나가수 무대는 긴장만이 들끓었다. 그 긴장감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너무 지나쳐 현재의 나가수는 경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나가수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이 긴장과의 전쟁일 것이다. 죽자고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즐길 수 있는 노래로의 전환이며, 애초에 쌀집아저씨가 구상했던 콘셉트로의 귀환이다.

무한도전 나름가수다가 보인 신의 한수가 바로 그것이다. 무대에 서서 긴장하기는 무한도전 멤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말이 나름 가수일 뿐, 이들에게도 무대의 중압감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무한도전은 달랐다. 나가수와 다르지 않은 긴장과 압박감에도 나름 가수다는 즐김을 주었다. 이들의 무대는 아주 흥겹고 티비를 보는 시청자의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 정도였다.

그럼 나가수에는 없는 나름 가수다의 신의 한수는 무엇이었을까? 나가수가 못한 것을 무한도전이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름 가수다라는 타이틀에서 느껴지듯이 겸손함에 있다. 그리고 뼛속까지 예능인다운 무대 접근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정형돈의 영계백숙과 유재석의 더위먹은 갈매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한도전 멤버 누구도 가창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야심을 갖지 않았지만 특히 유재석과 정형돈은 흥겨움으로 다가서려고 한 점이 눈에 띄었다. 유재석의 복고댄스, 정형돈의 뮤지컬 스타일 무대는 청중들의 흥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흥이란 바로 이완이다.

노래에 자신이 없으니 보여주는 부분에 치중한 부분도 있겠지만 쩌는 가창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예능인이고, 나름 가수다가 예능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나가수 역시 예능이다. 버라이어티는 말 그대로 다양함이 생명이다. 서바이벌이라는 긴장감만으로는 예능이라 할 수 없다. 긴장은 이미 충분하다. 나가수에게 부족한 것은 이완이라는 점을 무한도전은 넌지시 알려준 것이다.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무대를 만들어 보여주었으니 이제 나가수가 받아드리기 나름이다. 나가수 역시 때로는 나름 가수여도 괜찮지 않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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