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을 환희와 열정으로 몰아넣었던 무한도전 나름가수다의 최종 1위는 정준하의 몫이었습니다. 가벼운 패러디로 예상했지만 막상 뚜껑을 연 '나름가수다'는 너무도 장대한 스케일을 보여 주며 원조인 나가수에 못지않은 호응과 환호를 이끌어냈습니다.

어떤 미션이든 상상이상의 결과를 보여주곤 했던 무한도전이 이번에도 인상적인 장면을 일궈냈는데요, 바로 진정성만으로 빚어낸 무대가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지요, 이는 나가수에서조차 보기 어려운 이변이었습니다.

정준하는 오로지 노래만을 준비했습니다.
그가 처음 돌림판을 통해 배정받은 노래는 '나랑 살래 죽을래'였지만, 정준하의 가창력과 감성으로는 소화하기 어렵다는 프로듀서 윤일상의 조언에 따라 곡을 변경했지요. 하하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아냈던 노래, '키 작은 꼬마이야기'를 노총각 정준하의 이야기로 개사하여 자신만의 감성이 빛나는 곡으로 만들었습니다.

무도 멤버들 사이에서 나이 서열 2위이지만 아직 결혼을 못해 멤버들의 놀림에 시달리는 정준하, 그의 지상최대 과제는 바로 결혼이지요. 애인이 있음에도 결혼을 못해 멤버들에게 장모님이 결혼을 반대한다는 우스갯소리를 줄곧 들어온 정준하에게 이 노래는 무척 의미 있는 노래일텐데요, 직접 쓴 노랫말에는 결혼하고 싶은 노총각의 절심함이 생생하게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랫말 못지않게 노래하는 마음이 더욱 빛났지요. 무대를 돋보이기 위해 화려한 게스트를 섭외하고 다양한 볼거리와 퍼포먼스를 준비한 다른 멤버들과 달리 발레리나 김주원의 독무를 배경으로 덤덤히 홀로 부르는 정준하의 노래에는 불혹을 넘긴 남자의 진정성이 녹아 있었지요.

처음 무대에 섰을 때 정준하의 표정은 결연하고 비장했습니다. 마른 침을 넘기는 얼굴엔 어색함도 감돌았고, 마이크를 붙잡은 손을 떨려왔지만 이내 시작된 노래는 진중했습니다. 사랑을 하고 결혼을 꿈꾸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랑을 꿈꾸는, 그리고 한 여자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자신은 행복한 남자라고 담담한 고백하는 그의 진솔한 마음은 온전히 관객들에게 전달됐습니다. 노총각 모두 힘내자는 위트까지 더하졌지만 그의 노래는 재미보다는 감동이 더했지요. 최근 4/4분기 대세남에서 이제는 품절남으로 거듭나길 바라게 만드는 무대였습니다.

정준하의 무대에 이어진 무대들은 모두 흥겹고 신나는 노래들이었습니다. 코믹한 무대로 관객의 열정에 불을 지른 노홍철의 무대, 압도적인 무대매너를 보여준 길, 일편단심 레게에 대한 열정을 보여준 하하, 뮤지컬의 스케일을 보여준 정형돈, 백댄서와 최고의 호흡을 보여준 유재석 그리고 김범수와의 조화가 빛을 발한 박명수까지 모두 알찬 무대들이었습니다. 또한 무한도전의 열혈 팬들로 이루어진 청중평가단 역시 매 무대마다 열광적인 호응을 보내며 이들에게 힘을 보탰습니다. 하지만 최종우승은, 이들을 일어서게 하고 함께 즐기게 해준 무대가 아닌, 진정성을 건네준 정준하에게 돌아갔습니다.

경연 곡을 변경한 탓에 순서 1번이라는 불이익을 받았지만 오히려 첫무대를 열었기에 청중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무대들이 하나같이 열정적인 퍼포먼스와 화려한 게스트를 자랑하는 가운데, 홀로 조촐하게 시작했던 정준하의 무대는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강렬하게 청중들의 기억에 남겨졌지요.

그동안 나가수에서 꾸준히 지적된 문제는, 관객을 선동하는 화려한 퍼포먼스와 흥겹고 신나는 무대가 득세하고 있다는 점인데요, 나가수의 아류인 나름가수다에선, 진정성이야말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줬습니다. 그 어떤 강렬한 유혹과 자극보다 더욱 귀 기울이게 만드는 것은 진솔한 속삭임일 것입니다. 600명의 청중은 화려한 무대에 열광하고 즐거워했지만 결국 진정성 있는 무대에 표를 던진 셈이지요. 그래서 더욱 훈훈했던 나름가수다입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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