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풀 라디오는 매우 적절한 영화다. 재미와 감동 그리고 음악이 잘 어우러져 있다. 한국의 대중이 좋아하는 요소가 다양하게 섞여있는 꽤 즐거운 로맨틱코메디 영화이다. 하지만 원더풀 라디오에는 그 이상의 재미를 주는 몇 가지의 특별한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소개해 본다.

1. 이민정은 예쁘다

한때 영화감독을 꿈꾸며 영화를 공부했던 나에게 나운규 감독님의 <아리랑>에 얽힌 설화는 거의 전설과 다름없었다. 영화의 엔딩 장면에서 배우들이 아리랑을 부르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 같이 아리랑을 합창했다는 얘기는 <록키 호러 픽쳐 쇼>의 상영장에서 관객들이 파티를 벌였다는 이야기와 같은 수준의 충격이었다.

그리고 나는 살면서 이 정도 까진 아니어도 놀라운 관객 반응을 일으킨 영화를 딱 2번 봤다. 하나는 <늑대의 유혹>이다.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이 나오던 첫 장면이다. 비가 내리고 있고 우산이 화면을 가리고 있다. 그 우산이 들리며 우산 속에 숨어 있던 강동원의 미소 띤 얼굴이 화면에 가득 찬다. 이때 나는 3D 서라운드 돌비로 여성들의 비명소리를 들었다. 이건 전설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또 한 번은 <아저씨>였다. 원빈이 웃통을 벗고 거울에 비친 자기의 모습을 드러내며 머리를 밀 때, 여성들은 다시 한 번 소리를 냈다. 강동원의 경우와 같은 비명은 아니었다. 그 소리는 힘이 빠지는 듯한 '아....'와 같은 탄식소리였다. 그리곤 옆에 있는 남자친구를 오징어로 만들어 버렸다.

이와 같은 두 번의 놀라운 경험은 모두 남자 배우에 의해서 일어났다. 사실 연예인에 환호하는 건 남성보다 여성들이 능하다. 남자들은 아직도 연예인에 환호하는 모습을 낯설게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남자 배우가 저런 환호를 만들어 내는 것은 특별히 놀랄 일은 아니다. 게다가 원빈과 강동원이니까.

그런데 나는 분명히 들었다. 원더풀 라디오에서 이민정의 귀여운 모습이 계속 나오자 결국에는 남자 관객이 이렇게 말해 버린 것이다.

'이민정, 진짜 귀엽다.'

이거 환호성이 아니라도 대단한 것이다. 남성관객의 입에서 웬만하면 저런 탄식은 나올 수 없다. 게다가 분명 그 남자의 톤에서 '내가 졌다'라는 체념이 느껴졌다. 이민정의 연기고 자시고 그냥 이민정에 혼이 나가 버린 것이다.

원더풀 라디오에는 이정진이라는 참으로 멋진 배우도 등장한다. 그도 정말 멋지다. 남자인 내가 봐도 멋지다. 그런데 이민정은 개콘 쌍칼님의 억양을 빌려 '하... 이~뻐~..'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예쁘고 귀엽다. 그녀를 극장에서 9천원 내고 볼 가치가 있냐고 한다면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 값어치 한다.

2. 방송국과 기획사의 알력관계

<원더풀 라디오>는 한 때 잘나갔던 아이돌 여가수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 <최고의 사랑>과 설정에서 유사한 부분들이 상당부분 존재한다. 그러나 최고의 <사랑>보다는 조금 더 노골적이다. 그래서 연예계에 존재하고 있는 방송사와 기획사, 그리고 소속 연예인, 그리고 특정 기획사에 찍힌 연예인의 관계가 조금 더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사실 이와 같은 내용은 연예계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공공연한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것이 영화 안에서 현실적으로 묘사 됐을 때, 그것이 주는 재미는 상당하다. 저 세계가 저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고, ‘뻔한 모습을 속 시원히 봐서 재밌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어쨌든, <원더풀 라디오>안에는 현대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어버린 연예인과 그에 얽힌 엔터테인먼트 비지니스에 대한 이야기가 확실하게 다뤄지고 있다. 그 비중은 비록 크지 않더라도 확실한 또 하나의 재밋거리임에는 분명하다.

3. 수많은 까메오들

까메오를 보는 것은 <원더풀 라디오>의 또 다른 재미중의 하나이다. 라디오 방송의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에 수많은 연예인들이 출연하여 극의 재미를 더해준다. 우선 이승환이 그렇다. 그는 이 작품 안에서 사용된 노래를 작곡한 것에 더해서 연기자로서 직접 출연하여 극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 중간에 나온 정엽 또한 좋은 음악을 들려주었다.

곡을 파는 작곡가로 등장한 장항준 감독, 그리고 이정진과의 친분으로 출연한 것으로 보이는 김태원 씨, 이광수 씨와 친분으로 등장한 것으로 보이는 김종국과 게리 컬투까지. 수많은 까메오들은 영화를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만드는 동시에 큰 웃음과 재미를 안겨준다. 특히 일부 까메오의 어색한 연기는 오히려 이 작품의 느낌을 살려 주었다. 마치 실제 연예인들이 예능에서 맡은 배역을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은 이 이야기가 정말 연예인들의 이야기인 것 같다는 착각을 만들어 주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원더풀 라디오>는 작품 자체의 매력에 더해 조금 더 특별한 것들을 가진 작품이 되었다. 사실 요즘 대한민국의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는 어떻게든 파격적인 설정을 가져오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 있다. <달콤, 살벌한 연인> 이후에 트랜드가 된 이 방식은 호러와 로맨틱 코미디를 결합시킨 <오싹한 연애>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런 로멘틱 코미디의 변주는 결국 더 많은 '자극'과 '충격'을 주어야 하는 현대 영화의 트랜드를 정확하게 만족시킨다.

그런 중에 등장한 <원더풀 라디오>는 사실 정통파 로멘틱 코미디에 가깝다. 그러나 위의 요소와 그 외 몇 가지의 특별한 점들 때문에 이 정통파 영화는 설정의 무난함을 극복하고 꽤 재미있는 로멘틱 코미디 영화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자극적 설정에 조금씩 지쳐있던 기존의 로멘틱 코미디 팬들에게 충분히 만족을 안겨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보인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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