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가 밝았다. 2012년은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있는 해로 그야말로 정치의 해라고 말할 수 있다. 올 한 해 동안은 정치와 관련한 온갖 소식들이 신문, TV와 SNS를 장악할 것이다. 때문에 지금 2012년 정치의 맥락을 잘 알아놓지 않으면 쏟아지는 정보들에 둘러싸여 길을 잃게 될 수도 있다. 2012년에 펼쳐질 정국에서 일어날 수 있는 중요한 사건들의 정치적 맥락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박근혜, 이명박의 ‘신사협정’은 2012년에도 유지될까?

현재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나오는 잡음들은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통해 총선에서 살아남으려는 피나는 노력의 부산물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돈 비대위원이 ‘소위 정권 실세들이 결심해야 한다’는 무리한 언급을 하는 이유도, 김종인 비대위원이 ‘1월까지 쇄신의 가닥이 잡히지 않으면 사퇴하겠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박근혜와 이명박 사이에는 일종의 ‘신사협정’이 맺어져 있다. 2010년 8월 박근혜 의원이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한 자리에서 ‘공정한 경선관리와 정권의 성공적 마무리에 협력’이라는 약속이 도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지도부는 정권과 차별화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양측의 ‘결별’은 예정된 수순으로 판단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입장에서 보면 어떠한 수를 쓰더라도 ‘결별’의 시기를 최대한 늦춰야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얻게 된다. 따라서 이를 대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는 것은 상상 가능한 문제다. 지난해 일각에서 제기했던 ‘청와대 보수신당 기획설’이나 ‘박근혜 친인척 저축은행 연루설’ 등이 이런 상상을 뒷받침한다.

만일 이명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들처럼 자신의 레임덕을 인정하고 순순히 탈당을 선택한다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입장에서는 이후의 상황을 정리하기는 수월할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장치들’을 구실로 끝까지 여당을 제어한다면 한나라당은 필연적으로 총선 전에 심각한 계파갈등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지금은 수면 아래로 잠복되어 있는 친이, 친박의 해묵은 갈등이 공천권을 둘러싼 대립으로 폭발할 수 있고, 한나라당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만한 수준이 아닐 것이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언제 어떻게 탈당하느냐는 한나라당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만한 중요한 포인트라고 말할 수 있다.

낭떠러지에 선 손학규와 PK에 운명 건 문재인

야권의 경우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얻느냐에 따라 이후 상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단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좋은 조건에서 부족한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손학규 전 대표의 경우,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자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세우지 못했고, 친노그룹의 지지를 받는 문재인 이사장은 부산 동구청장 보궐선거를 주도했으나 패배했다. 정동영 의원은 야권통합에 대한 기대감에 부응하기 위해 끝이 보이지 않는 '좌클릭'을 거듭하고 있지만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총선의 성과를 가정해보자. 젊은 486의 수도권 약진은 대선후보로서의 손학규 전 대표 입지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시민통합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생긴 불상사들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의 이반을 불러왔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 정도의 성과만으로는 야권의 유일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소한 손학규 전 대표가 분당에 다시 출마해서 한나라당 후보를 큰 차이로 이기고 이것을 계기로 하여 대선후보로서의 지지율이 반등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으면 기회는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어떻게 보면 손학규 전 대표는 지금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셈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문재인 이사장의 경우 PK지역에서의 성적표가 중요하다. PK지역은 과거 민주화 세력의 지역이었으나 3당 합당 이후 보수화되었고 충청, TK, PK가 호남을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따라서 PK지역을 다시 수복하는 것은 호남의 고립을 깨고 3당합당 이전 상황으로 왜곡된 정치구조를 바로잡는 의의를 지닌다는 게 소위 친노세력의 주장이다.

만약 총선을 치르고 PK지역에서의 선전이 확인되면 친노진영의 정치인들은 이러한 점을 크게 선전하기 시작할 것이고 이로 인해 대권주자로서 문재인 이사장의 위상은 상당한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PK지역에서 한나라당이 수성에 성공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면 문재인 이사장 역시 대권의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통합진보당이 의외의 선전을 할 가능성도 예측할 필요가 있다. 통합진보당이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면 민주통합당의 입장에서는 정권교체를 위해 통합진보당과의 파트너십 구축이 절실한 상황이 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좌클릭'을 통해 진보적 이미지를 쌓아왔던 정동영 의원이 수혜를 얻을 수도 있으나 확실한 대권주자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정도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원장을 둘러싼 3가지 시나리오

2011년 최대의 이슈메이커였던 안철수 원장이 언제, 어떻게 정치무대에 다시 등장하는가도 관심사다. 지금 상황에서는 안철수 원장과 관련된 시나리오는 크게 3가지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안철수 원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당시 후보를 지지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야권의 대권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것이다. 아마 야권의 전략가들은 이러한 경로로 정권교체에 성공하는 것을 최상의 경우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의 전제는 안철수 원장이 지지할 경우 한나라당의 대권후보를 이길 수 있을만한 인프라가 이미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이길 가능성이 있는 대권후보가 야권에 있어야' 이러한 시나리오가 작동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안철수 원장이 지원하는 경우에도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것이 안철수 원장과 관련한 두 번째 시나리오다. 이러한 경우라면 야권은 안철수 원장이 직접 대선에 출마할 것을 요청할 것이다. 그리고 안철수 원장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요청을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입장에 처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반한나라당’과 같은 얘기를 해놓고 이러한 상황을 지켜만 보고만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원장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 출마 여부도 그의 개인적 ‘결단’에 크게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야권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고 전략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판단하면 문제는 ‘안철수 원장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 누가 안철수 원장을 향했던 지지 의사를 가장 잘 획득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되는데, 여기에 적합한 인사가 누가 있을까? 박원순 서울시장의 예를 생각해볼 때 무소속으로 경남지사에 당선된 전력이 있는 김두관 지사 정도가 당장 생각해볼 수 있는 예이기는 하나 대중은 아직 그러한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그 어느 때보다 조건이 충분히 무르익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야권이 정권교체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국민들은 해줄 수 있는 것을 다 해줬는데 야권이 제대로 한 것이 없어서 국민들의 열망을 실현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 즉, 강력한 반MB정서는 범야권의 입장에서 보면 올해가 부활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201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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