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당내 대선주자 사이 갈등이 이어지자 '봉합'을 강조했던 조선일보가 이 대표 책임에 무게를 실어 야권 비판에 나섰다.

조선일보는 19일 1면 기사와 3면 전체를 털어 국민의힘 당내 갈등과 여론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전반적으로 갈등의 양측 입장을 전달하는 데 집중하면서도 이 대표 비판에 무게를 싣는 모양새다. 조선일보는 윤 전 총장의 입당날짜 논란, 대선주자 행사와 토론회 불참 논란, 이준석 대 윤석열·원희룡 녹취록 갈등 등의 상황을 짚은 뒤 윤 전 총장 측 입장을 비중 있게 실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선일보는 19일 <막장 치닫는 '통화 內戰'에… 초선 7명 "국민 심판받을 것">에서 윤 전 총장측과 친윤계 의원들의 이 대표 비판 입장을 두 문단에 걸쳐 게재했다. 이 대표가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과도하게 경선에 개입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또 친윤계 인사들은 이 대표가 대여투쟁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당내 이슈에 몰두하는 등 대선보다 '자기정치'에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해당 기사에 이 대표 반박 입장은 한 문단이었다. 이 대표측은 대세론·지역주의를 좇는 윤 전 총장측이 당의 운영을 좌지우지하려는 게 문제라면서 "사적 통화를 트집 잡아 당대표를 흔드는 것은 사실상 전당대회 결과에 대한 불복"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조선일보는 "이런 가운데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지지율 1위 주자인 윤 전 총장을 끌어들여 엉뚱한 공격을 하고 있다'며 윤 전 총장 쪽에 힘을 실어줬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선일보 보도는 <이준석·윤석열 갈등 진화>(8월 9일), <윤석열, 이준석에 전화 "손잡고 노력합시다">(8월 13일) 등과 대조적이다. 당시 윤 전 총장의 행사 불참, 토론회 일정 반대, 캠프 관계자의 '당 대표 탄핵' 발언으로 갈등이 촉발했다. 조선일보는 "친여 방송인 김어준씨도 '이러면 (국민의힘이) 콩가루 집안이 되는 것'이러고 했다"면서 논란 해소에 방점을 찍어 양측 관계자 입장을 전했다.

조선일보 8월 19일 정치3면 갈무리

최근 들어 조선일보는 이 대표에 대한 비판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니스트는 지난 16일 <결전 앞두고 '콩가루 집안' 만든 이준석 대표>에서 "야당 대표로서 그는 자신의 야망을 앞세울 때가 아니다. 자기 당 후보들을 위한 봉사에 전념할 때"라며 "그래서 그는 윤석열·안철수를 물어뜯기보단, 대한민국의 주적을 향해 날을 세워야 했다"고 썼다.

류 칼럼니스트는 "이준석 현상이 초래한 난맥상을 김어준은 '내가 바라던 콩가루 집안'이라고 반겼다. 이준석 현상은 정권 연장을 바라는 기준에선 '잘했다' 평을 들었다는 뜻"이라며 "이럴 땐 당내 걱정하는 마음들이 일어나 외쳐야 한다. 더는 그 꼴 볼 수 없다고"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17일 사설 <야권, 지금 뭐 하는 건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합당 결렬 선언에 대해 "이 대표도 공범"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작은 정당이지만 독자적 지지세가 있어 야권 통합에 꼭 필요한 상대방을 모욕 주며 압박해왔다"며 "제1야당 대표다운 포용력 대신 협량한 공세로 야권 통합 기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당 대표와 대선 후보들이 사방으로 뒤엉켜 서로 물어뜯으면서 ‘다중 분열’이란 말까지 나온다"며 "이런 사람들이 정권 교체를 외칠 자격이 있기는 한 건지부터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일찍이 사설 <이준석의 목표는 정권 교체인가, 자기 장사인가>(8월 13일) 등으로 이 대표를 비판했던 중앙일보는 이 대표 책임을 분명히하고 있다. 19일 중앙일보 강찬호 논설위원은 칼럼<매일 혈세 1억씩 삼키면서 권력 견제 포기한 국민의힘>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유죄와 관련해 청와대 앞 시위에 나선 친윤계 정진석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을 추켜세우며 "지도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논설위원은 "특히 이준석 대표의 직무유기가 심각하다"며 "시위 현장을 찾아 격려하기는커녕 '정부랑 싸우면 대선 후보들의 메시지가 가려질 수 있다. 현 국면에서 대정부 투쟁에 앞장서는 건 내 역할이 아니다'라고 원희룡 전 제주지사에게 강변했다니 기가 막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기사와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 당내 갈등 전반을 비판해 온 동아일보에 이 대표를 띄우고 윤 전 총장을 질타하는 칼럼이 실려 이목이 쏠린다.

동아일보 8월 19일 <[김순덕 칼럼] 윤석열 '돌고래 대접'은 공정한가>

19일 동아일보 내에서도 보수 색채가 짙다는 평가를 받는 김순덕 대기자는 칼럼 <윤석열 '돌고래 대접'은 공정한가>에서 "국민의힘 예비경선 정책토론회가 열렸다면 볼만했을 것이다. 정권교체 희망이 안 보이던 제1야당에 대통령감 풍년이 들었음을 국민 앞에, 그것도 한목에 보여준다는 의의는 작지 않다"며 "윤석열만 '쫄보' 된 느낌"이라고 썼다.

김 대기자는 국민의힘 '콩가루'는 윤 전 총장을 어떻게 대우하느냐의 문제라고 했다. 이어 윤 전 총장측이 다른 후보들을 '멸치' '고등어'에 빗댄 것을 비판하며 "더 위험한 건 돌고래 다칠까 두려워 수족관 내부에서 싸고도는 권위주의적 행태"라고 했다.

김 대기자는 윤 전 총장 배우자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장모 최 씨의 요양병원 불법 설립 의혹 등을 나열하며 윤 전 총장의 침묵을 지적한 뒤 "그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연좌(제) 없는 나라'라고 해준 이준석이 훨씬 어른스럽고 정치인답다"고 했다. 김 대기자는 "아무리 윤석열 캠프가 '돌고래 대접'을 원한다 해도, 당 안팎 일각에서 30대 당 대표를 가볍게 본다 해도 이준석과 손잡는 시너지 효과 없이 국민의힘은 정권교체 성공하기 어렵다"며 "대세는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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