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원회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달 18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가 심의위원 3인을 추천했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장 추천이 일단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통심의위 구성 지연의 직접적인 이유가 정치권에 있는 셈이다. 또한 출발부터 순탄치 못한 방통심의위의 향후 순항 여부 역시 정치권에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방통심의위 구성 지연 책임은 정치권에 있어

이전 방송심의위원회는 구 방송위 산하기구라는 한계점을 갖지만 정치권이 위원 구성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었다. 구 방송심의위는 분야별 7인에서 9인의 심의위원을 두며 위원은 구 방송위원장이 위원회의 동의를 얻어 위촉했다. 그러나 언론 교육계 문화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인사들을 대상으로 각 분야별 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선임하는 절차를 따랐다.

하지만 민간기구로 위상을 달리한 방통심의위는 9인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모두 대통령이 위촉한다. 다만 국회의장이 국회 각 교섭단체 대표의원과 협의하여 3인을 추천하고 국회 소관 상임위에서 3인을 추천하도록 돼 있다. 정치권이 위원 구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방통심의위가 정치권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대통령 직속 기구로서의 방통위원회, 그리고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 등으로 불거진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논란이 향후 방통심의위에서도 제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구 방송심의위에서 빈번하게 발생했던, 정치적 관점에 따라 방송프로그램을 제재한 사례를 돌이켜보면 방통심의위에 대한 우려는 기우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실장은 '방송문화' 기고문에서 "방송내용에 대한 심의와 적절성 여부를 방송이나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장에서 결정하도록 맡겼다"고 평가했다.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논란, 방통심의위에서도 제기될 가능성 짙어

특히 위원 구성이 대통령과 집권 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된 것도 문제다. 앞서 밝혔듯이 대통령과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6인의 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데 교섭단체 야당인 민주당이 가진 추천 몫은 3인에 불과하다. 여야 추천 비율이 6대 3의 구조인데, 통신이라는 행정 행위를 방통심의위가 담당해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하더라도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균형과 견제의 비율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해명은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이 답해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18일 방통심의위원을 추천한 국회 방통특위의 민주당 정청래 의원 발언을 옮겨본다.

"통합민주당에서 (방통심의위원을) 추천하는 것을 많이 양보해서 '(여야 비율이)5대 4 구조, 즉 4명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심의위원회가) 방송분야만 다뤘으면 반대로 4대 5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겠지만 통신이라는 행정 행위가 있기 때문에 그래도 대통령이 속한 교섭단체에서 하나를 더 가져가 균형을 맞추는 것이 그리 나쁘지 않겠다고 양보했다. 정부 조직법 협상 과정에서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추천하는 3명을 제외한 국회 추천 몫 6명에서 대해서 3대 3으로 합의를 했다는 비보를 지금에서야 접했다."

정 의원을 발언을 정리해보면 국회 방통특위에서 방통심의위 구성과 관련해 여야 비율을 놓고 논의를 진행시켰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이에 앞서 정부조직법 개편 협상 과정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심의위원을 여야 6대 3의 비율로 구성키로 비밀리에 합의했다.

방송심의, 미디어 전문성보다 정치적 장에 맡겨진 꼴

또한 이런 협상 결과는 민주당의 방통심의위원을 추천하는 심사추천위원회에까지 비밀에 부쳐졌다. 결국 심사추천위는 민주당 몫으로 4인의 방통심의위원을 결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달 18일 민주당 심사추천위는 이윤덕 정보통신연구진흥원 전문위원과 백미숙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계약교수 등을 방통특위 몫으로 결정했으며 국회의장 추천 몫으로 엄주웅 전 스카이라이프 상무와 정 모 방송계 인사를 내정했다. 하지만 뒤늦게 합의 사실이 알려져 엄주웅 전 스카이라이프 상무로 단일화했다.

이러한 사실은 방통심의위 역시 정치적 영향력에 따라 좌지우지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의 비밀 합의가 어떤 기준에 따라 진행됐는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방송 내용에 대한 심의와 적절성 여부가 방송이나 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보다는 정치적 장에 맡겨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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