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됐음에도 언론들은 여전히 정책 보도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여당의 주요 정책이었던 '대운하 이슈'의 경우 신문의 보도량은 이전에 비해 조금 늘어났으나 여전히 다루고 있는 기사 수 자체는 적었다는 지적이다. 방송의 경우에는 '한나라당의 대운하 정책 공약 제외' 방침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운하 이슈…신문은 약간 늘고, 방송은 적극적 문제제기 없어"

2008 총선미디어연대(공동대표 권미혁·김서중)가 지난달 17일부터 22일까지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경향신문·서울신문의 총선 보도를 분석한 결과, 그동안 총선을 앞두고 전무했던 '대운하 이슈'를 다룬 기사가 이전에 비해 조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향신문이 7건으로 대운하에 대해 가장 많이 보도했으며 한겨레(3건), 동아일보·서울신문(2건), 조선일보·중앙일보(1건)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사 숫자 자체가 현저히 낮아 정책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선미디어연대는 그나마 경향과 한겨레가 지면과 사설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운하 공약 제외' 방침에 대해 정책적 관점에서 강하게 비판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향신문은 3월 18일 <대운하·영어교육 정책 당·청 모순-당선 '총선공약 배제' 청·내각 '강행' 혼선>에서 대운하와 영어 공교육 활성화 정책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를 총선 공약에서 빼겠다고 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추진 의사를 거듭 밝히는 등 '이율배반’을 연출하고 있다"고 비판했으며, 3월 21일자 사설 <선거공약 감추면서 여당이라 할 수 있나>에서 "이제와서 감춰야 할 공약이라면 폐기하는 게 정답"이라고 지적했다.

▲ 3월 21일자 경향신문 사설
한겨레 역시 3월 19일자 <'대운하' 거센 역풍…한나라 '애물단지' 감추기>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가 4·9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발목을 잡는 '복병'으로 떠오를 조짐"이라고 보도했고 이날 사설 <감춰야 할 공약이라면 폐기하는 게 옳다>에서는 "한나라당은 국민 지지를 끌어낼 자신이 없다면, 이번 기회에 깨끗이 '대운하 건설'을 포기하겠다고 밝히는게 정도"라고 꼬집었다.

대운하 이슈를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은 방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총선미디어연대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KBS, MBC, SBS 메인뉴스의 선거보도 기사를 분석한 결과 방송 3사 모두 '한나라당의 대운하 정책 공약 제외' 방침에 대해 적극적인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총선미디어연대는 "정당이 대선과정에서 내놓은 공약을 총선에서는 어떠한 이유로 뺏는지 그렇다면 앞으로 이 사안을 어떻게 처리하려는 것인지 보다 책임 있는 입장을 요구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음에도 지나치게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MBC 3월 18일 <'대운하' 최대쟁점>, 가장 돋보이는 정책보도"

이번 모니터 기간 중 신문은 공천 관련 기사가 총선 보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해 정책보도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천 기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조선일보 52%, 중앙일보 46.2%, 동아일보 52.9%, 한겨레 59.7%, 경향 40.3%였다.

방송의 경우에도 정책보도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모니터 기간 중 정책 기사는 4개 밖에 되지 않았다. 이들 기사는 MBC 3월 18일 <'대운하' 최대쟁점>, SBS 3월 19일 <정책실종 '찍기 선거'>, MBC 3월 20일 <반색…공약발표>, SBS 3월 20일 <정치생명 승부수> 등이다.

모니터단은 이중 한나라당이 교육과 대운하를 총선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은 것을 정면으로 지적한 MBC 3월 18일 <'대운하' 최대쟁점>을 가장 돋보이는 정책보도였다고 평가했다.

▲ MBC 3월 18일 <뉴스데스크> '대운하 최대 쟁점'
MBC는 <'대운하' 최대쟁점> 리포트에서 MBC 여론조사 결과와 함께 "한나라당이 공약집에 '대운하'와 '영어 공교육'이란 단어를 자체를 집어넣지 않기로 했다"며 "포기하는 건 절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거론되는 게 선거에 큰 부담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총선미디어연대는 방송·신문의 정책부재에 대해 "우리 언론들은 그저 정당을 따라다니는 데 급급하거나,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만 관심을 두는 선정적 선거보도를 할 뿐, 비판해야 할 문제에 대해 몸 사리기를 하고 있다"며 "언론사는 특정 정당이 만들어내는 선거의제에 일방적으로 휩쓸리지 않고 최대한 유권자 위주의 의제를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역구 탐방 기사…정당간 공약 차이 부각 안해"

또한 총선을 약 2주 앞두고 방송 3사에서 본격적으로 관심 지역구를 탐방하는 기사가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각 후보의 정당과 정책을 부각시키기보다 대세 위주의 보도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대운하 공약을 애써 부각시키지 않으려는 이재오 의원과 적극적으로 대운하 저지 공약을 내건 문국현 후보의 공약 차이를 대조적으로 부각시킨 MBC 3월 19일 <'대운하' 놓고 격돌>과 대운하와 관련된 두 후보의 인터뷰를 담은 SBS 3월 22일 <'대운하' 쟁점화>에서만 후보들의 정책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총선미디어연대는 "MBC와 SBS의 두 보도를 제외한 관심 지역구 탐방 보도는 대부분 판세 보여주기와 유세성 멘트를 조금 담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본격적으로 시작될 관심지역구 소개 관련 보도에서 자극적인 유세발언 한두 마디를 담기보다는 각 후보의 정책의 차이를 드러내려는 노력을 기울여라"고 촉구했다.

"거대 정당 중심 보도 심각"

이번 총선 보도에서 언론들이 거대 정당 중심으로 기사를 내보내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신문의 경우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의 보도가 무려 75% 가량을 차지하면서 다른 군소정당이나 진보정당에 대한 보도는 매우 적은 양을 보였다. 특히 '보수신문'이라 불리는 '조·중·동'은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등 진보정당에 대한 단독보도는 단 한건도 실지 않았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만 3월 17일 각각 <두 진보, 체제 재편…총선 전열정비>, <진보신당, 심·노 쌍두마차로 '총선 재촉'>에서 진보 정당의 소식과 전략 등을 분석했다.

거대 정당을 중심으로 총선 보도를 하는 것은 방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방송 3사 모두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을 중심으로 보도했다. 한 건의 보도에서 단독으로 정당에 대해 다룬 경우를 보면, KBS는 한나라당 10건·통합민주당 8건, MBC는 한나라당 11건·통합민주당 7건·자유선진당 1건, SBS는 한나라당 6건·통합민주당 8건이었다. 창조한국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은 한 꼭지로 별도로 다뤄진 경우가 아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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