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송창한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시행령·고시 개정을 통해 인수·합병 활성화 등 유료방송 제도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디어융합환경에 따른 경쟁구도 변화로 유료방송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전문가들 이견은 없지만, 시청자와 지역·중소PP에게 이점이 없거나 오히려 불이익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과기정통부는 27일 충북 오송컨벤션센터에서 '유료방송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강준석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책임연구원은 "그간 정부가 유료방송 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를 시행했으나 시장이 정체돼 정책방향 제시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특히 OTT 급성장 등으로 기존 미디어에 대한 규제 중심의 정책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통부는 27일 충북 오송컨벤션센터에서 '유료방송 제도개선 방안 공청회'를 개최했다. (과기정통부 유튜브채널 방송화면)

과기정통부 제도 개선안은 크게 ▲소유겸영 제한 완화 ▲허가·승인·등록제도 개선 ▲인수·합병 활성화 ▲지역채널 및 직접사용채널 활성화 ▲채널 구성운용 합리성과 자율성 제고 ▲공정경쟁 및 시청자 권익보장 강화 등 총 6개 항목이다. 유료방송업계 현안인 콘텐츠 사용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문제는 '방송채널 대가산정 개선 협의회'에서 별도로 논의한다고 과기정통부측은 설명했다.

유료방송 인수·합병 활성화 방안으로 방송사업자가 비방송사업자 법인을 합병하는 경우 변경허가・승인・등록 절차를 폐지하는 안이 제시됐다. 이에 따르면 방송사업자 간 합병 시에는 '사후 변경신고' 절차로 규제가 완화된다. 방송사업을 일부 양도할 때에는 관련 규정이 없어 양도자와 양수자가 이중 행정절차를 통해 처리하던 것을 1회 행정절차로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과기정통부는 M&A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여건을 조성해 방송산업 경쟁력 강화 토대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소유·겸영제한 완화의 경우, 지상파,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 간 33% 지분 초과 소유 금지 규제를 폐지한다. 지상파, SO, IPTV, 위성방송이 PP(방송채널사업자)를 소유·겸영할 때 사업자 수를 제한했던 규제도 폐지된다. 기존 지상파는 전체 PP의 100분의 3, SO·IPTV·위성방송은 전체 PP의 5분의 1을 초과해 경영을 할 수 없었다.

PP의 허가・승인・등록의 경우, 실시간TV PP는 등록제를 유지하지만, 라디오・데이터・VOD PP는 신고제로 전환한다. 다만 홈쇼핑 PP는 승인제가 유지된다. SO 시설 변경허가 규제는 폐지되거나 사후 신고 대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유료방송사업 허가조건도 간소화된다. 조건을 통해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이 아닌 사전에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과기정통부 장관의 별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사항은 조건 부과를 지양하는 방향이 추진된다.

유료방송・홈쇼핑PP의 허가・승인 심사항목은 기존에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평가 점수를 심사 점수로 배점하지 않고, 적부 기준점수로만 반영토록 개선된다. 허가・승인 유효기간은 기존 5년에서 7년으로 확대된다.

지역채널의 방송범위는 확대된다. 기존 SO 지역채널은 지역보도 외 보도나 특정사안에 대한 해설・논평이 금지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역채널에 해설・논평과 커머스 방송을 할 수 있도록 허용범위 확대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지역채널에서 보도사항에 대한 심층적인 프로그램을 편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지역채널과 직접사용채널의 운영계획서 제출 의무도 폐지된다.

현행법상 금지돼 있는 IPTV사업자의 직접사용채널 운용은 허용된다. 단, 실시간TV 직접사용채널에서는 자사 프로그램 홍보방송, 재난방송, 선거방송 등은 제한된다. 이어 IPTV사업자는 SO 지역채널을 해당 SO 방송구역 내에서 재송신(역내 재송신)할 수 있게 된다.

유료방송 채널의 구성과 운용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과기정통부는 ▲위성 DMB 채널운용 기준 폐지 ▲라디오・데이터 방송채널 운용규제 폐지 ▲전체 운용 TV방송채널 수 기준 70개에서 100개로 상향 ▲일정번호 이상 채널 대역에 신유형 서비스 제공 가능 ▲채널 정기개편 개념범위・예외사유 규정 마련 등을 추진한다.

지상파 역외 재송신 승인제도는 TV방송만 승인제를 유지하고, 라디오와 데이터 방송은 자율계약에 근거하도록 추진된다. TV 역외 재송신 승인제의 승인 유효기간은 폐지된다.

VOD 요금 인상 규제는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전환된다. SO・위성방송 '상한 요금제'는 IPTV와 동일하게 '정액 요금제'로 전환된다.

또한 과기정통부는 지상파 UHD 방송의 재송신 활성화를 위해 유료방송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유료방송사가 지상파 UHD를 재송신하면 UHD 전환이 완료될 때까지 운용채널 2개를 인정하고, UHD 콘텐츠 사용료는 무료가 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겠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사 재난방송 역량은 재난 또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요청하는 상황과 관련해 유료방송사가 PP채널에 자막 고지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 최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유튜브 채널 방송화면)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글로벌 OTT 사업자 국내 진출과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규제완화 취지에 대해 대체로 공감했다. 다만 시청자와 지역・중소PP 등이 이번 규제완화에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석현 서울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팀장은 "사업자들에게는 부분적인 이익의 측면이 있다. 그런데 시청자들에게, 유료방송 가입자들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까"라며 "현재 이용자들의 시청・생활행태 자체가 많이 바뀌었다. 유료방송 규제 개선 몇 개 한다고 활성화가 되고, 거대 해외 OTT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는 것인지 그런 내용이 담겨있지는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팀장은 "때늦은 규제완화는 사업자에게 이익일 수 있지만, 시청자들에게는 별 이익이 없다. 왜 그때(과거)는 안 되고 지금은 되느냐"면서 "이렇게 규제완화 등을 했을 때 경영기조도 바뀔 것인지 의문이다. 기존에 저가경쟁을 펼친 이유는 '가입자 뺏어오기'였다"고 강조했다. 한 팀장은 "요금제 문제의 경우 시청자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 유료방송은 그냥 '묶음상품'을 제시하면 그 가격을 주고 봐야한다"며 "시청자 선택권을 충분히 보장한다면 요금에 대해 신고제로 바꾸고 자율적으로 하는 것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용준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규제를 할 수 없는 새로운 강자가 나오니 규제를 풀어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찬성한다"면서도 "유료방송 플랫폼・콘텐츠 사업자가 거대화될테고, 나머지는 중소로 남아있어 이에 따른 문제점들은 똑같이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현재 IPTV가 케이블을 인수합병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우리 시장도 몇 개의 사업자가 독과점하는 시장으로 바뀔 것인데, 그들의 힘이 과연 중소PP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며 "거대 사업자 중심으로 돌아가면 신규・중소PP가 설 땅은 없다"고 했다.

또 최 교수는 "지역채널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써야하는 구조로 돌아가는 계륵이다. 그걸 그나마 지역케이블사업자가 지역 중심으로 뉴스를 만들고 있다"며 "그런데 지역채널 운영계획서를 폐지하겠다는 건 이해할 수 없다. 사업허가 과정에서 평가를 하기 때문에 중복을 이유로 폐지한다는 것인데, 폐지가 아닌 잘하고 있는지를 검토하는 지역성 검토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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