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조선일보가 성매매 관련 범죄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 일러스트를 사용한 것에 대해 내부 기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며 게이트키핑을 문제삼았다.

24일 조선일보 노보는 '조국 부녀 일러스트' 파문을 다뤘다. 조선일보 조합원들은 “잘못을 발견하고 걸러내지 못하는 허술한 시스템이 빚은 참사”라고 입을 모았다. 한 조합원은 “다들 경악하면서도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짐작하는 바가 있어 ‘터질 게 터졌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24일자 조선일보 노보

조선일보 노조는 조합원들의 반응을 “담당 기자의 부주의를 책망하면서도 지난해 전면적 디지털 강화를 추진하면서 부실해진 온라인 데스킹 기능이 이번 사건 배경에 깔려있다고 지적한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문제는 입사 3년차의 담당 기자가 스스로 판단해 고른 일러스트를 기사에 삽입해 출고하는 과정에서 문제 소지가 있다면 걸러줄 데스킹이 전무했다는 점”이라며 “이번 사건에서 출고 전 최소 1~2명이라도 담당 기자 아닌 사람이 일러스트와 기사 내용을 살펴봤다면 문제 소지가 있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을 것”이라는 한 조합원의 발언을 전했다.

현재 조선일보는 온라인 기사 출고시 사진이나 일러스트 고르는 작업을 전적으로 담당 기자 판단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일러스트뿐 아니라 상당수 온라인 기사가 데스킹 과정이 생략된 채 출고되는 상황이다. 조선일보 노조는 “인력은 그대로 둔채 지면·온라인을 병행하다 보니 데스크들 소화 능력을 초과하는 수준의 온라인 기사가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 조합원들은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나도 아차 하는 순간 비슷한 사고를 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기사의 문제 요소를 잡아내고 고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만이 유일한 재발 방지책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특히 일러스트는 특정 목적에 맞춰 제작된 것이 대부분”이라며 “일러스트 하나를 여러 기사에 갖다 쓰게 둬서는 안 된다”고 했다.

회사 측 대응이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차장급의 한 조합원은 “조 전 장관이 문제 삼기 전 선제 조치했거나 문제 제기가 있은 직후 사고 발생 원인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면 회사를 향한 비난이 이렇게 커졌겠냐”고 했다. 다른 조합원은 “사과문이 올라온 뒤에도 주변에서 ‘정말 실수 맞느냐’는 의심 섞인 질문을 많이 하더라”며 “수습에 나섰을 때는 이미 다들 고의적이었다고 강한 심증을 가진 것 같아 답답하고 속상했다”고 밝혔다.

21일 조선일보 <[단독]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 기사. 현재는 기사 사진이 교체됐다. (사진=조선일보)

지난 21일 조선일보 12면에 실린 <“먼저 씻으세요”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기사 온라인판에 조 전 장관 부녀와 관련된 일러스트가 사용됐다. 해당 일러스트는 지난 2월 27일 칼럼 <조민 추적은 스토킹이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에 실렸다.

조 전 장관은 22일 자신의 SNS에 해당 기사와 기자 실명·사진을 게시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23일 오전 조선닷컴 홈페이지에 사과문이 올라왔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을 연상키시는 일러스트를 코로나19 방역 수칙 위반 사건 보도에 사용해 다음날인 24일 또다시 사과했다.

분노한 정치인과 시민들의 조선일보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서둘러달라”는 조 전 장관의 주장을 시작으로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조선일보는 기사 관리를 이렇게 무책임하게 하냐. 언론이 사회적 영향력에 버금가는 책임을 지도록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대권주자로 나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특권과 반칙, 차별과 배제, 혐오와 왜곡을 일삼는 조선일보의 악마의 편집을 정공법으로 타파해야한다”며 “민주당은 언론개혁을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조선일보의 말뿐인 사과에 분노한다”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 또 벌어질 경우 확실히 책임을 물을 법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4일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는 조중동 폐간을 위한 시민실천단이 기자회견을 열고 조선일보 폐간을 외쳤다. 조선일보 폐간 및 기자 처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3일 4건이 연달아 올라왔으며 가장 처음 올라온 ‘조선일보 폐간시켜주십시오’ 청원은 현재 18만 8,182명이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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