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9월20일자 6면.
변양균(58)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35)씨는 과연 어떤 관계일까. 한국일보가 오늘자(20일)에서 그렇게 묻고 있다. 실소가 나온다. 지금까지 '부적절한 관계' '연인' '오빠' 등의 호칭을 선사하며 둘 사이의 관계를 단정적으로 몰아갔던 게 바로 언론 아닌가. 그런데 갑자기(!) 지금까지의 태도는 '생까고' 한국일보는 이렇게 묻는다. "과연 어떤 관계일까."

웃긴다. 왜들 이러실까. 궁금증을 해결할 단서는 한국일보 기사에 있다. 한국일보. 오늘자(20일) 6면 <인터넷 유포 연서는 가짜… 검찰 "낯뜨거운 내용 없었다">에서 이렇게 보도했다. "이메일에는 낯뜨거운 내용 없었고, 연애편지도 아니다." 기사를 좀 들여다보자.

검찰 "연애편지 아니고, 낯뜨거운 내용 없었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사랑하는 후배에게'라고 호칭하는 이메일을 몇 년에 걸쳐 주고받은 것을 보고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뿐, 그보다 더 나간 표현은 없다고 말했다. 이메일 분량도 대략 원고지 1~2장 내외로 간단한 메모 형식이지 구구절절한 사연을 담은 장문의 '연애편지'는 아니라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숱한 억측과 상상을 불러일으켰던 '두 사람의 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사적인 물품'도 사실은 진주목걸이로, 통상의 '가까운 사이'가 충분히 주고받을 수 있는 마음의 징표라는 게 검찰의 분석이다."

물론 검찰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비록 검찰이 '공식적인 입장'을 통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 사이에 '낯뜨거운 내용의 이메일'이 있었다고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내용이 일문일답이나 관계자 멘트를 통해 언론에 보도가 된 것을 감안하면 일정 부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언론.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관련된 모든 언론 보도가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변양균으로 상징되는 권력이 신씨의 교수임용과정과 예술감독 임명과정에 개입했는지 그리고 변 실장이 '불법적인 외압'을 통해 국가의 예산을 부당하게 지원하도록 행사했는지 등은 계속 언론의 추적보도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언론의 '낯뜨거운' 추정보도 퍼레이드를 한번 감상해보자

하지만 적어도 이 과정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과는 무관한, 무리한 보도가 있었다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언론은 이 부분에 대해 독자와 신정아-변양균씨에게 사과해야 한다.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 적어도 아래와 같은 보도가 이에 해당한다.

▲ 경향신문 9월11일자 3면.

▲ 국민일보 9월11일자 3면

▲ 동아일보 9월11일자 3면

▲ 서울신문 9월11일자 2면

▲ 조선일보 9월11일자 1면

▲ 중앙일보 9월11일자 1면

▲ 한겨레 9월11일자 3면

▲ 한국일보 9월12일자 10면

부끄럽지 않은가. 긴 말이 필요없다. 언론은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그리고 독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한국일보처럼 '대충' 후속보도를 하는 식으로 '퉁치고' 넘어가선 곤란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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