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운하를 찬성하시는 분들은 '기술적으로 다 된다'고 말하면서 정작 그 정책을 받아들이는 국민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 없이, 너무 급하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KBS 이재정 PD)

지난 26일 저녁 서울 서대문 한백교회에서 MBC <PD수첩>과 KBS <추적60분> 제작진에게 들어보는 대운하 취재 후기 간담회가 열렸다.

▲ 지난 26일 저녁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MBC < PD수첩>과 KBS <추적60분> 대운하편 제작진과의 간담회를 열었다. ⓒ정은경
민주언론시민연합(공동대표 김서중·신태섭) 방송모니터위원회는 2월의 추천방송으로 선정된 MBC <PD수첩> '독일 운하를 가다'의 임경식 PD와 KBS <추적60분> '물길탐사, 경부운하 540km를 가다'의 이재정 PD를 초청했다.

"4·9 총선, 대운하 정책 실현 분기점 될 듯"

▲ KBS <추적60분> 이재정 PD. ⓒ정은경
이 자리에서 KBS 이재정 PD는 "대운하 사업에는 많은 법규가 얽혀있기 때문에 특별법이 제정돼야만 한다"며 "4·9 총선이 대운하 정책 실현의 분기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확보할 경우 법 제정이 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추적60분>이 국내 도급순위 100대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대운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는다면 참여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62%로 나타났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는 대운하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이 PD는 "대운하 정책이 실현될 수도 있고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 국민이 판단할 수 있는 명확한 계획을 제시했어야 했는데 당시에는 계획들이 설익은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MBC <PD수첩> 임경식 PD는 "운하 관련 논쟁은 너무 어렵고 대부분의 언론들도 기술적 이야기만 하는 점이 안타까웠다"며 "언론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고 말했다.

임 PD는 "취재 과정에서 진실을 말해야겠다는 언론 본연의 자세보다 '어떻게 비춰질까'에 대해 더 고민을 많이 했다"며 "우리는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밖에서 '발목잡기'라고 비판할까봐 강박관념이 있었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운하가 자전거보다 느리다는 것 보여주고 싶었는데…"

▲ MBC < PD수첩> 임경식 PD ⓒ정은경
이날 간담회에서는 방송에 미처 담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들도 쏟아져 나왔다. 취재 당시 여건 때문에, 또는 편집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덜어내야 할 부분이 많았다는 것.

<PD수첩> '독일 운하를 가다'를 보면 배 옆으로 자전거가 빠르게 지나가는 장면이 잠깐 나오는데 이에 대해 임 PD는 "제가 직접 자전거를 타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운하가 자전거보다 느리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뒤스부르크가 MD 운하 덕분에 발전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현지 주민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비웃더라구요. 운하로 인한 주변의 관광, 일자리 파급효과는 없었고 오히려 열차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을 방송에 내보내고 싶었는데 일부러 부정적인 부분만 골라서 방송한다는 오해를 살 거 같아 뺐어요."

임 PD는 "우리 삶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사안이라면 정확한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대규모 공사임에도 너무 계획성이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고 대운하 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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