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ABC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부수 조작 의혹 관련 사무검사 중간보고서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77페이지 분량의 중간보고서 중 문체부 지적사항에 대한 개선책은 4페이지에 불과했다. 보고서 상당부분은 ABC협회 운영현황, 광고주협회 회비 납부실적, 과거 발생한 부수공사 자료유출 사건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ABC협회가 자정능력을 잃었다”며 ABC협회 부수공사 결과를 정부광고 집행 근거규정에서 배제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문체부는 ABC협회 부수 조작 의혹 관련 사무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체부는 ABC협회에 ▲신문 구독률과 온라인신문 트래픽을 함께 조사하는 통합ABC 제도 도입 ▲공사방식 전면 재검토 ▲협회 회장·이사 선출 등 지배구조 개선 ▲표본지국 선정방식 및 실사 방식 개선 ▲인증위원회 내실화 등을 권고했다. 문체부는 ABC협회에 권고사항을 2개월 이내에 이행하고, 2개월 이상 소요되는 사항에 대해선 집행계획을 세우고 6월 30일까지 완료하라고 통보했다.

(사진=연합뉴스)

김의겸 의원실에 따르면 ABC협회는 17일 문체부에 사무검사 결과에 대한 중간조사 보고서를 제출했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BC협회는 지국 공사방식 재검토 권고에 대해 “회원사의 협의 과정이 필수”라며 “제도개선 특별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라고 했다.

ABC협회는 통합ABC 제도 도입 권고에 대해 “재정적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통합ABC제도는 신문 구독률과 온라인매체 트래픽을 함께 조사하는 것을 말한다. 통합ABC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선 온라인매체가 ABC협회에 가입해야 한다.

ABC협회는 “온라인 매체는 활자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며 "오프라인 매체는 정부광고법에 의해 ABC협회 참여를 유도하지만 온라인매체는 회비를 납부하며 협회에 가입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ABC협회는 “현재 ABC협회는 적자 운용으로 (통합ABC제도를 도입할 시) 전산 전문직원 채용이 어렵다"며 "정부의 재정적 지원 선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ABC협회는 지배구조 개선 권고에 대해 “제3자의 참여가 옳은지 여부는 사무국에서 답변할 사항이 아닌 것으로 사료된다”며 선을 그었다. ABC협회는 인증위원회 내실화 권고와 관련해 “인증위원이 공사 현장에 참관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ABC협회는 중간보고서에서 “광고주협회의 회비 납부 실적이 부진하다”고 비판했다. ABC협회는 “광고주협회는 오랜 세월 외국 사례를 핑계로 들며 ‘사용자 부담원칙’을 주장했다”며 “세계 어디에도 부수공사 보고서를 공짜로 보는 나라는 없다. 미국, 영국은 광고주나 기업이 보고서를 유료로 구매한다”고 말했다. ABC협회는 “신문의 존재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신문은 여느 상품과는 다르다. 언론을 적대시하는 농단행위 중단과 엄중 문책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한 ABC협회는 과거 발생한 부수공사 자료 유출 사건을 거론하고 나섰다. ABC가 비판한 사건은 2008년 조선일보 부수 조작 의혹 사건, 2013년 종합편성채널 심사 당시 제출된 부수공시 자료 조작 의혹 사건, 2014년 중앙일보 제휴부수 불인정 사건 등이다.

중간보고서 중 과거 부수공사 자료 유출 사건은 40페이지에 달했다. ABC협회는 “3대 폭로라는 부끄러운 문화를 갖고 있다”며 “모두 내부자가 회원사의 공사자료를 유출해 폭로했으며 물론 가짜 내용이다. 3대 폭로는 예나 지금이나 행태가 똑같다”고 주장했다. ABC협회는 “내부자가 언론에 폭로한 뒤 관계기관에 폭로기사를 근거자료로 진정하는 수법”이라며 “외부에서는 ABC협회 내부자 폭로인 만큼 반신반의하면서 믿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부수 조작 논란이 허위 폭로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김의겸 의원은 24일 보도자료에서 “현 회장 취임 전의 내용들로 복사‧붙여넣기 한 보고서는 아무런 가치도 없다”며 “내부고발을 일컬어 ‘3대 폭로’, ‘부끄러운 문화’라고 하는 인식도 문제가 있다. 문제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운 ABC협회는 자정능력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자정능력을 상실한 ABC 부수공사 결과를 정부광고 집행 근거 규정에서 배제하는 정부광고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김의겸 의원은 이성준 ABC협회 회장 취임 이후 작성된 이사회 회의록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이 회장은 이사회에서 “ABC협회는 주인인 매체사와 최대고객인 광고주를 떠받들어 모셔야 한다”(2014년 11월), “회원사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직원이 있다면 호되게 꾸짖어 달라”(2015년 1월), “(회원사를) 정성을 다해 떠받들어왔다. 새해 무술년에도 머슴의 자세로 고락을 함께 하겠다”(2017년 12월)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의겸 의원은 “‘언론사를 주인으로 섬기는 머슴’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부수를 부풀리려는 신문사의 이해관계를 위해 부수 조작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자인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런 기관의 부수공사를 기준으로 막대한 정부광고비를 집행하는 것은 언어도단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ABC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측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문체부 사무검사에 대한 개선책은 사무처 차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신문협회와 광고주협회가 모두 참여하는 이사회에서 개선책을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광고주협회가 이사회를 열지 못하게 하고 있어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ABC협회는 부수 조작 논란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며 "문체부 사무검사 당시 충분히 소명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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