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노골화되지 못하고 표면 아래 있었을 뿐 권언유착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도 있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조중동과 청와대의 말싸움 같은 갈등을 보면 자칫 권력과 언론 사이에 긴장관계가 형성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 한미FTA, 평택미군기지, 전략적 유연성, 비정규직 대처방안, 노동운동과 같은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에 대해 조중동, 주요 방송사와 노무현정부의 생각은 정확히 일치했다.”

인수위의 언론인 성향분석 사건, YTN 돌발영상 사건 등 이명박 정부가 언론을 길들이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언론과 대립각을 세웠던 노무현 정부 때도 권언유착이 있었다”는 주장이 한 토론회에서 제기됐다.

“권언유착? 과거에도 있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주최하는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 권언관계 진단' 토론회가 26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곽상아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출범 1개월, 권언관계 진단과 전망’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도 권언유착은 있었다”고 지적했다.

손석춘 원장은 “이미 김대중 정부 때도 정부는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동아일보에 대해 간섭할 능력을 상실했다”며 “노무현정부가 간섭을 행사하지 않은 게 아니라 행사할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에 외압은 꿈에도 못 꾼 것”이라고 말했다.

손 원장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조중동과 청와대의 말싸움 같은 갈등을 보면 자칫 권력과 언론 사이에 긴장관계가 형성됐다고 볼 수 있지만 실제로 한미FTA, 평택미군기지, 전략적 유연성, 비정규직 대처방안, 노동운동과 같은 우리사회의 가장 중요한 의제에 대해 조중동, 주요 방송사와 노무현정부의 생각은 정확히 일치했다”며 “새로운 형태의 권언유착이 있지 않았냐 하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손 원장은 “단지 노골화되지 못하고 표면 아래 있었을 뿐 권언유착은 노무현 정부 하에서도 있었다”며 “이명박 정부는 노골적으로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이 참여정부와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김유진 민언련 사무처장은 인수위의 ‘언론인 성향 분석’ 사건, 국민일보의 ‘박미석 사회정책수석 내정자 논문 표절의혹 보도’에 대한 이 당선자 측의 외압 의혹 등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는 권언유착의 영어식 표현에 그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손석춘 원장의 주장에 대해 김유진 사무처장은 “노무현 정부가 한미FTA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이렇게 보도를 해야 된다’고 보수 신문에 말하지 않았다면 외압이 아니므로 담합이라고 볼 순 없다”며 “정체성을 상실한 정부와 보수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자식 복원의 배경에 권언 유착있는 것 아닌가”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패널들은 이명박 정부의 ‘권언관계’에 대해 일제히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양승동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은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의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을 원위치시키는 배경에는 권언유착이 있는 것 아니냐”며 “보수적인 몇몇 신문들이 이명박 정부로부터 시혜를 기대하고 정권과 유착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류정민 미디어오늘 정치팀장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메이저 언론’의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늘어났지만 '마이너 언론'의 청와대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다”며 “이명박 정부의 ‘프레스 프렌들리’는 메이저 언론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시중 임명…이명박 대통령이 국민 여론 귀담지 않음을 의미”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류정민 미디어오늘 정치팀장은 “방통위원장에 최측근인 최시중씨가 임명된다는 것은 국민 여론과 비판에 대해 대통령이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런 사건은 이제 시작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승동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도 “최시중씨가 방통위원장이 되는 것에 방송현업인들도 거의 대부분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데도 이를 강행하는 것은 이명박 정부가 방송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공영방송에서 권력에 비판적 보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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