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제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위원장 독임제 기구 같다."

▲ 백미숙 1기 방통심의위 위원ⓒPD저널 제공
1기 방송통신심의위원을 맡은 바 있는 백미숙 서울대 기초교육원 연구교수는 15일 오후 '방통심의위의 위상 및 방향성' 토론회에 참석해 "방통심의위 운영과 관련해, 위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하고, 방통심의위가 후원한 이번 토론회에서 백미숙 교수는 "합의의 성격을 실질적으로 발휘하기 힘들다"며 "심지어 위원장은 방통심의위 특위 위원을 지명하고 소집할 권한까지 있는데 위원장이 권한을 독점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백미숙 교수는 "방통심의위는 합의제 민간 독립기구임을 표방하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예산, 인력 등이 독립돼 있지 않아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며 "마치 정부기관인 방통위의 산하기관과 같은 모습인데 실질적으로 합의제 민간 독립기구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예산, 인력 등이 독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방통심의위가 행정기관이라는 속성을 버릴 수 없다면, 내용 규제를 총괄하는 독립 행정기관으로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어떤가'라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내용 규제를 담당하는 거대한 검열 기구를 만들자는 것으로서 자칫 위험한 생각일 수 있다"며 "합의제 민간 독립기구의 위상을 확고히 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모호한 심의 기준을 명확히 규정해 방통심의위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최영묵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선량한 풍속과 건전한 사회질서 유지' 등의 심의 기준은 지나치게 모호해서 걸면 다 걸릴 수 있다"며 "방통심의위의 결정으로 방송사업자나 개인들이 권리의 제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규정상의 모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명현 한림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궁극적으로 가장 옳은 방향은 바로 '자율심의'다. 그런데 방통심의위가 자율심의를 할 수 있는 토양, 여건 마련을 위해 얼마나 미래지향적으로 준비해 나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심의위 내부에서 자율심의를 향한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명현 교수는 "20여년 전에 방송위원회에서 4년 정도 근무한 적이 있는데 당시 방송위원회는 (현재의 방통심의위가 맡고 있는) 내용규제까지 담당했었다. 당시 사업자 규제, 내용 규제를 통합해서 해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며 현 방송통신위원회가 내용 규제를 담당하는 것에 대해 제안했다.

다만, 강명현 교수는 "이같은 방식의 전제는 공정성 심의는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명현 교수는 "방통심의위의 위상이나 역할과 관련해서 나오는 비판의 핵심은 '정파성'인데 (공정성의 문제는) 법원의 명예훼손 등으로 충분히 견제할 수 있는데 굳이 공정성 심의를 하려고 해서 파장이 이어지는 것 아닌가"라며 "공정성 심의를 하지 말고 청소년 보호를 위한 유해콘텐츠 심의 등만 끌고 간다면 방통위 안에서 옛날 방식처럼 해도 오해받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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