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쌍둥이 남매 그리고 전설적인 FBI 국장이 맞붙은 11월 2주차 미국 박스 오피스의 승자는 역시 신이었습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신의 권능 앞에서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겠죠 ㅎㅎ 타셈 싱의 신작인 <신들의 전쟁>은 3,200만 불의 수입을 올리면서 무난하게 1위를 차지했습니다. 지금 시기에 저 정도의 금액이라면 뛰어나진 않아도 선전한 수준은 될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모처럼 5위권에 든 다섯 편의 영화가 모두 1,000만 불을 넘는 수입을 기록했습니다. 이 덕분에 2011년 11월 2주차의 전체 미국 박스 오피스 흥행은 작년보다 증가했다고 합니다.

비슷한 분위기의 <300>이 기록했던 약 7,100만 불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고, <타이탄>의 약 6,120만 불에도 크게 모자라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알고 보면 크게 실망할 성과는 아닙니다. <신들의 전쟁>은 제작에 이어 작년부터 배급에도 뛰어든 'Relativity Media'의 영화 중에서 최고의 데뷔 성적을 보였습니다. 이전에 <Limitless>가 기록했던 약 1,900만 불을 훌쩍 뛰어넘었죠. 아울러 'Lionsgate'의 <익스펜더블> 이후에 할리우드의 6대 배급사가 아닌 곳의 작품으로는 최초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R 등급의 3D 영화 중에서는 <잭애스 3D>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데뷔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타셈싱의 영화 중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영화가 영화인지라 남성 관객이 60%라는 건 조금 이색적이네요. 개인적으로는 타셈 싱을 열렬히 사모함에도 실망이 컸던 영화라 우려가 크지만, 과연 제작비를 넘어 어느 선까지 흥행하게 될지 궁금하군요.

또 한번 아담 샌들러의 인기가 증명되는군요. 그의 신작인 <잭 앤 질>이 2위로 데뷔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비록 2위라곤 해도 비수기에 2천만 불을 넘는 수입을 올렸다는 건 실망스런 성적이 아닙니다. 반면에 아담 샌들러의 영화 치고는 개봉 첫 주말의 성적이 낮은 편에 속하긴 합니다. <잭 앤 질>의 2,600만 불은 지난 몇 년 동안 아담 샌들러가 주연하고 대규모로 개봉했던 코미디 영화 중에서는 <스팽글리쉬, 퍼니 피플> 다음으로 저조한 금액입니다.

<잭 앤 질>은 사이가 원만하진 않은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입니다. 광고업계에서 성공한 남자인 잭은 아름다운 아내 및 자녀들과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 해마다 고비가 닥쳐오는데, 바로 추수감사절마다 자신의 일란성 쌍둥이 남매인 질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일란성이지만 여러모로 자신과 맞지 않는 질 때문에 잭은 환장할 지경입니다. 이 영화에서 아담 샌들러는 1인 2역을 맡았고, 케이티 홈즈가 잭의 아내로 출연했습니다. 아래 예고편을 꼭 보세요. 저랑 아담 샌들러의 유머코드가 맞아서 예고편이 무지 재밌기도 하지만, 꽤 의외인 인물이 본인으로 출연해 웃겨줍니다.

<잭 앤 질>의 예고편입니다.

2주 연속 1위를 차지했던 <장화 신은 고양이>는 두 계단을 하락한 3위입니다. 슈렉 시리즈의 스핀오프 치고는 수입이 썩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3주차가 지나며 1억 불을 돌파했습니다. 변동치가 -22.9%에 불과한 걸 보면 제작비를 넘어서는 건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국내에선 정말 방학 시즌에 맞추려고 하는 건지 아직 개봉일자가 안 잡힌 모양이네요.

4위는 아담 샌들러에 버금가는 벤 스틸러의 <Tower Heist>입니다. 두 영화의 개봉 첫 주말 성적만 따지고 보면 아담 샌들러의 티켓 파워가 벤 스틸러보다 꽤 앞서는군요. 에디 머피의 약발도 안 먹히는 걸까요? 개봉 2주차에도 1천만 불 이상의 수입을 올린 건 긍정적인 현상입니다만, 4주차는 지나야 제작비 회수를 노려볼 수 있겠네요.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레오나르드 디카프리오의 신작인 <J.에드가>는 5위로 데뷔했습니다. 최소한 3위는 하지 않을까 했는데 제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했습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연출하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했다는 사실 외에, 전설적인 FBI 국장인 에드가 후버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 관심이 꽤 클 줄 알았거든요. (혹시 에드가 후버가 누구인지 궁금하신 분들은 여기를 클릭하세요. 제가 예전에 예고편을 소개하면서 간략하게 쓴 글입니다)

<J. 에드가>의 개봉 첫 주말 수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전작인 <히어애프터>의 약 1,230만 불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죠. 그의 이전 출연작이 다른 영화도 아닌 <인셉션>이니까요. 하지만 아직 실망하긴 이릅니다. 다른 5위권의 영화들이 모두 3,000개가 넘는 극장에서 개봉한 데 반해, <J.에드가>는 2,000개도 되지 않습니다.개봉극장수를 더 확대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은 2주차 성적을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관객들의 평가에 비해 평단의 그것은 제법 저조하다는 게 좀 걸리네요. (IMDB 7.6, 로튼토마토 40%)

지난주에 3위로 데뷔했던 <해롤드와 쿠마의 3D 크리스마스>가 6위로 내려앉았습니다.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조금 낮은 -54.5%라는 변동치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네요. 3D임에도 제작비가 워낙 저렴해서 수익은 무난하게 챙길 것 같습니다. 이 영화만은 제발 국내에서 개봉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안타깝습니다.

저조한 성적으로 일관하던 <인 타임>은 개봉 3주차를 지나며 제작비와의 격차를 1천만 불로 좁혔습니다. 전 아직 보질 못했는데 주변에서 들리는 얘기론 영화 자체가 볼품없다고 하더군요. 그 명백한 증거가 미국 박스 오피스에 보입니다.

8위의 <파라노말 액티비티 3>는 지난주보다 무려 네 계단이나 하락했지만 순위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개봉 4주차를 지나며 기어코 1억 불을 돌파했거든요. 2편은 일찌감치 제쳤고, 약 7백만 불만 더 벌어들이면 1편의 흥행수입마저 넘어서게 됩니다. 이번 주만 지나면 무난하게 세 편의 시리즈 중의 최강자로 올라서겠군요. 전 세계 흥행수입에서는 현재까지 3편이 1억 8,940만 불, 1편은 1억 9,340만 불입니다. 이것도 곧 갈아치우겠네요.

9위인 <풋루즈>도 세 계단을 하락했지만 크게 아쉬울 건 없는 형편입니다. 개봉 전에 우려가 많았지만 보란듯이 제작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입을 거뒀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흥행한 이유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리얼 스틸>은 끝내 아쉬움을 가득 남기고 10위권 밖으로 사라지는군요. 국내에서의 반응은 좋았지만 정작 본토에서는 크게 흥행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6주 동안이나 상영을 했다면 1억 불을 넘고도 남았어야 하는데, 이제서야 8천만 불을 돌파하는 선에서 그쳤습니다. 그나마 전 세계 흥행수입은 현재까지 약 2억 2,900만 불이란 게 다행입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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