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가 4년여 간의 방송 끝에 폐지됐다. 달인은 김병만의 오늘을 있게해 준 명품 코너였다. '개콘'의 간판코너로 자리잡으며 시청자들의 사랑이 최절정일 때 몸도 마음도 지쳤으니 폐지할 만도 하겠다 싶었는데, 뉴스를 보니 그게 아닌 것 같다. 김병만이 달인을 접은 진짜 이유는 사실 종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연예인인 만큼 인기가 최정일일 때 돈을 더 준다는 곳으로 가는 것에 대해 뭐라 할 바는 못 되지만, 실망스러웠던 것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종편행을 선택한 이유로 자신을 키워준 김석윤PD에 대한 보답차원이라고 한 변명이다.

김병만이 '달인' 코너를 접을 때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다. '개콘'의 최장수코너로 소재 고갈과 김병만의 바쁜 스케줄 때문에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려운 점은 이해가 가지만, 그의 종편행에 대해선 썩 좋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종편행보다 더 실망스러웠던 것은 '자기를 키워준 PD가 불렀기 때문에 갈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 같은 말이다. 왜 실망스러웠을까?

김병만 얘기를 들어보면 종편행 선택은 자신을 키워준 PD에 대한 의리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석윤PD가 당시 무명의 김병만을 '달인' 코너를 계속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점은 인정하지만, 달인 코너를 사랑해준 시청자가 아니었다면 조기에 폐지될 수도 있었다. 즉, 김PD보다 시청자들의 사랑과 관심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런데 김병만은 시청자들의 바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PD에게 받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종편으로 간다고 했다. 이는 시청자들의 사랑보다 이미 종편으로 간 PD와의 인연 때문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헌신짝처럼 버린 꼴이다.

연예인들의 종편행은 사실 개인적인 문제다. 채시라는 회당 4,500만 원의 출연료로 jTBC '인수대비'에 출연한다고 한다. 총 50회니까 드라마 한 편에 22억을 챙기는 셈이다. 개국 초반에 공중파와의 한 판 전쟁을 위해 종편은 지금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종편이 연예인들 출연료를 천정부지로 올려놓는 데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으니 종편에 대한 생각이 곱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김병만이 종편행을 선택한 것은 강호동 은퇴 이후 1인자로 올라서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병만도 이걸 모를 리가 없다. 김병만 소속사 측은 종편 캐스팅 때문에 달인 코너를 폐지한 게 아니라 김석윤PD와의 의리 때문이라고 했는데, 종편행을 포장한 변명으로 밖에 안 들린다. 보도에 따르면 김병만은 종편에서 두 편의 프로그램 출연이 확정됐다고 한다. 스케줄 문제 등으로 달인코너 연습시간이 부족한 것도 폐지 이유 중의 하나라는데, 만약 종편으로 가지 않는다면 '달인' 코너를 계속할 수도 있다는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강호동이 '1박2일'에서 하차한다고 했을 때 확인되지도 않은 종편설이 나돌며 온갖 비난을 다 받았다. 그런데 달인 김병만은 종편행이 확정돼도 강호동만큼 욕을 먹고 있지 않다. 왜 그럴까? 강호동만큼 인기가 없는 것도 있지만, 김병만의 종편행이 의리 등으로 미화, 포장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말로는 자신을 키워준 PD 은혜에 보답한다고 하지만, 은혜를 갚는 일이 꼭 종편행만은 아니라고 본다. 다른 방법으로도 충분히 갚을 수 있다. 사실상 김병만이 '돈 때문에 간다'고 하는 게 맞는데 의리로 포장하려고 애쓰는 것 같아 실망스러운 것이다.

돈이라면 팬도 외면하는 게 연예인의 생리다. 연예인의 생명은 지금 천정부지 인기라 해도 언제 거품처럼 꺼질지 모른다. 그래서 의리니 명예니 보다 결국은 돈을 더 주는 쪽으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유재석 등 개념 있는 연예인들이나 김태호, 나영석 등 개념 있는 PD들은 종편에서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해도 거절하고 있다. 이들이 종편행을 거절한 이유는 돈보다 국민들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을 국민MC, 국민PD라 부르는 것이다.

강호동 은퇴 후 언론에선 김병만을 강호동을 대신할 차세대 1인자로 꼽기도 했다. 그런데 김병만이 종편행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며 의리를 내세우는 걸 보고 실망했다. 종편행 그 자체는 뭐라 할 수 없지만, 자신을 애써 미화하려는 태도 때문이다. 김병만 얘기는 돈도 명예도 싫은데 의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간다는 것인데, 이 말을 그대로 믿으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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