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안에서 유일하게 정부 정책 뿐 아니라 권력, 자본, 노동 문제 등을 날카롭게 보도하던 <PD수첩>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실제로 <PD수첩>은 한미FTA, 한진중공업 사태, 4대강, 삼성 백혈병, 강정마을 등 주요하게 다뤄야 할 현안들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이에 MBC 내부에서도 “<PD수첩>이 무력화 되고 있다” “정권이 싫어할 만한 PD수첩 아이템은 사전 검열로 차단당하고 있다”는 자괴감 섞인 우려가 나오고 있다.

▲ PD수첩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미FTA와 김진숙 아이템은 안 돼”

이런 가운데,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이 민감한 아이템에 대한 취재 중단 지시를 잇따라 내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윤길용 국장은 한미FTA, 한진중공업 사태 등 아이템을 취재하던 PD들에게 취재 중단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윤 국장은 한미FTA에 관한 아이템을 준비하던 PD에게 “한미FTA는 재미가 없고 추상적인 담론일 뿐”이라며 취재 중단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노사 협상 타결로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크레인 농성을 중단하고 내려온 것에 대해서도 PD들은 취재를 원했지만 “아줌마 하나 내려오고 그런 거 아무도 신경 안 쓴다”는 이유로 취재 중단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PD수첩>이 너무 노동문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고 한다.

실제 <PD수첩>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한미FTA를 보도해달라”는 시청자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시청자들은 “이번 주는 한미FTA를 다뤘어야 합니다. 아닙니까?” “FTA 방송 좀 제발 해주세요” “한미 FTA에 대한 모든 것을 방영해 주셨으면 합니다” “시민들도 알아야 합니다. 한미FTA보도 꼭 해 주십시오”등 글을 통해 한미FTA 보도를 촉구했다. 또, 한 시청자는 <PD수첩>의 슬로건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를 언급하며 “우리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는 죽었다. 언론인으로…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제작진을 비판하기도 했다.

▲ 시청자들이 PD수첩 홈페이지에 한미FTA 보도를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PD수첩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 뿐 아니다. 노조가 밝힌 윤길용 국장 체제 아래에서 방송에 나가지 못한 아이템 목록은 다음과 같다.

△대통령 국가조찬기도회 무릎기도 파문 △남북경협 중단 1년 재점검 △한진중공업과 희망버스 △한상대 검찰총장 검증 △미군 고엽제 파문 △복수노조 시대와 삼성 노조간부 해고 △4대강 공사현장 잇따른 사망사고 △삼성 백혈병 노동자 △부산 해운대 난개발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논란 △인천공항 민영화 논란 △종북좌파는 누구인가 △길거리 보수들 △한명숙 무죄판결과 검찰의 기소남용 △어느 노숙자의 죽음 △미국 산업계가 바라본 한미FTA △한진중공업과 타결과 김진숙 △제주도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분석

이와 함께, 현재 MBC가 진행하고 있는 시사교양국 경력사원 공채가 “<PD수첩> 담당 PD 가운데 특정인을 내보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MBC노조는 이와 관련해 “현재 <PD수첩> 담당 PD가운데 윤길용 국장이 ‘내보내겠다’고 공언한 PD가 있지만 대체인력이 없어 보류중이라고 한다”며 “윤 국장은 대체인력을 찾기 위해 심지어 80년대 중반 입사한 부국장급 PD들에게 PD수첩 가라고 권유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한 윤길용 국장 체제에서 시청률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MBC노조는 “윤길용 국장이 시청률을 위해 <PD수첩> 아이템을 그토록 신중히 신중히 골랐지만 윤 국장 부임 이후 평균 시청률은 6.47%(3월 첫 주~11월 둘째 주)로 나타나,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8.35%에 비해 무려 23%가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윤길용 “취재 중단 말 한 적 없다 … 김진숙 발언도 한 적 없어”

하지만 윤길용 국장은 노조의 ‘취재 중단’ 그리고 김진숙을 향한 ‘아줌마 발언’ 등 주장을 정면으로 부인했다.

윤 국장은 15일 오전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취재 중단이라는 말은 틀린 것”이라며 “원래 프로그램 아이템을 (선정)할 때에는 수십 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이후 정식 취재는 부장과 국장의 승낙이 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미FTA에 대해서는 취재 중단이라는 그런 말 한 적이 없다”며 “(방송을 하면) 어떨까요 이야기가 나왔지만 (방송 예정일인) 11월29일 개편 첫 날 더 좋은 아이템이 있지 않을까 했다. 취재 중단이 아니라 PD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진숙 지도위원을 빗댄 ‘아줌마’ 발언 주장에 대해서는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한진중공업 보도는 딴 데도 했다. 우리는 주간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시의성이 중요한데, 국장 입장에서는 아이템이 방송 시점과 맞지 않고 흡입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아줌마 폄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