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진지한 조규찬의 얼굴이 모처럼만에 활짝 피었다. 평소 그는 무표정에서 살짝 환한 얼굴 정도가 전부인 메마른 표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의 표정을 가지고 안 좋게 이야기하는 이들은 없다. 한때 그는 안 좋은 일을 겪은 이후 표정이 조금 더 안 좋아진 것 같다.

조규찬이 <놀러와>에서 보여준 여러 장면들은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수줍은 색시의 모습, 바로 그 모습이었다. 조규찬과 같이 출연한 이들은 전설의 가수들이라고 해도 될 만한 '조덕배'와 '강산에'였다. 뭔가 아웃사이더의 느낌을 주는, 그들의 감성을 좋아하는 대중이나 동료 가수들에게 그들의 <놀러와> 출연은 다소 의외이기도 했겠지만 또한 동시에 반가움을 전했을 것이다.

같이 출연한 조덕배는 한 번 웃으면 웃음이 멈추지 않는 것이 무척 고민인 사연을 가진 사람이다. 언뜻 고민 같지 않아 보이는 고민이지만, 그 고민이 이해되는 것은 사연이 있기 때문이다. 조덕배는 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웃는 기관이 잘못되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격의 고민을 가진 사람이었다. 단독으로 생각할 때에는 별로 웃기지 않는 진지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조규찬과 묘하게 대비가 되면서 웃음으로 상황이 변한다. 조규찬은 거꾸로 너무 안 웃는 것이 고민인 사람이다. 어느 시기를 지나면서부터 안 웃기 시작한 조규찬은 꽤 오래 웃음을 잘 안 보인 사람이다. 허나 자신은 남들 앞에서 잘 안 웃을 뿐이지 가정에 가면 아내보다도 훨씬 잘 웃는 남자라고 농을 치며 웃음을 준다. 하지만 그의 지난 삶을 파고 들어가 그것이 충격으로 인한 안면마비 증세 때문이란 것을 알면 조금은 숙연해지는 기분이 든다.

조규찬의 고민은 잘 못 웃는 것이었고, 그렇게 안 웃은 지가 어언 십수 년. 특별히 밖에서는 웃을 일도 없고, 남들 앞에서 웃어도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 기분 때문에 시원스레 못 웃는 그였다. 최근 출연했던 <나는 가수다>에서도 시원스런 웃음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조덕배'의 엉뚱한 이야기에 그만 멈췄던 웃음이 빵 터지고 말았다. 조덕배는 놀러와에서 어떻게 웃겨야 하는지 몰랐는데 너무 편한 보통의 이야기를 통해서 웃기는 기운이라고 하며 웃음을 준다. 강산에가 웃기 시작했고, 다시 조덕배는 '폭발적인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라며 장난스럽고도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여기에 유재석은 그런 조덕배에게 '아! 그러면 폭발적인 이야기 준비해 오신 거죠?'라며 받아쳐 조덕배를 급당황시킨다. 당황한 조덕배는 '아! 이게 1부 2부 있다고 하니까... (천천히)'라며 말을 얼버무리며 끌게 되자 상황은 반전되어 큰 웃음을 만들어낸다. 십수 년 제대로 밖에서 웃지 못했다고 하는 '달인 조규찬'은 얼굴이 그만 활짝 피고 만다.

'달인 조규찬 선생은 지금까지 십수 년 안 좋은 일로 인한 안면마비 때문에라도 어디서 크게 웃지를 못 합니다'라고 달인의 수제자가 이야기함과 동시에, 의외성 웃음꾼인 조덕배의 한 마디는 분위기를 화끈하게 띄워놓아 달인 조규찬 선생을 빵 터지게 해주었다.

달인 조규찬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갑작스레 지인이라고 하는 이와 통화 연결이 되었고, 음성이 변조되어 자신의 실생활 일부가 웃음기 있게 소개되자 멋쩍어하는 모습을 보인다. 전화 연결된 지인은 조규찬이 일상생활 중에 알아서 하는 부분이 굉장히 적은 편이고, 대부분 아내분이 한다는 제보를 하게 된다.

유재석은 전화 연결된 지인에게, “혹시 조규찬 씨의 부인 되시는 분 아닌가요?”라고 물었고, 잠시 아니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 달인 조규찬 선생이 등장하여, "아! 그런데 말에도 리듬이 있는데 제 와이프가 아니에요"라며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음성변조를 푼 결과 그의 확신과는 다르게 아내 '헤이'의 목소리가 나오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는 멋쩍어 하며 "아! 제 집사람이네요"라고 말해 웃음꽃이 만발하게 해 준다.

분위기는 뜨거워져 많은 웃음이 나왔지만 잘 못 웃는 이유를 알게 되는 부분에서는 씁쓸해지기도 한다. 살면서 가장 분노한 순간, 큰 스트레스를 받은 순간, 태어나서 겪은 가장 황당한 사건이 다가온 이야기에 시청자들도 공감하며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골방토크를 하던 그들이 장소를 옮겨 특이하게 반지하 세트장으로 이동해 나눈 대화에서는 좀 더 언더 시절의 씁쓸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도둑의 누명을 썼던 굴욕적인 경험을 이야기한다. 철저하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오해 때문에 받은 상처는 황당함 그 자체였다. 이후 그는 가수가 되어서도 방송국에서 좋지 않은 경험을 한다.

고등학교 시절의 그 상처는 극도로 큰 스트레스를 가져와, 결국 안면이 마비되는 증상이 찾아왔다는 사연을 듣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한쪽 얼굴이 마비되고 자연스레 웃을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한쪽이 마비되고 웃어야 하는 상황은 웃어야 하기에 연습으로 한쪽을 더 웃는 얼굴로 만들지만, 그것이 매우 부자연스러워 차츰 웃음을 잃었다는 말에 그저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제는 완전히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단계에 있다고 하는 그. 한편으로는 아직도 제대로 어디서 웃지 못한다는 달인 같은 인생을 살았다고 하는 조규찬은 그 아픔도 웃음으로 승화시키며 웃음을 줬다.

생활에 가장 가까이 있는 대중문화. 그 곳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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