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을 소화하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오는 15일(한국시간) 오후 9시 반 베이루트서 레바논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중동 2연전 일정을 마친다.

이번 중동 원정에서 조광래호는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와의 경기를 2-0 승리로 이끌고 최종예선 진출을 사실상 결정지었으나 유럽파들의 불안정한 모습에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스코틀랜드 셀틱 소속인 기성용은 이미 차출되기 이전부터 장염증세를 보여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으나 조광래 감독의 차출에 의해 국내에서 치료를 받아왔지만 끝내 컨디션이 회복되지 않아 중동원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 조광래 감독 ⓒ연합뉴스
같은 팀의 차두리는 UAE전에서 오른쪽 윙백으로 출전해 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지만 경기 중 경미한 부상을 당해 보는 이들을 불안케 했다. 특히 햄스트링 부상에서 회복되어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다시 장거리 비행을 거쳐 대표팀에 합류, 소속팀으로서는 차두리가 부상이나 당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주영은 UAE전에서 쐐기골을 뽑아내기는 했으나 소속팀인 아스널에서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이 가져다 준 후유증을 이번 중동원정에서 상당부분 노출했다. 슈팅 타이밍이 늦고, 상대 수비진 배후로 파고드는 골잡이로서의 움직임이 분명 예전만 못했다. 또한 슈팅 기회가 왔음에도 다소 머뭇거리는 장면을 노출, 경기감각이 정상이 아님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덜랜드의 지동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잉글랜드 프라미어리그 경기에 출전해 나름대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제 컨디션을 전혀 회복하지 못해 조광래 감독의 애를 태우고 있다.

지동원 스스로도 현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몸 상태가 100%는 아니다. UAE전에서는 잘 하려는 마음이 앞서다보니 더 안 풀린 것 같다. 레바논 전에 후보로 밀린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제는 마음만 앞서서 잘 하려는 마음을 버리려고 한다"고 심적인 부담을 털어낼 것임을 밝히면서도 "나는 활기를 잃어 버렸다. 플레이뿐만 아니라 생활에서도 활기가 없어졌다. 잠깐 개인 훈련을 한다고 나아질 것은 없다"고 다소 비관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동원 뿐 아니라 볼프스부르크 소속의 구자철 역시 조광래 감독의 걱정거리다.

구자철은 UAE전에 섀도우 스트라이커이자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우선 패스미스가 많았다. 구자철은 전반전 31개의 패스 중 23개만 동료에게 연결했다. 74.2%에 그친 것이다. 이중 전방으로 찔러주는 전진패스는 11개 중 5개만 성공했다. 몸놀림 역시 완급을 조절하는 템포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역시 소속팀에서의 출전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구자철은 최근 소속팀의 방출대상자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소속팀인 함부르크에서 주전의 입지를 굳힌 손흥민은 UAE전에서 활기찬 모습을 나타냈다. 답답하게 0-0으로 마친 전반전과는 달리 손흥민이 기용된 후반전에서는 조광래호의 공격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손흥민이 끊임없이 UAE 수비진 배후 공간으로 파고드는 시도를 이어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자신이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이날 손흥민은 이른바 '트랜스미션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100% 소화했다고 평가 할만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을 종합해보면 한국 대표팀에서 뛰는 유럽파 선수들의 활약도는 소속팀에서의 입지와 역할에 많이 좌우될 수밖에 없다고 보여 진다.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도 제대로 얻지 못하고 경기감각이 한참 떨어져 있는 선수를 그저 '주전'이라는 이유로 또는 부상이 없이 정상적인 몸 상태라는 이유만으로 대표팀에 차출할 경우 이들의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려움을 지난 UAE전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지리적 특성상 유럽파들이 대표팀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장시간의 비행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컨디션 조절 시간도 국내파나 일본 J리그파들에 비해 더 많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기성용의 경우만 놓고 보더라도 소속팀과 좀 더 긴밀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더라면 선수를 차출해놓고 경기에는 투입할 수 없는 상황이 없었을 것이고, 지동원이나, 구자철, 박주영 등과 같이 스스로 컨디션이나 경기감각이 떨어져 있는 선수들과도 허심탄회한 의사교환을 통해 현재 이들이 소속팀에 전념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대표팀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이 좋은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면 조광래 감독이 적어도 '유럽파를 혹사 시킨다'는 말은 듣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따라서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나 조광래 감독은 유럽파 선수들을 차출할 때 좀 더 세밀한 기준을 놓고 차출여부를 판단하는 변화된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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