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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동원'에서 못 벗어나는 선거[김민하 칼럼] 거짓말과 '생태탕' 검증, 언론 탓과 아전인수 해석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21.04.06 10:55

[미디어스=김민하 칼럼]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 출마한 양당의 후보들이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에서 서로를 향해 ‘거짓말’이라며 난타전을 벌인 모양이다. 박영선 후보는 오세훈 후보가 내곡동 땅 의혹을 제대로 해명하지 않는 걸 지적하며 “이명박의 BBK”에 빗댓고, 오세훈 후보는 여당이 재보궐선거에 귀책사유가 있으면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을 바꿔 박영선 후보의 출마를 강행한 것을 문제삼았다. 피곤한 싸움이다.

공약은 어디가고 생태탕만 남았다는 자조도 나오는 모양인데, 과연 오세훈 후보는 내곡동 땅 측량 현장에 없었던 것일까? 오세훈 후보는 “삼인성호”라고 했지만 동시에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최소한 KBS 고발은 취하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보수언론은 ‘제보자’들의 과거 전력 등을 끄집어내 신뢰성을 공격하며 오세훈 후보를 거들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선 피곤한 일이다.

선거 전에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선거가 끝나도 사실 확인이 될지는 의문이다. 오세훈 후보가 측량 현장에 있었다고 해도 측량 자체가 죄가 아닌 이상 강을 건너기 위해 놓아야 할 징검다리가 더 남았기 때문이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처음에는 ‘셀프특혜’나 ‘투기’라고 주장하던 여당도 “최소한 이해충돌”이라는 식으로 톤다운을 하고 있다. 전혀 모른다는 식의 오세훈 후보 해명이 논란을 더 키웠다고 해도, ‘생태탕 선거’가 될 일인지 의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연합뉴스)

이례적으로 높은 사전투표율을 두고 아전인수식 해석 경쟁을 벌이는 광경도 피곤하게 느껴지긴 마찬가지다. 여당은 ‘샤이진보’가 대거 투표에 나섰다고 해석했고 국민의힘은 정권심판 바람을 타고 중도층이 투표에 나선 결과라고 주장했다. 어느 한쪽에 유리했다면 다른 한쪽엔 불리했다는 얘긴데 서로 이러니 도대체 어찌된 일인지 알 수 없다. 보수언론은 자치구별 투표 성향까지 분석하며 여야의 유불리를 저울질했는데, 결과는 허무하게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전문가들도 같은 얘기를 한다. 

사전투표율을 놓고 유불리를 논하기 어려운 이유는 선거 지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여당에 일방적으로 동조하지 않는다. 현 정권에 대한 실망과 과거 정권에 대한 거부감 사이에서 방황한다. 단순한 얘기는 아니다. 이 정권이 누구를 위해 무엇을 개혁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느낌으로, 젊은 세대가 경계하는 것은 속고 이용당하는 것이다. 국정농단과 촛불시위가 있었기에 젊은 세대는 다소 의심을 가진 상태에서라도 여당이 내세우는 개혁의 대의에 일정기간 속아줄 수 있었다. 코로나19와 K방역은 이 기간을 더 연장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윤석열 공격’으로 대체된 검찰개혁이나 전월세상한제로 인한 부작용 등에 대한 평가도 덩달아 뒤로 밀렸다. 하지만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역시 이제는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게 됐다. 미뤄진 정치적 결산을 해야 되는 시점이 온 거고, LH 사태는 방아쇠가 되었다. 이게 야당 후보에 대한 검증이 충분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이런 상황인데 여당은 아직도 언론 탓을 한다. 국민의힘 소속 후보들에 대한 의혹이 쏟아지는데도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의혹의 근거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아니다. 방송3사가 모두 ‘단독’ 보도를 했고 이것들이 이미 ‘검증’ 시도의 다양한 근거로 쓰이고 있다. 더군다나 여당은 막강한 TBS라디오와 스타 진행자도 우군으로 거느리고 있다. ‘제보자’ 인터뷰의 내용은 성향을 불문하고 거의 모든 언론이 어떤 형식으로든 ‘받아쓰기’를 하고 있다. 무엇이 더 필요한가?

집권 4년차 정권이 아직도 기득권의 피해자를 자처해야만 한다면 그것은 능력의 문제가 아닐까? 이런 태도가 민심 이반의 한 요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리더십이다. 책임 회피는 무능의 고백이거나 ‘프레임’이다.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면, 개혁의 명분은 동원 전략에 불과했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어떤 사람들은 ‘이용당했다’고 느낄 것이다.

사실 앞서 열거한 많은 의문들 그러니까 여당이 왜 ‘검증’ 국면을 계속 끌고 가는지, 박영선 후보가 ‘이명박 BBK’를 반복해서 말하는 이유는 뭔지, 사전투표율을 놓고 아전인수 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등을 동원전략의 차원으로 본다면 많은 의문이 해소된다. 국민의힘에는 투표할 수 없지만 여당을 찍을 이유를 찾지 못하는 유권자들에게 명분을 주려는 것이다. 이걸 여당은 ‘샤이진보’ 결집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이것이다. 투표 유불리를 떠나, 엄밀한 의미에서 유권자가 억지로 투표소에 끌려가듯 하는 게 실질적 민주주의일까? 그런 의미에서, ‘제3후보’를 찍으려 했지만 그 선택지조차 없어 고민이라는 사람들이 많다. 진보정치 역시 이 부당한 구조의 공범이 돼버린 현실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 어찌됐든 민주주의는 유권자가 자신의 의지로 세상을 통제하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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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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