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격하게 건강이 악화된 김장훈을 위해, 그의 절친 후배 싸이가 스케줄을 대신 소화해주고 있다고 합니다. 어찌 보면 가까운 지인의 흔한 배려로 보일 수 있으나 그 흔하고 뻔한 배려가 흔치 않은 세상이 되고 있는 게 요즘 현실입니다.

80년대만 해도, 어머니가 장을 보러갈 때면 옆집 아줌마는 몇몇 물품을 사달라고 부탁하는 경우가 흔했습니다. 볼 일이 있어 외출해야 하면, 어린 아기를 이웃에 맡기기도 했고, 이사를 할 땐 이웃 아저씨가 이삿짐을 실어주기도 했지요. 또 여름에 침수가 들면 이웃집에 신세를 지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서비스들을 다 돈 주고 받고 있습니다. 훨씬 전문화되고 편리한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고 있지요. 그리고 이웃과는 단절됐습니다. 대신 값비싼 방범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지요. 예전엔 주변사람들로부터 무료로 받던 도움을 이제는 값비싼 서비스상품으로 구매하고 있는 셈입니다.

소득이 증가한 만큼 돈 들어가는 데도 한결 늘어났지요. 전보다 돈을 많이 벌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실제 삶의 질이 그만큼 좋아진 건지 의심스러운 대목입니다. 옆집 아저씨가 무료로 자물쇠를 수리해주고 옆집 형이 우리아이들과 놀아주는 행위도 어쨌든 거래행위입니다. GDP로 집계되는 상거래가 아닐 뿐이지요. 그리고 이러한 상거래 아닌 거래는 어느새 우리 주변에서 흔치 않은 일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주변에 마음을 닫고 살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돈 주고 얻는 것에 익숙합니다.

군에서 전역한 후 안정적인 컴백을 우려하던 싸이를 이끌어준 건 김장훈이었지요. 예능에 관심이 많던 싸이에게 '네 또래가수 중 예능 열심히 해서 살아남은 가수가 얼마냐 되냐'며 자신의 공연에 동참시켰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들의 공연이 벌써 3년째인데요, 2009년에 이미 사상 최대인원동원, 단일 공연 최대매출 등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연 100억 매출을 달성할 정도로 큰 사랑을 받고 있지요. 그리고 싸이는 논란이 있었던 병역문제를 딛고 성공적인 컴백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싸이를 이끌어준 김장훈은 기부천사로도 유명한데요, 자신은 월세에 살면서도 매년 수억의 기부를 해오고 있지요. 또 공황장애가 있음에도 지난 3월에는 5시간여 배를 타고 가 독도에서 독도콘서트를 열기도 했습니다. 한국 알리미 '반크'의 회원이기도 한 그는 뉴욕타임즈에 독도홍도 광도를 실을 정도로 독도지킴이를 자처하고 있지요. 또 대학축제 행사비가 너무 비싸지자 반값콘서트 행사를 펼치기도 했지요. 이렇게 돈이 되지 않는 것에 자신의 돈과 열정을 쏟아온 김장훈 때문에 그의 매니저는 '파산직전'이라며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하지만 김장훈은 넉넉한 동지와 이웃을 얻었습니다.

사회생활을 해보면, 꾸준히 만남을 이어가는 친구나 이웃을 유지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15년 동안 직장생활을 함께해도, 3년 동안 고교생활을 함께한 친구에 비교할 수 없음도 절감하지요. 절친이라는 고교동창 역시 생활에 치이다 보면 꾸준한 만남을 갖는 것이 벅차집니다. 저마다의 생활과 현실 속에서 각자의 삶을 감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픈 김장훈을 위해 싸이가 대신 스케줄을 소화해준다는 것이 쉬운 일로 보이지 않는 이유입니다. 더구나 두 사람은 사회에서 만났지요.

하지만 진정 소통할 수 있는 동료라면, 이러한 도움은 당연한 상식이기도 할 것입니다. 싸이가 힘들 때 김장훈이 끌어줬듯, 싸이가 김장훈을 대신해주는 것도 당연하겠지요. 행복한 삶의 조건 중 중요한 한 가지가 좋은 이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꺼이 도울 수 있고 또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이는 앞서 이야기했듯, 실질 소득의 증가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문화가 경제를 이끄는 경우겠지요. 좋은 이웃을 만나려면 먼저 좋은 이웃이 돼야겠지요. 이는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일입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 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 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 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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