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만에 전하는 미국 박스 오피스에서 <리얼 스틸>이 2주 연속으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저도 꽤 재미있게 본 영화라서 반가운 소식이네요. 국내 박스 오피스에서도 <리얼 스틸>은 2위인 <의뢰인>과 두 배 이상의 격차를 보이면서 1위에 올랐습니다. 누적 관객수가 약 79만이니 이번 주가 지나면 100만을 돌파하겠군요. 한편 <리얼 스틸>은 개봉 첫 주말에 <록키 4>를 제치고 권투를 다룬 영화로는 최고의 성적을 올렸습니다. 아울러 스포츠 드라마로는 <블라인드 사이드>에 이어 2위입니다. 워낙 비수기라 총 수입은 썩 만족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케빈 베이컨이 주연했던 1984년의 동명영화를 리메이크한 <풋루즈>는 미국 박스 오피스 2위로 데뷔했습니다. <리얼 스틸>과는 약 20만 불 차이라서 실측치가 나오면 순위가 뒤집힐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풋루즈>는 원래 오래 전에 잭 에프론을 주인공으로 하여 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가 최종적으로 케니 워멀드에게 타이틀 롤이 돌아갔습니다. 제작된다는 소식을 듣고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었는데 그에 비하면 좋은 성적을 기록했네요.

국내에선 <자유의 댄스>로 알려진 <풋루즈>는 제가 꼬꼬마였던 시절에 굉장히 재미있게 본 영화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춤과 로큰롤을 금기시하며 청교도적인 삶을 추구하던 마을에 주인공인 렌 맥코맥이 이사를 옵니다. 그로 인해 여타 젊은이들마저 열정을 발산하는 길로 들어서게 되고, 이를 좌시할 리 없던 마을의 신부는 렌을 눈엣가시처럼 여깁니다. 렌 또한 얌전히 당하기만 할 친구는 아니라 발칙한 계획을 세우고 신부에 맞섭니다. 27년 만에 리메이크로 재탄생한 <풋루즈>도 이와 동일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전 이 영화가 지금에 와서 먹힐지 의문이었습니다. 1980년대야 그렇다 쳐도 21세기에 아직까지 춤과 로큰롤이 유입되지 않은 곳이 과연 있을 수 있을까요? 정확한 시대배경이 어떤진 모르겠지만 예고편을 보면 현대에 가까워 보이는데 말입니다. 하긴 어느 시대에나 청소년에 대한 기성세대의 억압은 있기 마련이니 여전히 잘 먹히는 것이겠죠. 그것보다 제가 궁금한 건 케니 로긴스의 곡이 어떻게 사용됐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릴 적부터 무지 좋아했던 노래거든요!

<풋루즈>의 예고편입니다. 오리지널에서 존 리스고우가 연기했던 캐릭터를 데니스 퀘이드가 맡았네요.

이건 오리지널 <풋루즈>입니다. 지금 들어도 여전히 신나는 케니 로긴스의 노래!

10월 3주차 미국 박스 오피스에는 1980년대 영화를 리메이크한 그것이 두 편이 있군요. 앞서 소개한 <풋루즈>에 이어 3위에 오른 <The Thing>도 그렇습니다.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두 영화의 데뷔 성적은 사뭇 다릅니다. <풋루즈>의 결과는 제작비 대비하여 흡족한 편이지만 <The Thing>은 채 9백만 불도 벌어들이지 못했습니다. 이 정도라면 그래도 다행입니다만, <The Thing>은 리메이크한 공포영화로는 최저의 수입을 기록한 영화라는 불명예까지 안았습니다. 뒤에서 두 번째에 있는 영화들이 <The Fog, The Stepfather>라는 걸 보면 더 충격적입니다.

1982년에 제작된 오리지널 <The Thing>은 공포영화의 걸작인 <할로윈>의 아버지이자 이 방면의 대가로 꼽히는 존 카펜터가 연출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한 영화라 관객들의 호응이 꽤 있을 줄 알았는데 이토록 저조한 걸 보니 조금 뜻밖이네요. 말이 나온 김에 오랜만에 오리지널(국내명 '괴물')이나 한번 더 봐야겠습니다.

오리지널은 남극기지에서 연구를 하던 탐사 팀이 우연히 괴물을 발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참극을 담고 있습니다. 리메이크도 엇비슷한 내용입니다만 주인공 캐릭터가 남자(커트 러셀)에서 여자(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로 바뀌었습니다. 이제 갓 개봉해서 단정할 순 없으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테드는 흥행복이 참 없네요.

<The Thing>의 예고편입니다.

4위는 지난주 미국 박스 오피스에 2위로 데뷔했던 <The Ides of March>입니다. 순위는 두 계단이 하락했지만 변동치가 꽤 양호하고 평단과 관객의 반응 또한 좋은 영화입니다. <The Ides of March>는 대선 출마자의 캠프에서 직원으로 근무하는 이상주의자인 주인공이 선거기간 중에 정치판의 더러운 꼴을 겪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뷰 윌리몬의 연극 <Farragut North>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조지 클루니가 대선 출마자로 출연함과 동시에 또 한번 직접 연출한 영화입니다. 이러다가 제2의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되겠군요. 그를 돕는 직원 역은 라이언 고슬링이 연기했습니다.

<돌핀 테일>이 아직까지 상위권에 있군요. 역시 비수기라 그런지 한 번의 1위를 포함하여 4주간 5위권 내에 머문 것 치고는 수입이 썩 많진 않습니다. 10위권 밖으로 밀려날 때쯤이면 7천만 불에 가까워져 있겠네요.

6위는 <돌핀 테일>과 함께 개봉했던 <머니볼>입니다. 이 영화 또한 2위를 두 번이나 차지하면서 선전을 거듭했지만 현재까지의 총 수입은 5,770만 불에 그치고 있습니다. 간신히 제작비를 넘겼네요. <머니볼>은 11월 17일에 국내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전단과 포스터를 배포하는 걸 봤습니다. 참, 이걸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소셜 네트워크>로 아카데미 각색상을 수상했던 아론 소킨이 <머니볼>의 각색에 참여했습니다.

조셉 고든 레빗과 세스 로건이 주연한 <50/50>이 7위입니다. 흥행에서 큰 힘을 쓰진 못할 영화였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만, 제작비가 고작 8백만 불에 불과해 나름 대박(?)을 터뜨린 영화입니다. 배급이나 홍보비용을 다 합하더라도 최소한 적자는 면했을 걸요? 신파성 내용이지만 밝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듯해 조금 관심이 갑니다.

8위는 <50/50>와 함께 개봉했던 <Courageous>입니다. 가만 보니 <50/50>보다 이쪽이 흥행력에서는 몇 배 더 앞서네요. 제작비가 <50/50>의 1/4에 불과합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무슨 대형 블록버스터라되 되는 것 같네요.

9위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잭 블랙과 오웬 윌슨, 스티브 마틴의 트리플 콤비가 뭉쳐서 반가운 <The Big Year>입니다. 그런데 코미디 영화에서 강점을 보이는 세 사람의 합작품이라고 하기엔 성적이 초라합니다. 잭 블랙의 전작으로만 한정짓더라도 <The Big Year>는 흔치 않게 저조한 수입을 올린 영화입니다. 그가 언제나 사랑스럽다곤 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걸 보여줬던 <걸리버 여행기>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니 말 다했죠 뭐.

<The Big Year>에서 잭 블랙, 오웬 윌슨, 스티브 마틴은 조류 애호가로 출연합니다. 이들이 특별한 연례행사를 앞두고 희귀한 새를 먼저 찾아내고자 서로 경쟁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세 명의 배우에다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말리와 나>의 데이빗 프랭클이 연출했다는 걸 알고 나니 이 영화의 흥행부진이 더욱 믿기지가 않는군요.

<The Big Year>의 예고편입니다.

10위는 3D로 돌아온 <라이온 킹>입니다. 개봉 5주 만에 9천만 불을 뛰어넘었군요. 이것으로 <라이온 킹>은 역대 애니메이션 부문에서 <슈렉 2>에 이어 흥행 2위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이건 반칙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총 수입에서 2위입니다. <슈렉 2>와는 약 2천 2백만 불 차이라서 1위까지 넘보는 건 조금 무리일 듯합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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