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새롭게 팀을 맡은 류중일과 양승호 감독은 약속이라도 한 듯 나란히 1, 2위를 차지했습니다. 중간에 급하게 사령탑에 오른 이만수 역시 기아와의 준PO에서 첫 경기를 내주고도 내리 3경기를 이기며 신인 감독들과의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신인 삼국지, 과연 누가 최고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만년 우승 후보인 삼성이지만 전설적인 강팀이라고 하기에는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었어요. 모기업이 국내 최고의 재벌이기에 프로야구 팀 역시 최고의 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프로야구 첫 해부터 현재까지 지속된 바람이기도 했지요.

국가대표 팀을 옮겨다 놓은 듯한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했던 팀이 삼성이었고, 언제든지 마음에 드는 선수가 있으면 데려올 준비가 되어 있는 팀 역시 삼성이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해태나 SK와 같은 강팀으로 인정받지 못한 결정적인 한계는 바로 팀워크였습니다.

뛰어난 선수들이 모여 있지만 이를 하나로 묶어 강력한 파워로 이끄는 힘이 부족했다는 것이지요. 해태에 과거 불세출의 영웅들이 많기는 했지만 선수 면면을 따져보면 삼성과는 비교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전설의 팀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팀워크가 대단했기에 가능했습니다.

선후배 관계가 명확하게 훈련 역시 강도 높았던 호랑이들은 다른 재벌 구단에 비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야구 하나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열악함이 오히려 선수들에게는 동기부여를 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야구 하나만으로 뭉쳐 대단한 성과를 올린 해태의 정신력은 지금도 전국적으로 대단한 팬층을 만들어낸 원동력이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대단한 성과를 만들어냈던 주역들인 김응룡 감독과 선동렬 선수를 삼성이 그냥 놔둘 리가 없었지요. 그렇게 해태의 신화를 완성했던 구 거물을 데려간 삼성은 상위에 올라서며 강력한 팀으로 변모해갔습니다. 그럼에도 부족한 점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선동렬 선수가 감독이 되며 확실한 마운드의 높이를 올려놓기는 했지만, 공격적인 야구가 약해진 것은 아니냐는 의견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팬들의 입장에서는 투수들의 야구보다는 화끈한 타격을 보고 싶어 하고는 합니다. 그런 점에서 선동렬의 삼성은 아쉬움을 주었습니다.

작년 재계약을 하며 선동렬의 삼성이 꾸준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였지만 그들은 전격적으로 푸른 피가 흐르는 류중일을 감독 자리에 앉혔습니다. 많은 팬들은 많은 당황했고 삼성은 가을 야구에 나서기도 힘들 것이라는 예측들이 난무했습니다.

하지만 선동렬 전임 감독이 만들어 놓은 높이의 마운드와 푸른 피가 흐르는 류중일의 조합은 환상적이었습니다. 선수생활부터 코치에 이어 감독까지 삼성에서 완벽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류 감독은 어떤 측면에서는 전임 감독들인 김응룡과 선동렬을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그건 바로 삼성맨으로서 팀을 완벽하게 장악하고 화합시키며 선수들의 장점을 끌어낼 수 있는 최고의 존재라는 사실이지요.

그동안 많은 스타들이 삼성에게 버림받아 떠나야 했던 것과 달리, 류중일은 완벽한 삼성맨이었습니다. 프런트나 구단과의 관계도 원활하고 선수들과도 친밀함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류 감독보다 완벽한 삼성 감독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삼성 구단으로서도 완벽한 류감독이지만 성적이 기대했던 것처럼 나오지 않았다면 복잡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류 감독은 전문가들이 빅4에 드는 것도 힘들다는 시즌 전 평가를 완벽하게 뒤집고 최고의 전력을 가진 팀으로 우승을 일궈냈습니다.

그의 이런 모습은 많은 야구팬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왔을 듯하며 삼성 구단에서도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다는 확신을 받았을 듯합니다. 그들이 과연 한국 시리즈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미 성공을 거둔 삼성은 좋은 신인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여주며 2012년을 더욱 기대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올 시즌 가장 파격적인 선택은 롯데가 대학야구 감독인 양승호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었습니다. 해태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OB에서 마무리한 프로야구 출신이기는 하지만 그의 선임은 파격 그 자체였습니다. 고려대 감독을 프로야구 감독으로 영입하는 경우는 무척 드물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은 스카우터로 시작해 코치와 수석 코치 등 프로에서 잔뼈가 굵었던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저 대학 감독 출신이 롯데를 망친다는 일부의 우려는 전반기 부진한 성적과 함께 집중적인 흔들기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성적부진을 이유로 무관중 운동까지 벌어지며 최대 위기에 빠졌던 롯데는 후반기 들어 삼성보다 좋은 모습으로 단숨에 빅4에 진입하고 준우승까지 차지하며 로이스터 3년 동안 해내지 못했던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철저하게 선수에게 맡기는 선 굵은 야구를 보인 양감독의 스타일은 강타자가 즐비한 롯데의 공격력을 끌어냈고 불펜을 기사회생시켜 19년 만에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롯데 역사상 처음으로 리그 준우승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양감독의 야구는 어쩌면 2012년부터일지도 모릅니다. 올 시즌은 신임 감독으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좌충우돌이 존재했지만 내년 시즌은 완벽한 양승호 스타일의 야구가 펼쳐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김성근 감독과 구단의 대립으로 시즌 중 감독이 경질되는 상황은 SK에게는 최악의 위기였습니다. 시즌 전부터 올 시즌 무척 힘들 것이라는 김성근 감독의 예측처럼 최근 가장 강력한 팀이었던 SK는 위기의 연속이었습니다.

감독 경질 후 사령탑에 올라선 이만수 감독 대행은 일부 팬들의 극심한 거부로 홍역을 치러야 만 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만수가 감독이 되기 위해 구단과 짜고 김성근 감독을 몰아낸 것이라 주장하며 모든 원인 제공자는 이만수라 지칭하며 공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어수선함은 자연스럽게 팀을 흔들었고 1위 싸움을 하던 그들은 4위까지 하락하며 가을 야구에도 참가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강팀은 강팀일 수밖에 없었고 이만수 감독 대행을 중심으로 노장과 신인들이 어우러진 그들은 기적처럼 준PO에서 기아를 꺾고 롯데와 플레이오프를 벌이게 되었습니다.

삼성과 롯데가 신입 감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이만수 감독 대행에게는 여전히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이만수 감독 대행이 내년 시즌 SK의 새로운 사령탑이 되리라는 점에 이견을 보이는 이들은 없을 것입니다.

이 세 명의 신인 감독들은 강력한 공격을 앞세운 경기 장악력과 강한 마무리를 갖춘 특징을 보이며 새로운 강팀을 형성했습니다. 올 시즌보다 다음 시즌이 더욱 기대될 정도로 신구의 조화 역시 좋은 이들 중 한국 시리즈 우승 팀이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들의 대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유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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