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김혜인 기자] 지난 9일 SBS는 혹한 속에 내복 차림으로 발견된 아이와 이로 인해 아동 학대 혐의로 입건된 엄마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앞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접한 시민의 공분을 모았다.

하지만 이틀 뒤 JTBC는 SBS에서 다뤄지지 않은 내용을 보도했다. 아이가 집 밖에 나오게 된 배경에 아이를 혼자 두고 일터에 나가야 했던 싱글맘의 사연이 있었다. JTBC <뉴스룸>은 “사건이 보도된 이후 주말 사이에 아이의 엄마를 향한 비난 여론이 거셌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SBS의 9일 단독보도 화면과 JTBC의 11일 보도 화면

JTBC 보도에 따르면 아이가 발견된 지난 8일, 아이는 아침 10시 30분경 출근한 엄마와 오후 5시까지 총 34번 연락을 취했다. 아이는 오후 5시 6분부터 10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엄마와 통화가 되지 않았다. 40분 뒤 아이는 길에서 시민들에게 발견됐다.

아이를 발견해 최초 신고한 부부는 미아방지 팔찌를 보고 엄마인 A 씨에게 연락했다. 5시 55분 A 씨에게 문자를 남기자 2분 뒤 경찰이 도착했고 5분 뒤 A 씨가 도착했다. 최초 신고자는 “아이가 엄마를 만났을 때 굉장히 반가워해 길을 잃었다는 생각밖에 안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신체적 학대 정황을 찾지 못했고, 아이가 다니던 어린이집에서도 학대가 의심되는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JTBC는 다음 리포트에서 엄마가 아이를 홀로 둘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앵커는 “아이의 엄마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는 경찰 조사를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하지만 섣부른 비난은 한 가정, 더욱이 아이에게도 큰 상처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JTBC가 보도한 편의점 CCTV 영상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엄마가 아이를 와락 안는 모습이 담겼다.

남편과 이혼한 A 씨는 넉 달 전 보호시설에서 독립해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남편에게 양육비를 받기로 했지만 받지 못했고, 돈을 벌기 위해 퇴근 후에 부업을 하고 있다. 긴급 돌봄 서비스는 당일 신청할 수 없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할 때는 아이를 데리고 일터에 나가야했다.

이날 JTBC가 보도한 내용은 SBS 9일, 10일 보도에 없는 내용이다. SBS는 9일 <혹한에 거리서 발견된 3살 여야...“도와주세요”> 단독보도에서 학대 정황에 주목했다. 내복 차림에 대변이 묻은 채로 발견된 아이는 시민들에게 가장 먼저 "도와달라"는 말을 했으며 하루 종일 한 끼도 챙겨먹지 못한 상태였다고 밝혔다. SBS는 “상습적으로 방치됐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한 달 전 비슷한 상황에 울고 있던 아이를 봤다는 편의점 점장의 발언을 전했다.

A 씨에 대해서는 “한참이 지나 귀가한 아이 엄마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학대는 오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집안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쓰레기가 가득했고 아이는 혼자 집에서 9시간 넘게 방치된 것으로 경찰은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SBS가 보도한 편의점 CCTV영상에는 아이가 편의점 안에서 신고자가 챙겨준 외투를 입고 서성이는 모습과 경찰이 와서 살펴보는 장면이 사용됐다.

10일 SBS는 추가 보도를 통해 아이는 3살이 아닌 5살로 확인됐으며 아이 엄마가 아이를 혼자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이를 일단 친척집에 분리 조치한 상황이며 이웃주민의 증언을 토대로 상습 방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SBS의 이번 보도가 성급했다고 지적했다. 김 처장은 “첫날 보도에서 아동 학대를 의심할 정황이 발견됐다면 다음 날 보도까지는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할 시간이 있었다. 경찰은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의심되는 부분이 확실해지지 않았다면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보도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아동이 방치돼 있다면 빨리 보도해 해결하는 게 맞다. 앞선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의 경우 경찰에 여러 번 학대 신고가 들어왔음에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찰이 바로 출동했고 분리조치를 했으며 추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며 "JTBC 보도까지 보면 구조적으로는 사회적 아동 돌봄의 문제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보도의 시급성이 구조적인 문제를 살펴보는 것보다 중요하지 않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떻게 보도하는 게 좋을지 판단하기보다는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주목도가 높다 보니 단편적으로 확인한 사실만으로 보도한 경우”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보도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파악하는 건 데스크의 역할이다.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벌어진 이후 유사한 사례를 어떤 원칙을 가지고 보도할지 내부 시스템이 정립돼야 한다. 언론사 스스로 보도 과정에서 놓친 게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해서 고쳐나가는 게 중요해 보인다”며 “언론사 내부에서 아동학대 관련 보도 시스템을 한 번쯤 정비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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