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국빈 자격으로 미국을 방문한 가운데 미국 의회는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는 13일 이전에 한미FTA협정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국내 언론들은 "국빈 방문 직전에 예의를 갖춰서 공을 우리 국회로 넘긴다는 취지"라며, 상·하 양원이 하루에 FTA 협정안을 처리하는 건 "대단히 이례적이고 파격적인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의회가 한미FTA를 처리할 경우 이제 공은 우리 국회로 넘어오게 된다. 역사상 가장 불평등한 조약 가운데 하나라는 혹독한 평가를 받고 있는 한미FTA협정이지만, 지난 4년간 주류 언론의 관련 보도는 한미FTA 협정의 진실을 제대로 짚기 보다는 '조속한 처리'를 압박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루었다. 이제 언론은 '미국도 처리했는데 우리도 얼른 하자'며 국회를 압박하고, 야당을 추궁해 갈 것으로 보인다.

▲ 송기호 변호사. ⓒ송선영
한미 FTA 협정의 번역오류를 짚어냈던 송기호 변호사는 여전히 한미FTA협정에 문제가 있다며 미국 의회의 처리 의미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1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송 변호사는 미국 상원이 통과시킨 이행안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조항이 미국법과 어긋나는 경우에는 무효"라는 조항과 "미국 정부가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위반하더라도 미국 법원에 제소할 수 없다"는 조항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개성공단 조항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도 지적했다.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는 근거 자체가 안 들어가 있다는 얘기다.

송 변호사는 미국이 통과시킨 이행안에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한미자유무역협정에서 중요한 이익으로 생각했던 반덤핑장벽철폐라든지 또 전문직 미국 취업비자라든지 그러한 한국의 핵심적인 요구에 대해서는 이를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은 앞으로 이행 법률에 근거해 한미FTA를 이행할 것이기 때문에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내용에 대해서 미 행정부가 임의로 할 수 없는 것"이 돼 한국에게 매우 불리하다고 강조했다.

송 변호사는 미국의 FTA이행법 체제 자체가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의 경우 FTA협정을 "미국 법보다 하위에 두도록 한다"며 "그렇다면 상호주의적 관점에서 우리 역시 국내법과 FTA 협정의 관계를 이에 상응하도록 조치했어야 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송 변호사는 한국 국회 역시 FTA협정안을 "미국과 마찬가지 수준에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가 처리하는 FTA 이행법안은 100페이지 정도의 짧은 내용으로 대략적인 이행 절차만 밝히고 있는 수준이다. 반면 한국 국회에 올라와 있는 법안은 무려 1500페이지에 달해 한미FTA협정의 모든 규정들이 사실상 통째로 기술된 문서다. 송 변호사는 한미FTA가 "한국에서는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되지만 미국에서는 미국법 하위에 놓이게 되기 때문에 이런 불균형을 대한민국 국회가 시정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송 변호사는 "미국이 불평등한 FTA이행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우리 경우도 국회가 판단해서 필요한 부분만 해당 법률을 바꿔 FTA를 이행하면 되고, 한미 FTA 자체에 대해선 우리도 법률로 승인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어떤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서로 대등한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이행하는데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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