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윤수현 기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특법) 개정안이 국민의힘 반대 속에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은 “여당이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김종인 위원장이 호남에 대한 국민의힘의 전향적 변화를 예고한 상황에서 “김종인의 사죄는 정치적 쇼였나”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아특법 개정안은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사업(문화사업) 유효기간을 2031년까지 연장하고 공공기관인 아시아문화원(문화원)을 국립아시아문화전당(문화전당)으로 일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문화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된 국가균형발전사업으로 문화전당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재 문화전당은 국가소유이며 문화원이 운영을 맡는 이원화 구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7일 국회 소통관에서 아특법 법안심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행법대로라면 2021년 문화원이 문화전당 운영을 전부 맡아야 하며 문화사업은 2026년 종료된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문화사업이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인 문화원이 국가 소유의 문화전당 운영을 맡으면 집중적인 정부 지원이 힘들어진다.

이와 관련해 2007년 문화중심도시 추진단장을 역임한 바 있는 이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월 아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문화원 해체다. 이 의원은 문화원의 공익사업 부문은 문화전당으로 통합하고 수익사업 부문은 별도 재단을 만들어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문화전당의 공익적 역할 강화와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아특법 개정안을 결사반대하고 있다. 표면적 반대이유는 ‘취업 특혜 논란’이다. 문화원-문화전당 통합과정에서 문화원 정직원 90여명이 공무원으로 전환되는데 이는 채용 공정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아특법 개정안은 제2의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반대의 진짜 속내는 ‘호남 홀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화사업·문화전당의 규모와 역할이 커지게 되면 광주·전남 지역에 경제적 혜택이 가는데 국민의힘이 이를 막기 위해 아특법 자체를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는 김종인 위원장이 5월 18일 광주를 방문해 호남동행을 외쳤던 것과 상반되는 행보다.

이병훈 의원은 23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힘은 아특법 개정안에 대해 무조건 반대로 일관했다”며 “당 지도부는 ‘호남동행’을 부르짖고, 국민의힘 문체위 위원들은 말끝마다 ‘광주를 사랑한다’라고 했지만 그들의 거짓 주장에 가려져 단 한 올의 진정성도 느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아특법 개정안은 제2의 인국공 사태’라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해 “지나친 정치공세”라고 했다. 이 의원은 “아특법 개정안에 따르면 문화원 직원은 근무를 희망하는 자에 한해 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와 협의한 정원 범위 내에서 공무원으로 채용될 수 있다”며 “개정안에 마치 채용 특혜 조항이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문화전당 직원 채용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시의회, 광주 기초의회 의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김종인 위원장이 국립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사죄했던 모습과 호남동행을 외쳤던 주장이 보여주기식 ‘정치적 쇼’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은 아특법 개정안 처리에 협조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80여개 문화시민단체는 “문화전당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주당 지도부의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반대하더라도 표결을 통해서라도 해당 상임위 통과를 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사진=연합뉴스)

‘광주문화수도 육성’이라는 노무현 정부 공약으로 시작된 문화사업은 보수정부가 들어서면서 축소됐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문체부는 문화전당 건립 소요예산 1300억 원 중 절반인 697억 원만 편성했다.

이러한 기조는 박근혜 정부 때도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는 2013년 문화전당 법인화를 시도했다. ‘자율성, 전문성, 효율성 도모’라는 이유였지만 사실상 문화사업을 축소하겠다는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2017년 문화전당 사업 예산을 730억 원에서 567억 원으로 163억 삭감했다. 이에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왜곡과 사업 축소로 인해 지지부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정상화'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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