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문 KBS스포츠국장이 지난 5월, KBS 스포츠취재부 기자들에게 "프로농구연맹(KBL) 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 KBS 내부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 ⓒ 연합뉴스
KBS 새 노조(위원장 엄경철)는 5일 발행한 노보에서 박영문 KBS스포츠국장이 스포츠취재부 전체 기자들을 소집해 "KBL총재 선거에 입후보한 한선교 한나라당 의원을 지원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폭로했다. 지시를 내린 시기는 KBS가 한창 수신료 인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던 지난 5월이다.

새 노조에 따르면, 당시 박영문 스포츠국장은 취재기자를 불러 한선교 의원의 선거를 지원할 것을 요구했으며 이를 해당 기자가 거절하자 스포츠취재부 전체기자들을 소집해 노골적으로 '한선교 의원의 선거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문 국장은 KBS 스포츠취재부 기자 1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수신료 현실화와 맞물렸기 때문에"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를 맡고 있는 한선교 의원의 KBL총재 선거를 '지원'하라고 했으며, "집행 간부들이 이 부분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몇몇 기자들이 항의하자, 박 국장은 "신문사는 자사 이익을 위해 어떻게 하는 줄 아느냐" "선배들에게 대드는 거냐" "가만두지 않겠다" 등의 폭언과 욕설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노조는 노보에서 "수신료 정국에서 KBS 직원이 한선교 의원에게 도청 녹취록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제는 KBS 간부가 수신료를 위해서 한나라당 문방위 간사 한선교를 방송을 이용해 도와줘야 한다고 발언한 사실까지 드러난 셈"이라며 "박영문 국장이 한선교 의원을 지원하라는 어이없는 지시는 박 국장이 저지른 수많은 민원과 청탁 가운데 단 1가지의 사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새 노조는 이어 "특히 한선교 의원은 KBL 선거 기간 동안 '프로농구의 지상파 중계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공언하고 다녔다"며 "이 자신감의 배경에 박영문이 있었다는 의심을 사게 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한 KBS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KBS스포츠취재부 기자들이 한선교 의원을 위해 직접 KBL 선거와 관련된 이들을 설득하고 도우라는 의미였다"며 "보도를 통해서까지 지원하라고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사자인 박영문 KBS 스포츠국장은 7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실여부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박 국장은 "현재 (KBS 내부에서) 감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미묘한 문제에 대해 말할 수 없다"며 "노조에서 왜 그런 이야기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것에 대해 굳이 말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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