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6일, 오늘로 YTN 해직 사태가 3년을 맞았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YTN을 둘러싼 노사 갈등은 여전하다. 되레 더 악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지난 2008년 구본홍 반대 투쟁에 참여했던 YTN 기자 6명은 아직도 해직 상태다. 이 뿐 아니라 잇따른 보복성 인사, 노조원 고소, 인사위원회, 일방적인 사원총회 불허 등으로 내부 갈등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현재 YTN의 상황은?

▲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미디어스
지난 2009년 10월, 구본홍 당시 사장의 갑작스러운 사퇴 이후 후임 사장으로 선임된 배석규 현 YTN 사장. 배석규 사장은 2009년 10월12일, 취임 인사말을 통해 ‘노사 문제’가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덧붙여, 노조를 결코 적대시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에 YTN 내부에서는 사장 취임을 계기로 경직됐던 노사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YTN의 노사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다.

배석규 사장 취임 이후, 노사는 사사 건건 마찰을 빚었다. YTN은 사실상 노조가 하는 모든 행위에 대해 ‘불법’ ‘해사행위’라며 반대 입장을 표했다.

지난 2009년 9월, 노조가 보도국장 신임 투표에 대한 입장을 밝히자 YTN은 ‘해사행위’라며 징계 가능성을 언급했다. YTN은 지난 2월에도 노조가 현안과 관련한 설문조사를 시작하자 ‘해사행위’라며 징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4월, 노조가 협약에 따라 보도국장 신임투표를 실시하자 YTN은 ‘불법행위’라며 노조 관계자들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했다.

이 뿐 아니다. YTN은 지난 5월 한 간부의 티켓 로비 의혹을 노조에 알린 노조원을 자회사로 발령했다. 또 지난 9월, 노조가 배석규 사장 등 경영진의 경영에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을 잇달아 내자 ‘해사행위’라며 노조위원장 등을 인사위원회에 회부하는 동시에 배석규 사장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남대문 경찰서에 고소했다.

노조원을 상대로 한 YTN 간부들의 고소 및 소송도 끊이질 않고 있다.

류 아무개 경영기획실장은 지난해 ‘YTN을 단월드의 홍보 매체로 전락시켰다’는 취지의 글을 노조 홈페이지에 게시판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최근 항소심 법원은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에게 벌금3백만원을 선고했다.

또, 지난 8월 강철원 YTN 라디오 상무이사는 YTN노조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에 대해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노조위원장과 노조 사무국장을 남대문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와 함께, 최근 논란이 됐던 ‘평일 골프’에 참여했던 한 간부도 골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쓴 노조원을 ‘명예훼손’을 이유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런 가운데 ‘YTN 이탈’ 상황도 잇따르고 있다. 개인적인 이유로 YTN을 떠나 일반 회사로 이직한 구성원도 있지만 YTN의 상황 등을 고려해 종합편성채널로 간 구성원도 여럿 있다. YTN 앵커 출신인 김미선, 김지언씨는 TV조선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YTN 출신 김 아무개 기자, 이 아무개 기자 등도 TV조선 보도본부로 자리를 옮겼다. <기자협회보>에 따르면, 올 해에만 약 20여명이 다른 언론사로 이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는 최근 ‘떠남을 고민 중인 동료들에게’라는 제목의 입장까지 내어 “17년간 온갖 어려움을 뚫고 지켜온 YTN은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 하면 계속 지켜나갈 수 있다”며 “더 이상은 단 한 명도 떠나보내고 싶지 않다. 끝까지 함께 해야 한다”고 구성원들을 향해 간곡하게 부탁하기도 했다.

YTN, 사원총회도 끝내 불허

YTN노사는 최근 ‘사원총회’를 두고도 마찰을 빚고 있다. YTN 젊은 사원들 뿐 아니라 내부 직능단체가 주축이 되어 개최할 예정이었던 사원총회에 대해 YTN이 ‘집단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끝내 불허했기 때문이다.

구본홍 반대 투쟁 당시 만들어진 YTN 젊은사원들의모임은 지난달 30일 성명을 통해 긴급 사원총회를 열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정말 이대로 가면 YTN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젊은사원들의모임을 다시 열었다”며 노조, 기자협회, 카메라기자협회, 기술인협회를 향해 사원 총회를 열어줄 것을 제안했다.

이에 직능단체들은 “젊은 사원들의 의견을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과 함께 5일 오후 7시 YTN본사 19층 보도국에서 YTN사원 총회를 개최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YTN은 5일 입장을 내어 “회사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원 총회’라는 명목으로 회사 내 시설을 이용해 집회를 하는 것은 어떤 특별한 의도를 지닌 ‘집단행동’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며 사원총회를 불허했다. 회사 발전을 위한 의견 수렴이 목적이라면 회사와 협의를 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YTN 사원 총회는 연기됐다. 그러나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언론사’가 ‘언론’을 막는 현실”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특히, 노조는 배석규 사장을 향해 “YTN은 조금이라도 자신의 귀에 거슬리면 다수의 입까지 마음대로 틀어막을 수 있는 개인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면서 YTN은 언론사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잇따른 고소, 인사위원회, 징계, 그리고 소송…. 현재의 YTN 노사 관계는 낙하산 반대 투쟁이 극에 달했던 지난 2008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더 이상의 해직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YTN 사태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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