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의 광고 직접 영업의 포문을 열었다. 5일 4개의 종편 채널 가운데 처음으로 동아일보 종편 '채널A'가 설명회를 열었다. 6일 중앙일보 종편이, 18일에는 조선일보 종편이 설명회를 연달아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종편 설명회에 대한 언론계의 시선은 차갑다 못해 냉기가 서려 있다. '채널A'의 설명회에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채널A의 직접영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행사장 앞에서 열었다. 언론노조는 미디어렙을 거치지 않는 직접 광고 영업을 기도하고 있는 조중동의 행태가 "태생이 불법이다 보니 살아가는 방식도 무법에, 강짜"라고 규정하며, "언론의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해 '보도·제작과 광고영업을 분리하라'는 사회적 합의쯤은 간단히 무시하고, 자신들의 생존에 유리한 '직접영업'을 고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채널A'의 광고 판매 설명회에 앞서'채널A의 직접영업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행사장 앞에서 열었다.
언론계에서 조중동의 광고 직접 영업을 규탄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광고 약탈이 일상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18년차 기자 KBS본부 엄경철 본부장은 "대기업 홍보실 간부로 있는 친구가 말하길 지금도 툭하면 유력 신문사 국장들이 전화를 걸어와 광고를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기업 입장에선 울며 겨자 먹기로 신문사의 등급에 따라 광고를 배분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보복기사가 올 상황"이라며 "현재 상황에서도 대기업이 견디기 힘든데, 조중동이 방송을 소유하고 직접 영업에 나서게 될 경우 상황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언론연대 조준상 사무총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광고주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조 총장은 "조중동의 광고 직접 영업을 반대하는 것은 광고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 원리를 부정하는 조중동의 광고 직접 영업에 찬성하는 20%의 광고주들은 과연 누구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당장의 압박에 바보처럼 굴복하지 말고 광고주들이야 말로 미디어렙 제정으로 적절한 광고 단가를 보장받고 권리를 보호 받으라"고 일갈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 역시 "지금이야 조중동이 이명박 정부 뒤에 숨어 웃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커다란 오산"이라며, "내년 4월 이후 반드시 영업 허가를 박탈되도록 할 것"이라고 규탄했다. 그는 "미디어렙을 받아들이지 않는 언론과는 공존할 수 없다"며 4월 총선 이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예정된 기자회견이 끝나고, 광고 판매 설명회 취재를 위해 하얏트 호텔로 들어섰지만 끝내 행사장에는 들어갈 수 없었다. 입장 등록을 받던 현장 관계자는 '사전에 초청된 인사들만 입장할 수 있다'며 기자의 취재를 막아섰다. 자사의 '콘텐츠를 광고 관계자에게 설명하기 위한 자리로 굳이 언론에 노출할 이유가 없고, 기자의 취재 역시 보장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서울 시내 한 복판 특급 호텔을 빌려 국내 모든 광고주들을 불러모은 떠들썩한 행사였지만, 초청된 인사를 제외하곤 취재 목적의 기자조차 제대로 출입할 수 없는 '그들만의 행사'였던 셈이다.

▲ 행사 시작에 앞서 호텔 로비를 가득 메운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 그러나 정작 이날 행사는 기자의 취재가 보장되지 않았다.
행사장 입구에선 김재호 채널A 회장을 비롯한 동아일보 고위 관계자들이 사전 초청장을 발급 받은 인사들을 맞았다. 현재 종편은 지상파 방송 광고 단가의 70% 수준을 달라고 광고주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의 영향력과 시청률 등을 감안하면 '약탈'이라고밖에 설명이 안 되는 요구로 판단된다. 하지만 채널A의 설명회에 불참할 광고주는 많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신문에 보도기능이 더해진 방송을 시작하게 될 종편의 영향력 앞에서 초입부터 찍히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이날 설명회에 '국내 주요 기업과 광고 업체의 임원, 지상파 케이블 위성방송 인터넷TV(IPTV)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설명회 이후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채널A의 콘텐츠가 처음 공개됐다. 미디어스가 입수한 '채널A'의 편성 계획표에 따르면, '채널A'가 가장 공들이는 콘텐츠는 '인간 박정희'(가제)라는 제목의 총 50부작 드라마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 생애를 소개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채널A는 '찬성과 반대를 떠나 그가 거인인 것만은 분명하다'며 '영웅과 독재자로 갈려진 박정희의 내면을 만나겠다'는 기획 의도라고 밝혔다. 박정희의 딸인 박근혜 의원이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가운데 방송될 이 드라마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는 자명해 보인다.

시사프로그램 가운데서는 '소비자고발'로 유명한 이영돈PD가 맡게 될 '생방송 지금 해결해드립니다'가 눈에 띈다. 생방송으로 시민의 민원을 해결하는 형태라고 하지만 언론계 일각에서는 종편이 모두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란 사실에 주목하며 이 프로그램이 사실상 기업들을 압박하기 위한 성격이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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